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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 계획에 따라 '늘재 → 경미산 → 밤치 → 문장대 → 중사자암 → 세심정 → 태평교 → 법주사 → 법주사 주차장'의 15.7km를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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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俗離山]
높이: 1,058m
위치: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우리나라 대찰 가운데 하나인 법주사를 품고 있다.
정상인 천황봉(1,058m),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관음봉(982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이 장쾌하다. 봉우리가 아홉 개 있는 산이라고 해서 신라시대 이전에는 구봉산이라고도 불렀다.
속리산은 산세가 수려하여 한국 8경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가을엔 만상홍엽의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고, 겨울의 설경은 마치 묵향기 그윽한 한 폭의 동양화를 방불케 하는 등 4계절 경관이 모두 수려하다.
속리산은 법주사(사적 명승지4호), 문장대, 정2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로 대표된다. 법주사에는 팔상전, 쌍사자석등, 석연지의 국보와 사천왕 석등, 대웅전, 원통보전, 마애여래의상, 신법천문도병풍의 보물 등 문화재가 많다.
문장대는 해발 1,033m높이로 속리산의 한 봉우리이며,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문장대는 바위가 하늘 높이 치솟아 흰 구름과 맞닿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일명 운장대라고도 한다. 문장대 안내판에는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을 전하고 있다.
정2품 소나무는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수령 600여 년의 소나무로, 조선 세조 때, 임금님으로부터 정이품이란 벼슬을 하사 받았다고 한다. 이 소나무는 마치 우산을 펼친 듯한 우아한 자태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세조대왕(1464년)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대왕이 탄 연이 이 소나무에 걸릴까 염려해 '연 걸린다'라고 소리치자 소나무가지가 번쩍 들려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연으로 '연걸이 나무'라고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대왕은 이 나무에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속리산은 산행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산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곳 이어서인지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아든다. 속리산 단풍은 설악이나 내장산과 같이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다.
1,033m높이의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신선대 휴게소에서 주변 풍광으로 청법대 바위의 웅잠함에 감탄하게 된다.
신라 헌강왕 때 고운 최치원이 속리산에 와서 남긴 시가 유명하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사람은 도를 멀리하고/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으나/속세는 산을 떠나는구나"(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우암 송시열은 속리산 은폭동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양양하게 흐르는 것이 물인데/어찌하여 돌 속에서 울기만 하나/ 세상 사람들이 때 묻은 발 씻을까 두려워/자취 감추고 소리만 내네"
인기 명산[10위]
법주사, 문장대, 정2품 소나무 대표되는 속리산은 법주사 입구의 울창한 오리 숲, 기암괴석이 즐비한 수려한 경관에 단풍 또한 장관이다. 단풍이 절정인 10월에 많이 찾으며 봄에도 인기 있다. 법주사에는 여러 문화재가 많고. 복천암까지의 나들이 코스도 있어 사계절 인기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예로부터 산세가 수려하여 제2금강 또는 소금강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망개나무, 미선나무 등 1,0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1970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법주사(法住寺), 문장대,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정이품송(正二品松) 및 천연기념물 제207호인 망개나무가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국립공원 속리산은 주 능선을 따라 늘재부터 갈령삼거리까지 백두대간 추풍령에서 버리미기재 구간에 속한다. 해서 백두대간 종주가 목표라면, 꼭 지나야 하는 능선이다. 그런데 늘재부터 문장대까지는 보호가 목적인지, 위험해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후자가 아닐까 추측), 법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구간이다. 말인즉 등산로는 있는데, 통행을 불허한 비법정 탐방로라는 거다. 해서 무조건 종주하려는 대간꾼이라면,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무는 한이 있더라도, 그 구간 산행을 감행한다. 해서 백두대간 종주를 계획하는 안내산악회도, 그나마 단속의 걸릴 확률을 줄이기 위해 무박 산행, 즉 새벽에 그 구간을 통과하는 산행을 감행하기 때문에 종주 팀이 북진이든, 남진이든 속리산 구간은 무박 산행으로 새벽에 늘재에서 시작해 피앗재 또는 갈령삼거리에서 끝내는 남진을 한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국립공원에는 이렇게 무박으로 통과해야 하는 코스가 꽤 있다.
백두대간 연결 산행을 시작한 이상 나 또한 예외일 수가 없는데, 속리산 백두대간 구간 중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는 과거 흥수와 둘이 속리산행 때 이미 달린 구간이라[산행기], 중복된다. 그래도 연결 산행을 시작한 이상 가야만 한다. 해서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 산행이 공지되기만을 기다리며, 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내 상식을 깨트리는 산행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당연히 법적인 문제로 늘재에서 피앗재든, 갈령이든 무박으로 한번에 달리는 산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문장대를 기준으로 둘로 나눠 진행하는 팀을 발견했다. 단속이 없으면 좋고, 걸려 과태료를 물게 되면, 백두대간 입장료라 생각하는 게 대세라더니, 그런 거 같다. 무박 산행을 꺼리는 나야, 비록 비용은 두 배로 드나, 대단히 환영할 만한 계획이다.
