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이 몇 정도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그 중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감독인 웨스 앤더슨을 좋아한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섬유센터빌딩 지하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서 웨스 앤더슨 영화들의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 전시를 관람했다. 맥스 달튼과 웨스 앤더슨의 연결점을 알아보기로 했다.
맥스 달튼은 모르더라도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은 유명하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아래의 분홍 포스터는 어디선가 접했을 듯한데, 그 그림을 그린 자가 달튼이다.
현대 예술의 특징 중 하나, 깊이가 없는 평면적이라는 것이다. 뭔가 층층이 겹쳐져 의미가 있는 듯한 면면은 현대와 맞지 않는다. 명암과 원근감이 있는 전통 르네상스식 그림들과 확연히 다르다. 또 한가지 특징은, 현대 예술은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예술인지, 광고인지, 낙서인지, 완성이 된 건지, 그리다 만 건지 등등^^ 그냥 예술이라고 불러주면 예술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그래픽아티스트이다. 특히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일러스트로 유명한데, 전시를 둘러보면 그의 작품들이 방대하고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우스가 레오역의 키아누 리브스에게 빨간약 줄까, 파란약 줄까 장면이다. 지저분한 현실이 좋냐? 산뜻한 가상이 좋냐? 항상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지저분한 진실까지 모두 알기를 원할까? 아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전시는 5개 주제로 나뉘어 맥스 달튼의 세계를 조망하고 있는데, 작품과 내용들이 방대하여 이곳에 다 옮기면 만연체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인지도가 높거나 관심 포인트 화면들로 꾸미기로 했다.
첫번째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일러스트를 앞세운다. 봉준호는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으로 유명한 작가 박태원의 손자이다. 맥스는 한국 전시를 기해 한국팬들에게 보답하고자 기생충을 그렸다고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딸의 방이다. 키스하는 선남선녀의 모습보다는, 책장 속의 책들에 주목하라. 맥스 달튼의 세세함! 민음사 세계문한전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책들이 책장 맨 위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클로즈업은 인디언 움막이 있는 아들 다송이방, 그 아래 키친과 거실, 그리고 가족사진 옆에 후니훈 작가의 '다송이 그림'이 걸려 있다.
모더니즘 분위기가 충만한 1층 거실 아래, 지하 1층은 차고와 다용도실, 더 아래 지하 2층은 또 다른 라이프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그 사이를 넘나드는 방법은 더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 위쪽으로 집사 문광역의 이정은이 벽장 사이에 공중부양하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있다. '문광'이라는 이름이 너무 어울린다. 오른쪽 아래로 땅 속에 파묻힌 공룡뼈 같은 것이 보이는 바, 이것은 맥스 달튼의 창작물이라고 한다. 의미심장하다. 기생충 영화의 내용과 연계지어 생각해 보시라.
영화 <반지의 제왕>을 게임판에 옮겨 한 눈에 그 역사를 알아볼 수 있게 도식화한 것이다. 아주 공감되는 대사가 적혀 있다.
"프로도: 반지가 제게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간달프: 모든 이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 없는 일을 겪게 된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할 지 결정하는 것뿐이지."
어떤 지인 왈, '왜(why)'를 묻지 말고 '어떻게(how)'를 생각하며 살라고. 실존에 충실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성경 구절을 가지고도 일러스트를 꾸민다. 에스겔 25장 17절이다. 타란티노 영화 <펄프픽션>이 모티프이다. 현실과 성경의 맞춤. 얼마나 다양한 성경 해석이 있겠는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리라. 그런데도 절대 진리라 우기며 비극을 일으키는 자들은 도처에 수도 없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으로, 제목은 <우린 서로를 소유하지 않아요 We belong to nobody, and nobody belong to us>이다.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보석 가게 앞에 멈춰 구경한다.
