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412]소동파(蘇東波)-和子由沔池懷舊(화자유민지회구)
인생은 기러기 발자국[이준식의 한시 한 수]〈103〉
2021. 4. 9. 03:01
인생 도달하는 곳 무엇과 같을까.
기러기가 질척거리는 눈밭을 밟는 것과 같으리.
진흙 위에 어쩌다 발자국 남긴대도
기러기 날아가면 어찌 동서쪽을 가늠하랴.
노승은 이미 죽어 탑 속에 들었고
벽은 허물어져 우리가 남긴 시는 찾을 길 없구나.
지난날 험한 산길 아직 기억하는지?
길은 멀고 지친 데다 나귀마저 절름대며 울부짖었지.
(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
老僧已死成新塔, 壞壁無由見舊題.
往日崎嶇還記否, 路長人困蹇驢嘶.)
―‘면지를 회상하며 시를 보낸 아우 자유에게 화답하다
(和子由승池懷舊)’ 소식(蘇軾·1037∼1101)
젊은 시절 소식이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과거시험을 보러
수도 개봉(開封)으로 갈 때 면지(승池)라는 곳을 경유한 적이 있다.
그때 두 사람은 한 노승의 거처에 유숙하면서 승방(僧房)의 벽에
시를 한 수씩 남겼다. 후일 관리가 된 소식이 부임지로 갈 때 동생은
형을 배웅해준 후 개봉으로 돌아가 형에게 시 한 수를 보냈다.
‘면지를 회상하며 형에게 보낸다’라는 시에서
그는 형의 험난할 여정을 걱정하면서 ‘
그 옛날 승방의 벽에 우리 함께 시를 남겼지’라며 당시 기억을 되짚었다.
마침 다시 면지에 들른 소식이 동생의 시에 화답하면서
옛 추억을 공유한 게 바로 이 시다.
인생살이 분주하게 뛰어봐야 다 부질없는 노릇.
기러기가 우연히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러기 떠난 후 그 방향을 따진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를 맞았던 이곳 노승은 이미 입적하여 부도탑(浮圖塔)에 모셔졌고
우리가 남긴 시도 흔적 없이 사라졌구나. 노승과의 인연도,
정성 들인 시도, 산길에서의 고생도 결국은 기러기 발자국 같은 것이려니.
세상사가 그렇다. 아우여, 삶의 노심초사 같은 건
훌훌 털고 느긋하게 소탈하게 세상을 만나자꾸나.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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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子由沔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소식(蘇軾)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답설니)
泥上偶然留指爪 (이상우연유지조)
鴻飛那復計東西 (홍비나부계동서)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이사성신탑)
壞壁無由見舊題 (괴벽무유견구제)
往日崎嶇還記否 (왕일기구환기부)
路長人困蹇擄嘶 (노장인곤건로시)
자유의 <면지회구>에 화답하여
정처 없는 우리 인생 무엇 같을까?
기러기가 눈밭 위를 배회하는 것 같으리.
진흙 위에 어쩌다가 발자국을 남기지만
날아가 버린 뒤엔 간 곳을 어찌 알리?
늙은 중은 이미 죽어 사리탑이 새로 서고
낡은 벽은 허물어져 글씨가 간데없네.
기구했던 지난날을 아직 기억하는지?
길은 멀고 사람은 지칠 대로 지치고
나귀는 절뚝거리던 울어댔었지.
(해제)
소식은 開封府試에 참여하기 위하여 동생 소철과 함께 아버지 소순을 따라 개봉으로 가던 가우 원년(1056) 沔池(지금의 하남성 면지)에 있는 어느 절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가우 6년 겨울에 소식은 鳳翔府簽判으로 부임하기 위하여 면지를 거쳐 섬서성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때 동생 소철이 <면지의 일을 생각하며 자첨 형에게 보낸다>라는 시를 부쳐 보냈는데 이것은 동생이 보낸 이 시에 화답하여 지은 시이다.
(주석)
1)子由(자유) : 동생 소철의 字. 그의 시의 정식 제목은 <면지의 일을 생각하며 자첨 형에게 보낸다(沔池懷寄子瞻兄)>이다.
2)老僧(노승) : 가우 원년(1056) 개봉으로 갈 때 봉한화상의 절에 묵었었는데 지금은 그가 입적하여 그의 사리를 봉안한 부도만 새로이 서 있음을 뜻한다.
3)壞壁(괴벽) : 그 때 그들이 시를 써 두었던 절의 벽이 허물어져서 글씨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한다.
소동파(蘇東波) ‘면지에서 옛 일을 회상하며 자유에게 화답함(和子由沔池懷舊)’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인생은 도처에서 무엇과 같은지 아는가?