다만, 속리산행이라면 당연한 코스나, 백두대간 종주에서는 접속이라 부르는 들머리에서 대간까지 코스가 반복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 구간 산행에서 문장대에서 (화북탐방지원센터일 확률이 높은) 내려갔던 코스로, 다음 구간 산행 때 올라와야 하는 건 무박 산행보다 싫어하는지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박이라 힘들기는 하나, 가성비도 좋은 한번에 달리는 산행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6월 28일 성원을 채우지 못해 8월 16일로 연기된 석화산행이 출발 이틀 전인 8월 14일 다시 성원 미달로 10월 4일로 연기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평일 산행이라 이미 모든 조율이 끝난 상태라, 그 기회를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대안을 찾다가 어쩔 수 없이 속리산 늘재~문장대 백두대간 산행의 몇 개 남지 않은 빈자리 하나를 잡아, 산행을 신청하고, 바로 회비를 입금했다. 속리산의 나머지 구간은 어떻게 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그 늘재에서 문장대까지의 백두대간 속리산 첫 구간 또한 산행 하루 전 우중 산행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인솔 대장이 석화산과 같은 10월 4일로 연기했다. 같은 날 산행하기로 했다가, 연기한다면 다시 같은 날이 되는 게 이상할 건 없다. 10월 4일 두 산행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는 나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 어쨌든 8월 16일은 이런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대중교통을 이용한 천고지 중 하나인 횡성 오봉산을 다녀왔다[산행기]. 이후 10월 4일 같은 날 잡힌 두 산행 중 하나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라, 뭘 취소할지 고민하다가, 처음 발견했을 때와 달리, 석화산행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하고, 속리산 둘째 구간은 화북이 아니라 장각폭포 방향에서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미련 없이 석화산행을 취소했다.
부연하자면, 인솔 대장과 기사에게 부탁해 산악회 버스에서 내리는 걸, 화북 주차장이 아니라, 장각폭포 입구로 하면 된다. 그리고 장각폭포 코스로 천왕봉에 오른 후 갈령으로 내려가면, 문장대~천왕봉의 불필요한 중복 구간을 피하고, 궁금했던 장각폭포 코스도 탐방하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거양득(一擧兩得) 산행이다. 아니, 피하고 싶은 무박 산행도 안 하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다. 거기다, 나와 비슷한 산행 철학을 가진, 이 산행 인솔 대장과 백두대간 구룡령~조침령을 함께 달린 후, 하산주를 같이 하며[산행기], ‘화북으로 내려갔다가, 다음에 화북에서 올라오는 것도 짜증 나는데, 날머리에는 하산주할 곳도 없지 않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이 고정 관념을 깨는 '그래서, 법주사 쪽으로 하산한다!'라는 것이다. 고로 산행 후, 하산주도 할 수 있는 일거사득(一擧四得)이다. 왜, '문장대에서 화북 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한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을까?
추측이나, 국립공원 공단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막은 밤치에서 문장대까지의 암릉 구간을 대낮에 통과하고 싶었다. 즉 바위 능선의 절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다. 과거 삼총사가 속리산 칠형제봉 산행 후 문장대에서 암릉을 따라 하산하다가, 중간에서 오송 폭포 방향으로 하산했다[산행기]. 내 메모리에는 바위 능선 중간에서 하산한 거로 저장된 상태라, 전체 암릉을 달리고 싶었다. 사실 이게 백두대간 늘재~문장대 구간 산행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까만 소 100+ 중 하나인 석화산은 앞으로 계속 나올 산행이라 보여, 미련 없이 취소하고 일거오득(一擧五得)의 늘재~문장대 산행을 선택했다.
(추측이나) 국립공원 공단에서 암릉이라 위험해 등산로를 막은 구간의 산행이라, (그래서 8월 16일 강행하지 않고, 10월 4일로 연기한) 바위 능선을 쉽게 오르고 내리기 위해 불필요한 건 모두 뺀 최대한 가벼운 배낭으로 산행할 예정이다. 물론 법주사 입구 식당에서 하산주겸 늦은 점심을 먹겠지만, 체력 유지를 위해 양재에서 김밥을 사는 건 어쩔 수 없고. 다만, 기상청 날씨누리 중기예보에 의하면 산행 하루 전인 10월 3일 월요일부터 당일인 10월 4일 화요일까지 속리산 부근에 비가 온단다. 즉 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는 거다. 해서 산행 하루 전까지 지켜봐야 강행 여부를 알 수 있다. 또 연기하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물론, 이미 찾아놓았다. 백두대간 연결하기 쉽지 않다!