웨스 앤더스 감독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전시 공간이다. 분홍색의 호텔 일러스트 양 옆으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액자로 걸려 있다. 사진 양옆 아래쪽에는 멘들스(Mendls)과자 상자 박스들이 보인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무엇인지 알리라. 따뜻한 분홍색 박스지만 슬픈 사연이 들어 있기도 하다.
도슨트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이 설명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도슨트 강의를 들으면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을 알게 되는 장점이 있다. 한번 전체적으로 도슨트와 둘러보고, 다음에 혼자 다시 살펴보면 관람이 훨씬 풍요롭다. 도슨트의 말을 절대 진리라 믿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로비 일러스트이다. 영화는 주로 정면성을 띈다. 인물이 연기할 때도 주로 정면성을 띈다. 또한 작품은 액자식 구성이다. 이것도 현대 예술에서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표면성, 정면성, 평면성이다. 이면에 뭐가 있을 거야라고 고민고민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들여다 보면 별 거 없다.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에서 도난당하는 회화작품이다. 영화에 그림이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어떤 모티프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언뜻 생각하면 유명 예술인의 그림을 차용한 것이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찾아보니 전혀 아니었다. 기생충 후니훈 '다송이 그림'처럼 감독에 의해 의도된 그림이었다.
'사과를 든 소년'은 영화에서 요하네스 반 호이틀2세라는 허구의 화가가 그린 르네상소 초상화이며, 실제로 영국 화가 마이클 타일러가 그렸다고 한다. 화풍은 브론치노, 한스 홀바인, 루카스 크라나흐2세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동 영화의 일러스트와 제작 내용이 담겨 있는 책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은 이미 2016년 출판되어 있다.
초벌이다. 오른쪽 경찰스케치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에 나오는 경찰로 보이는데, 분명히 에드워드 노튼이리라. 좋아하는 배우이다.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를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가 합쳐져 제작된 책 <웨스 앤더슨 컬렉션>(2017)이다.
웨스 앤더슨 작 <문라이즈 킹덤> 중 "나도 모험을 떠나고 싶어. 나도 갇혀 있기 싫어. 정확한 미래는 모르는 거야."
웨스 앤더슨 작 최애 영화이다. <다즐링주식회사>(2007)이다.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를 보면 입체적인 것을 뚝 잘라서 해부하듯이 안을 들여다 보여주는 방식이다. 유명한 영화들이 많아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으며, 자세히 보면 생각지 못한 윗트있는 표현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웨스 앤더슨의 에니메이션 <개들의 섬>(2018)이다. 일본이 배경이다. 재미있다. 음악도 좋다.
2020년 만든 <프렌치디스패치>라는 영화 포스터인데, 언젠가 보고 싶다. 분명히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담겨 있을 듯하다.
요즘 전시장들은 포토스팟도 있어야 하고, 동영상도 있어야 하고, 다양해야 관객을 만족시키는 듯하다. 단조로운 것보다는 나쁘지 않다.
‘화가의 작업실(Painter's studio)’ 코너이다. 유명 화가들의 모습의 특징을 잡아 제작한 일러스트이다. 왼쪽부터 잭슨 폴락, 앤디 워홀, 프리다 칼로, 클로드 모네, 그 아래 베이컨, 데이비드 호크니, 바스키아, 일본 호박 화가 쿠사마 야요이 이다.
그가 2010년 동화책 일러스트 삽화가로 작업했을 때 제작한 <외톨이 타자기>와 <외톨이 공중전화기> 코너이다. 타자기와 공중전화기 모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아이템이다. 그래서 외톨이이다.
그의 작품 특징은 고전주의적이지 않다. 주인공에 집중하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없다. 각양각색 각계각층 군상들을 배열하여 개별성을 강조한다. 아래는 영화 <아멜리에>를 모티프로 제작한 일러스트이다.
영화 <로열 테넌바움> 모티프로 제작한 일러스트이다.
관람 후,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삼성역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 왔다. 잠시 책들 사이에서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