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도깨비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20여 년 전만 해도 어린이 책에 도깨비가 등장하는 건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도깨비 이야기가 그리 흔치는 않다. 도깨비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우리 옛 조상들의 이야기 속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도깨비들이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면 무척 심심하지 않을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뜸해서 나타나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을 유혹하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것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도깨비들이 설 자리가 없기도 하다. 박예분 작가는 그런 도깨비를 어린이의 친구로 다시 소환해 냈다.
장수에 가면 도깨비전시관이 있다. 다양한 도깨비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 체험 프로그램도 해 볼 수 있는 그 도깨비전시관을 만들 무렵 박예분 작가가 구상한 도깨비 이야기가 이번에 저학년 동화로 출간되었다.
도깨비 마을로 쿵 떨어지다
외동인 느티는 생일날 무척 심심하다. 바쁜 엄마 아빠는 일찍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급하게 일하러 나갔고, 같이 놀고 싶은 친구들도 토요일이라 모두 바쁘다. 아파트 살다가 주택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동네 친구들도 사귀지 못했다. 책도 보기 싫고 뭘 해야 할지 몰라 심심해하던 느티 눈에 띈 건 창밖 노랑 새였다. 노랑 새를 따라 마당에 나갔다가 장독대까지 갔는데 노랑 새가 부리로 큰 장독을 콕콕 찍어 댔다. 마치 뚜껑을 열어 보라는 뜻 같아서 느티는 뚜껑을 열고 장독 안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노랑 빛이 보여 손을 뻗었는데… 어느 순간 느티는 이상한 숲속에 쿵 떨어지고 말았다.
괴물이 튀어나올 거 같은 울창한 숲에서 느티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오솔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러다 다리를 다친 토끼를 만났다. 근데 토끼가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 다친 토끼를 도와주니 토끼 부송이가 도깨비 마을 축제 구경을 가 보라고 했다. 하지만 느티는 토끼를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토끼를 업을 테니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말을 할 줄 아는 토끼에다 도깨비까지, 느티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일단 토끼와 함께 도깨비 마을에 가기로 했다. 도깨비 마을에 가면 도깨비 방망이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집에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이다.
도깨비와 시합을 겨루다
그런 느티와 토끼 부송이를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꼬마 도깨비들은 감투를 쓰고 느티와 토끼를 따라 갔다. 물가에서 잠시 쉬다가 꼬마 도깨비들이 투닥거리게 되었는데 그러다 솔방울눈도깨비의 감투가 휙 벗겨지고 말았다. 느티는 또다시 깜짝 놀랐는데 솔방울눈도깨비와 다른 도깨비들이 한꺼번에 나타나서 설명을 해주고 다함께 도깨비 마을 축제로 가자고 했다.
축제에서는 다양한 시합을 벌였다. 느티는 버럭도깨비와 씨름을 했는데 이기는 이의 소원 들어주기 시합이었다. 도깨비는 왼 다리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 느티는 왼 다리를 집중 공격했지만 버럭도깨비를 이기지 못했다. 요즘 도깨비들은 이미 어른들에게 들어서 왼 다리 힘을 튼튼하게 키워 뒀기 때문이란다. 느티는 입큰도깨비와 메밀묵 먹기 시합도 했는데 메밀묵을 엄청 잘 먹는 입큰도깨비를 이길 수 없었다.
버럭도깨비는 느티에게 부엉이방귀를 찾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느티는 부엉이방귀가 뭔지도 잘 몰랐다. 부엉이가 어떻게 방귀를 뀔까 싶었지만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산에 올라갔다. 해가 지자 느티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부엉이방귀를 못 찾아 영영 집에 못 가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끝내 부엉이방귀는 못 찾고 산에서 내려오려다가 발을 헛디뎌 굴렀다. 발을 다친 느티는 아픈 발을 주무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축 늘어진 나뭇가지에 혹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나무도 아파 보였다. 나무를 쓰다듬으며 얼른 낫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친구가 되고 싶었던 도깨비
꼬마 도깨비들은 느티를 기다리다가 느티를 찾으러 산으로 올라왔다. 느티는 부엉이방귀를 못 찾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버럭도깨비는 느티가 부엉이방귀를 찾았다고 말해 준다. 아까 봤던 볼록한 혹이 났던 나뭇가지가 부엉이방귀였던 것이다. 다른 말로 도깨비 방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꼬마 도깨비들은 느티와 친구가 되기로 하고, 느티가 심심할 때면 언제든 함께 놀기로 약속한다. 느티는 솔방울눈도깨비가 준 노란 깃털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요즘 아이들의 새로운 친구가 되길 바라는 도깨비
출생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빈번히 나온다. 그만큼 아이는 줄고 혼자 자라는 아이도 많다. 혼자 크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숙제는 친구 사귀기이다. 이사를 가거나 새 학년이 되면 어김없이 새로운 친구를 잘 사귀는 것이 큰 걱정거리가 된다. 그런 아이에게 도깨비는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 때문에 인간들을 떠나 버린 도깨비들은 사실 함께 놀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친구에게는 무한정 퍼주기도 잘한다.
꼬마 도깨비들도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혼자 자란 느티만 외로웠던 것이 아니다. 도깨비들도 다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었던 것이다. 『부엉이방귀를 찾아라』는 예로부터 사람의 오래된 친구인 도깨비들과 한바탕 재미나게 노는 이야기를 통해 도깨비가 아이들에게 다시 친숙한 캐릭터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작가의 말
미션, 부엉이방귀를 찾아라!
우리나라 도깨비는 사람들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냈습니다.
일본의 ‘오니’와 서양의 ‘고블린’,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나 늑대, 좀비처럼 무섭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도깨비는 사람을 잡아먹거나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도깨비는 괴물이나 귀신보다 사람에 가까워서 친근하고 익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지금도 도깨비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도깨비들은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려서 나온 금은보화로 어려운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못된 사람들에게는 벌을 내리기도 하고, 도깨비감투를 쓰고 사람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골탕을 먹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꾼 돈을 갚고도 깜빡하고 날마다 돈을 갚는 어수룩한 도깨비도 있지요.
저는 『부엉이방귀를 찾아라』 주인공 느티에게 특별한 도깨비들을 만나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노는 토요일, 그것도 생일날인데 함께 놀 친구가 없는 느티를 보며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주인공 느티가 심심하지 않게 도깨비들과 장난치고 춤도 추고 노래하며 즐겁게 지내길 바라며 글을 썼습니다. 여러분도 혼자서 심심할 때 꼬마 도깨비들을 불러 보세요. 어쩌면 느티처럼 도깨비 마을로 멋진 여행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엉이방귀를 찾아라』는 2015년에 ‘장수도깨비전시관’을 새롭게 꾸미기 위해 쓴 동화입니다. 으스스하고 무서웠던 예전 도깨비전시관을 철거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랜드처럼 분위기를 밝게 바꾸었지요. 장수 주촌마을에는 논개 생가지가 있고, 바로 그 위에 장수도깨비전시관이 있고, 그 위에 기품 있는 한옥 단지도 있어요. 장수도깨비전시관에 가면 꼬마 도깨비들과 손잡고 노래도 부르며, 재미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엉뚱하면서 장난을 좋아하는 도깨비 친구들과 유쾌하게 웃으며 지혜롭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꼬마 도깨비들을 환영하며, 박예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