2 - 1
연휴 후 첫 출근 날이라 붐비는 지하철로 양재로 향하다가, 중요한 것 중 하나를 안 들고 왔다는 게 기억났다. 미니 스패츠, 충전 케이블, 슬리퍼 등 버스 내에서 사용할 것들이 들어 있는 보조 파우치다. 평소라면, 산행 전날 배낭에 넣어 두는데, 비가 예고된 상태라, 당연히 연기할 거로 생각하고 전혀 산행 준비를 안 했다. 그러다가 전날 늦은 시간까지 산악회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없어,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깜빡했다. 다른 건 다소 불편할 걸 참으면 문제가 없으나, 비가 내리는데 미니 스패츠가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등산화에 비가 들어가는 걸 100% 막지는 못해도, 최소 80~90%는 막아준다. 그리고 산에서는 등산 앱으로 길을 찾을 때와 만약의 상황에서 연락을 위해 핸드폰이 대단히 중요한데, 버스에서 충전을 못 하며, 그 또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어, 마른 등산화는 포기하고, 핸드폰은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은 일요일 석화산행 때 비가 내려, 파우치에 있던 우산을 꺼내 사용 후,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둔 게 배낭 정리를 안 해 그대로 있다는 거!
휴일에는 불광역에서 5시 57분 열차를 타나, 평일에는 그 시각에는 열차가 없고, 가장 가까운 게 6시 정각이다. 개인적으로는 평일 열차 시간이 양재역 도착이 6시 43분경이라 마음에 든다. 6시43분에 양재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며 보니, 김밥을 파는 청과물 가게가 영업 중이다. 쉬는 날이 없는 거 같은데? 가게에서 김밥 한 줄 사서 들고, 12번 출구로 나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서, 등산객이 별로 없어 비어 있는 서초 구청 석축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김밥을 배낭 속 디팩에 넣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둘러보니, 외교원 정문 쪽에 꽤 큰 캐리어를 끌고 온 여행객이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숙박, 여행인 거 같은데, 어디를 가는 걸까? 오지랍 넓게 별걸 다 추측하고 있는데, 6시 50분발 진안고원길행 버스가 2분 늦게 도착했다. 이어 7시 1분에 정각발 백두대간 늘재행 버스가 도착했다.
깜빡하고 보조 파우치를 안 가져왔으니, 따로 분리할 것도 없이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인솔 대장과 인사를 나눈 후 차에 탔다. 화요일 산에 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이 종주 팀과는 첫 산행인데, 그래도 서너 명은 눈에 익어, 눈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어 깨어보니, 비가 내리는 금왕 휴게소다. 우산 쓰는 것도 귀찮아, 모자를 눌러쓰고 버스에서 내려 먼저 볼일을 보고,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로 가, 미니 스패츠와 충전 케이블을 사, 두 가지 고민거리를 해결했다. 그리고 휴게소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 공원 입구에 '한남금북정맥과 향토 시인의 길'이라는 문패가 있다. 한남금북정맥이라면 제천과는 전혀 관련 없는 정맥 아닌가? 무언가 관련이 있으니, 휴게소에 문패를 달았을 거로 생각하고, 버스로 돌아가 다시 잘 자세를 취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준다. 물론 필요한 사람만. 그런데 이 산악회에서 대장이 지도를 나눠주는 모습은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번 백두대간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익히 아는 얘기들인데, 다만, 속리산 주 능선의 암릉 구간은 비 때문에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하긴 8월 16일 산행을 전날 내린 비 때문에 10월 4일 오늘로 연기했는데, 오늘은 비에 젖은 게 아니라, 비가 내리는 중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바위 능선에 들어서는 시점에는 비가 그친다는 일기예보다. 어쨌든 서두르다가 사고가 나지 않게 비를 참작해 소요 시간을 30분 연장해 7시간 30분으로 한다고 공지했다. 다시 취침 분위기로 들어섰으나,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읽다가 가끔 지도 앱으로 현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다, 창밖으로 익숙한 마을이 보일 때 휴게소에서 산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산행 준비를 마쳤다.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들머리인 늘재를 향해 달린 버스는 9시 52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도착 5분여 전에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마감 시각을 5시 30분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추가로 빠른 사람은 6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구간이라 언급하는 바람에, 그럼 정상 소요 시간인 7시간에서 1시간 30분 전인 3시 30분까지 주차장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문제는 이번 구간의 정확한 거리를 모르고 있다는 거다. 거리를 알아야, 목표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속도로 달려야 하는 가를 알 수 있는데, 그걸 모른다. 이번과 같은 코스로 달리는 예가 거의 없어 참고할 산행기도 거의 없다. 해서 어디선가 본 기억으로 대략 14km로 잡았다. 그럼 2.5km/h로 달려도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틀렸다!
2 - 2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버스에서 내려 세 번째 방문인 늘재의 표지석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른 대간꾼이 비를 맞으며 등산 준비하는 가운데, 먼저 문장대를 향해 출발했다. 목책이 설치된 들머리 입구에는 국립공원 공단에서 설치한 "출입금지" 경고판이 붙어 있다. "늘티 - 밤티" 구간이다. 초행이라 정확히는 모르나, 이 구간은 특별히 위험한 바위 능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등산객을 막는 걸 보면, 생태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도에는 늘재, 밤티재로 표기하고 있는데, 경고판에는 늘티, 밤티로 표기하고 있다. "재"와 "치"는 같은 의미라 문제가 없는데, 얼마 전까지 "티"가 경상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걸 보고 사투리 정도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찾아보니, 애초 "티"가 구개음화를 거쳐 "치" 바뀌었다는 게 정설이다. 어설프게 '티'가 아니라 '치'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틀렸다.