應似飛鴻踏雪泥 응사비홍답설니
마땅히 날아가는 기러기가 눈밭을 밟는 것과 같으리
雪上偶然留指爪 설상우연유지조
눈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더라도
飛鴻那復計東西 비홍나부계동서
날아간 기러기가 동으로 갔는지 서로 갔는지 어찌 알까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이사성신탑
노승은 이미 죽어 새로운 사리탑 세워지고
壞壁無有見舊題 괴벽무유견구제
허물어진 벽에서 우리가 쓴 옛 시를 찾을 수 없네
往日岐嶇還記否 왕일기구환기부
우리가 걷던 험난한 길 기억하는가
路長人困蹇驢嘶 노장인곤건려시
먼 길에 사람 피곤하고 나귀 절뚝거리며 울었지
- 소동파(蘇東波) ‘면지에서 옛 일을 회상하며
자유에게 화답함(和子由沔池懷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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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소식이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과거시험을 보러
수도 개봉(開封)으로 갈 때 면지(澠池)라는 곳을 경유한 적이 있다.
그때 두 사람은 한 노승의 거처에 유숙하면서
승방(僧房)의 벽에 시를 한 수씩 남겼다.
후일 관리가 된 소식이 부임지로 갈 때 동생은 형을 배웅해준 후
개봉으로 돌아가 형에게 시 한 수를 보냈다.
‘면지를 회상하며 형에게 보낸다’라는 시에서
그는 형의 험난할 여정을 걱정하면서
‘그 옛날 승방의 벽에 우리 함께 시를 남겼지’라며 당시 기억을 되짚었다.
마침 다시 면지에 들른 소식이 동생의 시에 화답하면서
옛 추억을 공유한 게 바로 이 시다.
이 시는 소철이 보내온 “면지의 일을 회상하며 자첨 형에게 보낸다.”
(懷澠池寄子瞻兄 회민지기자첨형)이라는 시에 소식이 화답을 한 것이다.
시를 쓰기 5년 전 21살인 소식은 과거를 보기위해
아우 소철과 함께 부친을 따라 상경한다.
그러던 도중 바로 이 면지(澠池)라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도중에 말이 죽어 나귀를 타고 고생하여 겨우 오른 절에서
하루 밤을 묵게 되었고, 이 때 그들은 시를 지어 사찰의 벽에 적어둔다.
그리고 소식과 소철은 나란히 과거에 합격하게 되지만,
이러한 기쁜 소식을 전할 틈도 없이 모친이 돌아가셨고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 3년 상을 치렀다.
소식은 다시 제과에 급제하여 “봉상부첨판”이라는 관직에 올랐고
봉상을 가는 길에 다시 면지에 들르게 되었다.
이제 막 관직에 본격적으로 올라 정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소식은 아마 당시 고생했던 추억도 떠올라 내심 이 곳이 반가웠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나 변해있었다. 5년 전 소씨 삼부자를 대접해주었던
노승도 이미 돌아가셔 사리탑이 새로 지어진 뒤였고,
벽들도 허물어져 있어서 자신들이 남긴 시도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어져 버린 광경을 목도했을 때 분명 소식은
매우 허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내 인생은 원래 그러한 것이라고
소식은 이 시를 통해 말하고 있다.
[출처]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인생이 도달하는 곳 무엇과 같을까.|작성자 moonkok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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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소동파(蘇東坡)
moonkok711 ・ 2021. 9. 25.
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
(인생도처지하사 응사비홍답설니)
인간 한평생 무엇과 같은지 아는가
녹은 눈 위를 밟은 기러기 발자국 같네.
泥上偶然留指爪 飛鴻那復計東西
(니상우연유지조 비홍나부계동서)
눈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기지만
날아간 기러기 어디로 갔는지 어찌 알겠는가.
老僧已死成新塔 壞壁無由見舊題
(노승이사성신탑 괴벽무유견구제)
노승은 이미 돌아가시고 새로운 탑이 생겼고
허물어진 벽엔 예전에 지은 시가 보이지 않네.
往日崎嶇還記否 路長人困蹇驢嘶
(왕일기구환기부 로장인곤건려시)
지난날의 험준한 길 아직도 기억하는가.
먼길에 사람은 지치고 절뚝거리던 나귀는 울어댔지.
卽心卽佛江西老 (즉심즉불강서로)
이 마음이 곧 부처라한 것은 강서의 늙은이고
非佛非心物外翁 (비불비심물외옹)
부처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라한 것은 세속 밖의 노인이네.
鼯鼠聲中吾獨往 (오서성중오독왕)
날다람쥐의 소리 속에 나 홀로 가노니
涅槃生死本來空 (열반생사본래공)
열반과 생사는 본래부터 공(空)이로구나.
[출처]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소동파(蘇東坡)|작성자moonkok711
물 흐르듯 지나가는 게 시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즈음이면 왠지 우울해진다.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왔는가.
'당송팔대가'인 소동파(蘇東波)는
'면지에서 옛 일을 회상하며 자유에게 화답함
(和子由沔池懷舊)'을 통해 대신 이렇게 말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은 무엇과 같을까
(人生到處知何似)
마치 날아간 기러기가 눈 진흙을 밟는 것 같겠지
(應似飛鴻踏雪泥)
진흙 위에 우연히 그 발자국이 남겠지만
(泥上偶然留指爪)
기러기 날아가면 다시 동서를 헤아릴 수 없네
(飛鴻那復計東西)."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人 사람 인, 生 날 생, 到 이를 도, 處 곳 처,
知 알 지, 何 어찌 하, 似 닮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