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닦으며
오, 주님!
하루 종일 돌아다녀
잔뜩 먼지 묻은 구두를 닦으며 생각합니다
삶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기 위하여
매일 매일 바쁘다는 소리도 못 하고 다닙니다
삶은 치열한 전장입니다
부니지 않는 수많은 무기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환호하며 기뻐하는 사람도 있고
땅이 꺼질 듯 한숨 쉬는 사람도 있습니다
행복감에 밝게 웃는 사람도 있지만
지치고 힘들어 얼굴에 힘줄이 드러나고
핏기가 사라져 창백한 사람도 있습니다
날마다 머릿속을 파고드는 수많은 생각
꿈을 이루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구두를 신고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구두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냄새 나는 발을 하루 종일 안고 다니느라
질식할 정도로 몸서리쳤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구두를 반짝반짝 닦아봅니다
하지만 구두 속을 닦아주지는 못했습니다
겉치레만 하고 사는 내 삶의 모습과 같습니다
내 마음도 속까지 깨끗하게 닦고 싶어집니다
오, 주님!
주님께 예배드리고자 신발을 신기도 전에
주님은 내 앞에 서서 내 마음을 읽고 계셨습니다
늘 방황하고 더듬거리는 어설픈 나를 아시고
주님은 나의 안내자가 되셨습니다
내 삶의 마지막 안내자도 주님이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기도 / 용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