출입 금지 경고를 무시하고 백두대간 늘티에서 문장대 구간 산행을 위해 목책 너머로 발을 내딛는 순간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무법자다. 다른 대간꾼이 준비하는 중이라, 준비라곤 휴게소에서 산 미니 스패츠 착용이 다라,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이미 준비가 끝난 내가 선두에서 대간 산행을 시작했는데, 10여 미터를 가자마자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대간꾼은 비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했으나, 있는 장비도 가져오지 않은 내가 선두에서 숲을 통과하자, 그동안 내린 비를 잔뜩 머금고 있던 수풀이 그 모든 걸 내게 쏟아부었다. 내리는 비도 감당이 안 되는데 수풀이 머금고 있던 비까지 뒤집어쓰는 꼴이다. 해서 선두로 달리고 싶어하는 준비가 철저한 대간 선두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뒤에서 따라갔다.
그렇다고 수풀이 머금은 모든 물을 선두가 다 쓸고 가는 것도 아니라, 하체가 서서히 젖어 들기 시작할 즈음 이런 때를 대비해 배낭에 늘 넣어서 다니는 치마형 우의가 떠올랐다. 있는 것도 사용을 못 한다. 어쨌든 서둘러 그걸 꺼내 하체에 둘렀다. 비록 비가 12시가 넘어 그쳤지만, 그 덕에 산행 끝까지 뽀송뽀송 등산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휴게소에서 산 10,000원짜리 미니 스패츠와 온라인으로 산 같은 금액의 치마형 우의 조합이 우중 등산화에 비가 들어가는 걸 막는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산행을 시작하고 15분 정도 가자, 작은 봉우리 앞에 출입 금지 팻말이 서 있다. 앞의 목책에 있던 경고판과 달리 거기에는 '눌재 ~ 밤티재 ~ 문장대 구간'이라 적혔다. 눌재나 눌티, 눌치, 문제가 없는데, 다만, '늘'이 아니라 '눌'이다. 밤티재는 그야말로 난센스다. 그대로 풀이하자면 밤 고개, 고개다. 그런데 지도는 또 제대로 표기하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고 낮기는 하나 그나마 처음으로 봉우리에 올라 주위를 둘러봤으나, 비구름 속에 갖힌 형상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서 조망은 포기하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기로 했다. 그렇게 30여 분을 달리자, 갑자기 등산 앱이 봉우리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봉우리? 확인해 보니, "경미산"이란다(이 글을 쓰며 경미산에 관해 찾아봤는데, 어떠한 소개 글도 없다). 메시지는 정상 반경 50m 내에서 나오는 거라 아직 정상은 아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밧줄이 설치된 암릉을 올라야 했다. 이번 산행 첫 암릉이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해 주위를 다 둘러봤으나, 정상석은 기대도 안 했지만, 대간꾼이 매단 명패조차 없다. 그래도 고도가 궁금해 등산 앱으로 확인해 보니, 675m다. 경험상 10m 내외의 오차가 있다.
늘재에서 올라올 때는 알아채지 못했는데, 속리산 국립공원 내라 그런지, 경미산 역시 바위 봉우리고, 밤티로 향하는 길은 암릉이다. 그 바위 능선으로 15분가량 내려가자 간혹 차량 엔진 소리가 들리고, 저 아래로 도로도 보인다. 밤티다. 그런데 이 하산길이 심상치 않다. 급경사에 비까지 내려서 미끄러워, 본의 아니게 뛰어내려간다. 그리고 등산로 끝에 도착해 보니, 철망이 가로막고 있다. 아무리 무법지대라고 해도 이 정도의 철망으로 막고 있는 건 다른 곳에서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대간꾼이 여기를 통과하는 걸 보면, 어딘가에 개구멍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선두 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들도 철망을 따라 내려가며 개구멍을 찾다가, 발견하지 못했는지, 담치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면 굳이 저 아래까지 내려가 월장할 이유가 없어 난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바로 담치기했다.
