윤주, 병찬과 함께 밥상나눔하면서 대화하면서 너무나 행복했어요.
훌륭한 선생님의 촌철살인의 혜안이 담긴 강의를 듣는 것도 멋지지만, 옆에서 비슷한 마음앓이의 일상을
보내고, 임금노동자로서의 쉽지않은 한주를 살아내야하는 처지의 지체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깊은 감동
이 있는 배움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지난 시대의 집단적 피해자들이었기에 그렇겠지만 윤주의 가정사를 들으면서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그 연약하고 답답한 모습에 같은 연민과 안타까움을 공유할 수 있었어요. 한편 우리네 아버지들은 모범의
방식이 아닌 타산지석의 방식으로라도 우리를 주체적으로 정신줄놓지 않고 살도록 추동해 주셨다는 점에서도
감사할 수 있었어요. 알콜중독인 아버지가 그 술을 끊고 투병하시면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잡아온 지렁이탕약
을 한사발 들이키시곤 담배 한개비를 말아 피시면서 이게 하루종일 참다 참다 결국은 또 한개비를 피우게 된다고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전 그 모습을 보면서 술을 끊으신 아버지가 끊지 못하신다는 담배는 손도 대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도 아버지의 그 한탄 덕에 담배의 노예로 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윤주도 비현실적이고
생활능력이 없는 아버지를 보고, 그 아버지가 벌이신 일의 뒷감당을 해내고 살아오면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
으로 누구보다 강단있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지금도 멋지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생명도 주시고, 그들의 나약함으로 우리를 강하게 해주셨단 생각이 들었어요.
병찬은 전기설비일을 하고 있는데, 저도 군대 제대하고 반년간 목수 보조로 노동판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살았기에 그 분위기
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병찬은 자신에게 험한 말을 하는 선배들에게 감정적으로 분노하거나 함부로 혐오하지
않고 그 힘든 말들을 번역해 그들이 말하고 싶은 바를 알아듣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대단한 경지의
수련이고 수양이고 마음닦기입니다. 그런 폭력적인 말들 속에서 일하면서도 순수한 맑은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
가 너무나 존경스럽고 닮고 싶었습니다.
첫댓글 잘 공부하고 계시네요~
더불어 배움~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고 익힌다~
난 피해자나 약자가 아니고 학생이요 제자다~
이 학생심만 있으면 그것이 깨달음이기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