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정부인은 매춘부” 전여옥 비판, 지금도 화난다
이문열, 시대를 쓰다
관심
6회. 페미니즘과의 일전
나는 반(反)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진지하고 성실한 페미니즘에 저항할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내 오랜 소신이다.
세상이 오랫동안 남성 위주로 편성돼 여성은 그만큼 뿌리 깊은 억압과 질곡에 짓눌려 오지 않았나.
시대착오적인 반페미니즘 주장은 발붙일 자리가 없다.
하지만 20여 년 전 『선택』이라는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나는 뜻밖에도 페미니스트들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는 오해를 받았다.
살면서 내가 겪은 여러 오해 중 하나다. 심지어 내가 여권주의자 대부분을 성도착자로 간주하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것도 평소에 말이 잘 통해, 장난삼아 내가 우리 편이라고 말하곤 했던 한 여교수가 신문에 그렇게 썼다.
『선택』은 사실 우려와 격려의 마음에서 쓴 소설이었다.
가령 당시 남성들을 향해 성난 외침을 쏟아내는 여성 중 일부가 여성 해방과 성적인 방종을 단단히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러웠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종교집단 초기의 전도열(傳道熱) 비슷한 전파열(傳播熱)마저 느껴졌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전파열이 있다고 하지 않나. 소수에서 벗어나려는 다수 확보의 욕구다.
숫자가 줄고 있기는 하지만 남성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만큼 자신도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는 소박하고 겸손한 여인들은 반대로 응원하고 싶었다.
바깥에는 집안 자랑, 문중에는 불경(不敬)의 죄가 될 수 있음에도, 내게 직계 조상 되는 조선시대 선조~숙종 연간의 정부인(貞夫人) 장(張)씨를 내세워 당대에 한 본보기가 될 만한 여인상을 제시한 게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