한 번의 담치기로 끝난 게 아니라, 다시 철망이 가로막고 있다. 해서 가까이 다가가 너머로 등산로가 있는지 살펴봤는데, 없어서, 위로 올라갔다. 사실 담치기 후, 밤티 정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고개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상식적으로 대간 산행이란 능선을 따라가야 하는데, 능선이 아닌 엉뚱한 곳에 길이 있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왜 철망을 설치했는지 이유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다. 그럼 그렇지, '로드킬 저감 시설'이란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법 없이 사는 두발짐승도 포함할 거다. 앞서가는 선두 그룹을 보니, 넘어가는 길을 알고 있는 거 같다. 그리고 마침내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속리산 국립공원, 속리산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황당한 건 고개 정상에 능선을 이어주는 생태 다리가 있다. 저 다리가 대간이자 밤티다! 아주 당연히 저 다리로 대간 산행을 해야 하는데, 왜? 두 개의 철망을 넘어 다니는 걸까? CCTV? 언제부터 그걸 무서워했다고? 참고로 산행 후 인솔 대장과 하산주 2차를 하며, 생태 다리에 관해 얘기했는데, 모르고 있었다.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속리산으로 들어서 능선, 즉 대간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생태 다리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는지 확인했다. 있다! 그것도 아주 상태가 좋다. 네발짐승과 요원이 다니는 길로 보이기도 하고. 대간이 생태 다리로 이어진다는 걸 확인하고 방향을 바꿔 본격적으로 문장대로 향하는데, 저 앞에 철 기둥이 보인다. 그 정상에는 CCTV가 있고. 등산로는 그 앞으로 지난다. 물론 우회로도 있고. 감시가 있으면 피해주는 것도 감시자에 대한 예의라, 우회로를 따라 CCTV를 빙 돌아, 계속 전진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문장대를 향하며 보니, 관리를 하지 않는 걸로 보이는 무덤이 길목에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오르자, 배가 슬슬 고파온다. 해서 시간을 확인했다. 정확하다. 11시 28분이다. 볼 것도 없이 양재역에서 산 김밥을 꺼내 먹으며 전진했다. 역시 내 입에는 1,700원짜리 ‘애란네 야채김밥’이라 부르는 기본 김밥이다!
김밥을 꺼내기 전에 이미 비는 그치고, 햇볕도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로부터 등산화를 보호하기 위해 두르고 있던 치마형 우의로 더워지기 시작했으나, 우의를 말리기 위해 그냥 입고 있었다. 그 상태가 지속되자, 더는 못 버틸 상황이고, 물기도 싹 말랐다. 해서 언덕에 올라, 배낭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쳐 놓고, 일기예보도, 하늘도 더는 비가 내리지 않을 거 같아 우의를 벗어 배낭에 넣는 등, 복장을 다시 추슬렀다. 더위도 더위지만, 앞으로 닥칠 바위 능선 구간에 치마를 입고 통과하는 것과 다름없어 걸리적거리는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삼각대 없이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이용해 사진 찍는 방법을 연구했으나, 실패했다. 아지트에서 셀카봉과 가벼운 삼각대를 본 거 같은데, 찾아보기로 하고, 산에서 타이머를 이용한 사진 찍는 건 포기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그게 떠올라 찾아봤다. 그리고 아주 만족할 만한 걸 찾았다. 물론 테스트도. 산과 관련해 없는 게 없는 아지트다!
복장을 다시 정비하고 문장대를 향해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에 햇볕이 내리쬔다. 그리고 숲 사이로 보이는 속리산의 모습이 절경이다. 해서 전망대를 찾아보니,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큰 바위가 있어 거기로 올라가, 비 온 후 속리산의 절경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겼다. 전망대에서 넋을 잃고 구름의 움직임과 절경을 감상하고, 다시 등산로로 내려와 위로 오르자, 간혹 암릉이 나타나기는 하나, 대한민국의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는 수준이다. 가끔 나오는 암릉을 넘기도 하며, 계속 올라 12시 17분에 눈에 익은 갈림길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감이 잘 오지 않았으나, 여기저기 둘러보고 나서 2021년 삼총사가 칠형제봉에 오른 후 주 능선의 바위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이 갈림길에서 화북탐방지원센터로 하산했었다[산행기].
그럼 내가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왠지는 모르나, 당시 바위 능선 끝이 아니라, 중간에서 하산한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서 하산했다면, 주요 바위 능선은 다 탄 후에 내려갔다. 물론 거꾸로 올라오며 확인한 사실이다. 왜?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당시 산행기를 보니, 그 글도 바위 능선 끝에서 하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디서부터 기억이 왜곡됐을까? 어쨌든 당시에 주요 암릉 구간은 다 탔으니, 이번이 초행이 아니다. 다른 게 있다면, 당시는 하산, 지금은 등산! 등산로상에 나타난 작은 바위문을 통과하자 암릉이 시작된다. 당시에는 바위 능선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문이었다. 그 문을 통과하자 첫 번째 밧줄이 반겨준다. 그런데, 당시는 하산이라 미처 몰랐는데, 오르려고 보니, 옆에 구멍이 있다. 상태로 봐서는 굳이 밧줄을 잡고 오르지 않고, 그 구멍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런데 위쪽이 어떤지 보이지 않아, 일단 밧줄을 잡고 오른 후 위에서 아래 방향을 확인했다. 예상대로다. 그 구멍으로 올라올 수 있다. 물론, 내려갈 수도.
주 능선의 암릉 자체가 죽 이어지는 전망대지만, 비구름 속에 갇힌 형편이라 보이는 게 없다. 2021년에는 폭설에 갇혀 조망이 막혔는데, 산신에게 잘 못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절경을 보여 주지 않는다. 다만 저 아래로 성불사가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바위 능선 구간에 주변이 보이지 않으니 글로 쓸 것도 없다. 다만, 구름에 갇혀 가끔 길이 아닌 곳은 바위를 따라 위로 갔으나. 어디로 가도 암릉이라, 산악회 리본이 보이는 길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열심히 사진을 찍고, 동영상으로 기록할 뿐이다. 이미 2021년 내려왔던 구간이라, 초행과는 달리 어떻게 가면 되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강한 비바람과 폭설에도 꿋꿋이 푸르름을 유지하며 버티는 소나무를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문장대를 향해 달리다가, 절벽에 올라 바위에 고인 물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2021년 산행기를 보니, 봉 감독이 찍은 같은 사진이 있다. 1시 19분에 비좁은 암벽 틈 사이를 눕다시피 해서 통과하고 나자, 바위 능선이 끝나고, 조리대 숲이다. 주 능선의 암릉 구간이 끝났다. 2021년에는 하산, 2022년에는 등산했는데, 앞으로 다시 여기 올 일이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 조리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저 앞에 철 기둥이 보인다. CCTV다! 문장대가 멀지 않았다. 입장료 없이 속리산을 즐기려면 여기서부터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감시자에 대한 예의로 직진이 아니라 CCTV를 우회하는 길을 따라가자, 저 앞에 목책이 보이고, 그 옆 바위틈 사이로 올라가는 게 가능해 보여 그 방향으로 올라가서 보니, 헬기장이다!
비구름에 갇혀 반경 10m 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른쪽에 쇠가 부딪히는 소리, 내용은 모르겠지만, 사람의 대화 소리도 들린다. 갑자기 불안해진다. 대화가 똑똑히 들린다면 대화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강한 바람 소리에 묻혀 확인이 안 된다. 와중에 쇠가 부딪히는 소리는 무언가 공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헬기장 한쪽에는 사다리도 있고. 그럼 요원이 아니라 공사장 인부일 확률이 높으니 무시하고 가자고 결론 내리고 다시 목책을 넘어가자, 문장대로 올라가는 철계단 코앞이다. 그리고 철계단에서 내려오는 노소의 스님 둘이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나, 말소리는 선두로 달리던 대간꾼과 두 스님의 대화였고, 쇳소리는 등산객이 철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였다.
목책을 넘어 입장료를 내지 않고, 법 없이 사는 무법의 세계에서 법을 지켜야 하는 세계로 들어왔다. 제일 먼저, 저 앞에 보이는 거대한 크기의 문장대 정상석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이후 문장대를 올라갈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이미 두 번이나 올랐고, 오늘은 특히 비구름 속이라,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어, 올라가 봐야 뭐하나 라는 생각과 10월 30일 속리산 종주 때 다시 올 예정이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 1시 34분, 마감인 5시 30분까지는 거의 4시간가량 남았다. 그리고 문장대에 3번 오르면 극락에 간다니, 힘들게 무박 산행하는 10월 30일 문장대를 지나치기로 하고, 철계단으로 문장대에 올랐다. 문장대에는 '속리산 국립공원의 주요 봉우리'라는 사진이 반겨주는데, 1~2m 앞도 안 보이는데, 저 멀리 있는 봉우리야 더 말해 뭐하겠나? 해서 그 사진을 배경으로 셀카 몇 장 찍고 바로 내려왔다. 어쨌든 이번 방문으로 극락의 한자리는 내 거다!
문장대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다시 내려와 주변의 등산객에게 부탁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나서, 떠나려고 보니, 과거의 정상석이 눈에 띄었다. 깜빡했다. 내가 좋아하는 정상석은 이거다. 그리고 또 사진을 부탁하기 그래 정상석 옆에 앉아 셀카를 찍기는 했는데, 사진이 영 마음에 안 든다. 역시 삼각대가 필요하다. 끝으로 두 정상석과 비구름에 가린 문장대를 사진으로 남기고, 거기를 떠나,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거의 데크 계단으로 되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목도 마르고. 분명 점심을 먹었고, 땀도 흘리지 않았는데, 해서 배낭에 뭐가 있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 석화산행 때 들고 갔다가 그대로 들고 온 오이가 있다는 게 떠올라 꺼내 먹으며 내려갔다. 물론 산행 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이번에 다시 들고 온 거다.
단풍이나 주변의 경치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기며 내려가는데, 훼손지 복원 지역이라는 안내문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냉천골 휴게소’ 자리다. 2018년 흥수와 둘이 처음 속리산에 왔을 때 주요 지점마다 있는 휴게소를 보고 감탄하며, 속리산이 법주사 영토라, 국립공원 공단이 손을 못 대고 있는 거 같다고 얘기한 기억이 나는데, 아니었나? 해서, 속리산은 물 한 통과 두둑한 지갑만 준비하면 오를 수 있는 산이라고 산행기에 썼는데, 당시에는 맞았으나, 현재는 틀리다[산행기]! 2시 12분에 중사자암 갈림길에 도착해 어디로 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법주사로 바로 내려갔다. 와중에 훼손지 복원지를 한 곳 더 지나고, 분명 돌계단이 있음에도 데크 계단을 설치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하는 구간을 지나며 보니, 낙석 위험 때문이란다.
2시 33분에 문장대까지 마지막 휴게소라는 곳을 지나며, 이 휴게소는 어떤 연줄을 가졌기에 철거를 면했을까 추측해봤는데, 차량을 세울 주차장까지 있는 거로 봐서는 보통 백은 아닌 거 같다. 그 휴게소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자 2018년 본격적인 산행 전에 동동주를 마셨던 세심정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평일이라, 관광객이 없어 영업하는 거 같지는 않아, 그냥 지나치며, 그 앞의 계곡으로 가서 영상을 찍었다. 이후 당시에도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계곡을 따라 설치한 '세조길'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중간에 세조가 피부병 치료를 위해 목욕을 했다는 목욕소 등도 동영상으로 남겼다. 3시 12분 저수지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저수지가 만드는 폭포는 동영상으로. 그렇게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내려가 마감 2시간 전인 3시 23분에 법주사에 도착했다.
2018년 당시는 버스 시간과 하산주에 밀려 법주사를 지나쳤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고, 남는 게 시간인 이번 산행에는 법주사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하고 금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자, 왼쪽으로 거대한 금동미륵입상이 서 있다. 이 불상이 법주사에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먼저, 미륵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보물 냄새를 풍기는 앞에 있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건물로 갔다. 예상대로 국보다. 법주사 팔상전이다. 외우기는 했는데, 그 법주사가 여기고, 그 팔상전이라는 걸 실제 보고 있다. 내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단무지가 아니라, 당연히 내부도 확인했다. 물론 천장도. 팔상전 내부 조사가 끝나, 건물을 돌아가자, 외웠던 이름까지 기억나는 익숙한 게 보인다. 쌍사자 석등! 당연히 국보! 얘도 여기 소속이었다. 도대체 이 절에 보물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쌍사자 석등 뒤, 대웅보전 앞에 사진에서 많이 봤던 게 또 있다. 내 기억으로는 저것도 보물급이다. 가까이 다가가 설명을 보니, 사천왕 석등으로 보물 15호다. 그리고 보물 915호 대웅보전, 물론 본존불을 보기 위해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앗, 셋이다! 본존불이 셋인 건 처음이다. 어쨌든 보물 1360호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이다. 어떤 보물이 더 있을지 궁금했으나, 본존불에게 신고했으니, 목적은 달성했다. 해서 뒤돌아 나오면서 범종각을 사진으로 남기고, 절에 가면 반드시 하는 절차인 물맛을 보기 위해 찾았다. 절 한쪽에 거대한 석조 잔이 있고, 그 옆에는 물을 떠먹을 수 있게 바가지 여러 개가 걸려있다. 멀리서 보고, 고인 물을 떠 마시라니, 얘들 정신이 있는 거야 했지만, 생각은 하는 사람일 거라 믿고 가서 보니, '감로수'라 음각된 잔 중앙에서 물이 끊임없이 솟아올라, 잔 밖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감로수 맛은 어떤지 옆의 바가지로 한 모금하고 법주사를 떠났다.
법주사 옆에 '석조여래좌상'이라고 쓴 큰 안내문이 보이는 수정암이 있어, 그 방향으로 갔다. 당연히 좌상도 보고 암자를 지나 주차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참선 중이라 외부인 출입 금지라 좌상은 구경도 못 했고, 암자를 통과해 주차장으로 가는 길도 없었다. 고로 법주사 입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돌아버리는 순간인데, 옆에 흐르는 개천을 건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려갔다. 예상대로 징검다리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내린 비로 징검다리 위로 물이 흐른다. 욕이 나오는 순간이다. 무시하고 펄쩍펄쩍 뛰어 건널까 하다가, 우중 산행에도 악착같이 뽀송뽀송하게 유지하고 온 등산화를 막판에 개천에 빠트리고 싶지 않아, 포기하고 법주사 앞 다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3시 47분에 법주사 일주문을 통과해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좌우 식당가의 길이가 상상을 초월한다. 대형버스 주차장은 식당가 끝, 고속버스 터미널과 같이 있는데, 4시 8분에 도착했다. 일주문에서 20분이 넘는 거리다. 그럼 식당가가 거의 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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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암에서 생각과는 다른 결과에 약간 혼란스러운 가운데, 법주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날 기다리는 버스가 주차한 곳을 향하는데, 이정표를 비록 어떠한 정보도 없어, 소형 주차장 주차 요원에게 대형 주차장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근처일 거로 생각했는데, 돌아온 답은 이 길로 죽 내려가라는 거다. 해서 조금만 내려가면 될 거라 알아듣고, 인공 폭포도 지나고, 주린 배를 산채 음식이 유혹해도 날 기다리는 버스를 생각하며 내려갔다. 와중에 일단 먹고 가라는 강한 유혹에 넘어갈 뻔한 게 서너 번이나, 배를 채우는 게 우선이라는 거와 최악을 고려해 버스의 위치를 확인한 다음이라는 거 사이의 싸움에서 후자가 이겨 버스 터미널, 대형차 주차장까지 갈 수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배낭은 버스 옆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레인 커버를 벗기고 던져뒀다. 그리고 평소라면 버스에 타서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지만, 들고 오지 않았으니, 버스를 탈 이유가 없었다. 해서 수건 한 장만 들고 식당가를 향해 다시 올라가는데, 먼저 도착한 대간꾼이 다가와 식사하러 가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같이 가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지만, 가장 먼저 도착해 배가 고픔에도 혼밥이 싫어 누군가 도착하기를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는 사람에게 싫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해서, 법주사 부근 맛집이 아니라, 가장 맛없다는 버스 터미널 부근 문을 연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식당가와 다를 바 없는 메뉴나, 지금 당장 가능한 건 산채비빔밥밖에 없다는 말에 버리고 갈까 하다가, 극락도 예약했는데 부처가 되자는 생각으로 같이 산채비빔밥을 주문했다. 이후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니 동동주가 기다린다.
산채비빔밥에 동동주는 내 기준 배 터져 죽으라는 소리라,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외에는 같이 하지 않는 조합인데, 계속 동동주를 권한다. 한잔 사겠다는 사람같이. 물론 한잔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소주를 버리고 동동주를 받아 마셨다. 당연히, 알코올이 부족해 술술 잘 넘어간다. 그렇다고 시작한 마당에 소주를 더 주문할 수도 없어, 극락이 내가 갈 자리라, 십자가를 지든 부처가 되든 뭐든 하겠다는 심정으로 산채비빔밥과 동동주를 같이 먹는데, 죽을 맛이다. 와중에 조금 늦게 도착한 인솔 대장이 백두대간 같은 기수와 뒤풀이하다가 내 모습이 처량해 보였는지, 이슬이를 권하고, 나중에는 아예 이슬이 한 병과 버섯전골을 퍼다 준다. 혼술주의자를 끌고 온 주동자 덕에 셋이 동동주 두 병을 마신 후 분담 계산하고, 유쾌하지 못한 하산주 타임을 마쳤다.
거의 5시가 다 된, 조금 늦은 시각에 하산주를 시작하며, 식당에 있던 등산객에게 버스가 조금 늦게 출발하는 걸 양해해 달라고 했던, 종주팀 핵심 회원 10여 명이 마감 5분 전에 먹던 걸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술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나야, '30분만 연장합시다.'라고 요청할 때 '그러시죠' 했으나, 문제는 식당이 아니라 버스에서 기다리는 등산객이라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궁금했는데, 연장해달라는 얘기 자체가 농담이었다. 이미 인솔 대장이 준 술까지 다 마셔 심심하던 나와 예상치 못한 대간꾼 덕에 정산도 못 할 정도로 정신없던 미인 주인장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둘이 농담 따먹기 하고 있던 때라 우리 식탁도 그들을 따라 버스로 갔다. 물론 계산은 그 이전에 하고, 중주팀 핵심 인원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공지된 마감보다는 5분 늦게, 예상보다는 대단히 빠른 5시 35분경 속리산 법주사 대형 주차장을 떠난 산악회 버스는 6시 48분에 천안 삼거리 휴게소에 들렸다. 물론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해서야 알았다. 휴게소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 다시 버스에서 잠이 들어, 죽전 간이 정류장에 승객을 내려줄 즈음에 깨, 7시 57분 양재역에서 내렸다. 애초 이번 산행에 동참할 때 양재에서 한잔하자고 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국립외교원 앞에서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라 시원섭섭했는데, 외교원 담장이 꺾인 곳에서 짐을 정리하던 대장일 날 보더니 한 잔 더 하잖다. 어느 순간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양재 국밥집으로 가 2차 하산주를 했다. 여기서 오고 간 웃지 못할 얘기가 많지만, 여기서 줄이고, 다만 그 때문에 10월 12일 무박으로 이미 오른 백두대간 점봉산이 있는 남설악 구간을 다시 달린다. "나무꾼과 선녀"에서 기다리는 백숙을 위해[산행기]!
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 계획대로 '늘재 → 경미산 → 밤티재 → 문장대 → 세심정 → 태평교 → 법주사 → 법주사 주차장'의 18.29km(트랭글)를 6시간 28분 동안 달렸다. 이동 6시간 26분, 휴식 2분! 법주사 내에서 돌아다닌 1km, 20분 포함!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문장대를 2018년, 2021년에 이어 이번까지 3번째 올랐으니, 극락에 한자리 예약했다!
역시 국립공원은 사람을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다. 오랜만에 바위 능선을 마음껏 즐겼다.
주 능선상의 바위 능선은 2021년에는 하산, 이번에는 등산인데, 두 번 다 날씨가 좋지 않아, 주변 절경을 볼 수 없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다.
첫댓글 속리산 문장대 이번 산행에 스토리가 많구만...
나도 늘재에서 문장대까지 낮에 가 보고 싶었는데 부럽구만...어쨋든 식당은 잘 못 찾었어.
식당이 옥의 티였고, 나머지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