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차량 번호판에는 하와이주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연한 색깔로 둥그렇게 바탕에 깔려 있다.
그리고 호놀룰루에는 Rainbow Castle, 즉 무지개성이 있다. 이 성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 얘기는 끝으로 돌리고 잠시......
집사람과 몇일 전에 아들이 보내 주는 칠순 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 왔다. 봄에는 딸네와 함께 여행을 갔다 왔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애들을 서넛쯤 더 낳았을텐데......ㅎㅎㅎ.
여행에는 관광과 쇼핑, 먹거리등 즐기는 일 외에 가끔 마음을 적시는 감동의 에피소드가 따라 오기도 한다.
그 자그만 일탈이나 기억이 오히려 본래의 여행 추억보다 더 짠하게 남는 것은 왠일일까?
연초에 멕시코 등 중미 여행 말미에 있은 쿠바에서의 심쿵한 얘기가 떠오른다.
쿠바에는 외국인이 쓰는 돈과 자국민이 사용하는 돈이 구분되는, 두 가지 화폐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관광객이 조금 더 쓰라는 의도인 것 같다.
나는 자유(배낭) 여행을 나서면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는데, 그 날따라 동반자 없이 혼자서
아바나 근교를 잠시 다녀 올 계획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요금을 어떻게 내야 하나 하고
한참을 망서리고 있었는데, 내 속내를 읽기라도 한듯 60에 가까와 보이는 쿠바 아주머니가 서투른 영어로
말을 걸어 오며, 자국민이 쓰는 동전 한 잎을 내밀면서 웃음어린 호의를 베풀어 왔다. 고마움을 표시하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교육 관계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같이 있는데 잠시 후에 다시,
갔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 와야 하지 않느냐며 온기 서린 동전을 다시 한 잎 건네는데 왠지 순간적으로 돌아 가신 어머니한테
느꼈던 뭉클한 정이 솟아 올라 잠시 말을 잊었던 기억이 난다. 자그마한 체구의 그 아주머니는 지금도 가끔 아름다운 쿠바의
추억으로 망막에 선하게 그림자를 남긴 채, 그리운 마음과 함께 사람사는 곳 어디든 모두가 사해동포라는 여행의
참맛을 되새기게 해 주곤 한다.
이번 하와이 여행에는 처음 이틀은 날이 좋았지만, 이후론 계속 가랑비가 뿌려댔다. 그래서 비 멎은 후의 무지개는
보지를 못했다. 그래도 무지개성은 그대로 건재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성의 주인은 하와이 교민사회에서
후덕한 정을 나누고 살아 온 사람으로, 내가 만난 여러 사람에게 물어 보니 이구동성 그 분의 훌륭한 인품을 기리며
칭송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건강하시던 분이 年前에 갑자기 타계하신 것이 마음 아프다고들 입을 모은다.
내가 70년대 초에 처음 미주로 출장을 가면서 L.A.에 들르니, 교민사회가 거의 둘로 나뉘다 싶이 화합이 잘 안 된다고
해서 가슴 아픈 적이 있었는데, 말 많은 교민들 간에,이번에 모처럼 고인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정이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같이 충만해 있는 걸 보니 정말 가슴이 뿌듯해 옴을 느꼈다.
무지개성은 여행객이 한번은 꼭 들르는 한국인 선물가게인데, 짜임새나 규모가 제법 잘 갖추어진 곳이었다.
고인의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새 주인에게 넘기게 되었고, 탤런트 송옥숙씨가 가게를 인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내가 가게를 들렀을 때는 본인은 없고,송옥숙씨 언니가 메인 카운터에 있었다. 그 언니도 역시 고인에 대해
감사와 애도로 충만해 있었고, 가게 안의 한 코너에서 조그만 선물을 사면서 아주머니 점원과 고인의 얘기를
잠시 나누니 옛 생각이 나는 듯 찬사와 아쉬움을 얘기하며 눈시울이 촉촉해 지는 것을 보았다.
사람 사는 모습을 대충 부자, 서민, 거지의 형태로 나누어 보면, 같은 부자라도 부자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검소하게 사는 '부자서민', 많은 걸가지고도 인색하고 베풀 줄 모르는 '부자거지'가 있을 수 있고,
서민도 남보다 많은 것을 베푸는 '서민부자; '서민거지', 거지도 '거지서민', '거지부자'가 있는데,
예를 들어, 스코르지 같은 인물은 대표적인 '부자거지'의 한 예가 되겠고, 거지왕 김춘삼 같은 이는 감히
'거지부자'라 호칭해도 괞찮지 않을까 싶다. 아래로 덜 베풀어, 격낮은 호칭을 받는 것 보다,
남에게 분수에 넘칠 것 같이 많은 것을 베풀어, 격 높은 호칭을 받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엔 참으로 '부자거지'도 많은데, 사실 선대의 은혜를 받지 않으면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인데도, 정말 지독하게 이웃에 베풀 줄도 모르고 때로는 '갑질' 비슷한 걸 하며 사는 걸 보면,
정말 불쌍한 생각마져 들 때가 있다.
내가 여기 언급한 무지개성주는 엄청나게 많은 재물이 있어 주위에나눔과 베품을 실천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즉 타고 난 부자는 아닌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러니 서민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주윗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그는 물심양면으로 주위에 골고루 베품과 나눔과 사랑을 전파한 존경받는 부자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진정한 의미의 '서민부자'였던 것이다.
이제 감히 그분의 존함을 밝히고자 하니 그 분은 바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친구 '배 성 근'이다.
P.S.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또한 나도 더 열심히 남은 길을 잘 닦아서 친구처럼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 봅니다.
내친 김에 제 신상 얘기를 좀 하고 마치겠습니다.
12월 거의 한 달은 인도네시아 보르부드르 등을 찾아 아음공부를 좀 하고 올 예정이라
제반 연말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니 양지하여 주시고 새해 들어 뵙겠습니다.
장거리-장기 여행도, 올해 못 가 내년으로 미룬, 파키스탄 훈자마을, 카라코람, 키르키스탄 등의
여행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그만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가평에 농사 일이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아,골프(일칠회)도 좀 쉬어야 할 지 모르고,
다른 모임도 참석률이 훨씬 저조해 질 것 같으니 양해 바랍니다. 젊었을 때는 화면 구석까지 꽉 채우는
서양화를 그려 왔지만, 이제는 몸과 나이에 맞게 여백이 좀 많아도 괜찮은 동양화로 바꾸어 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올해보다 사과가 많이 열리면, 가을에 여러 친구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는 APPLE DAY
(사과도 같이 따고, 잘 못 하고 지낸 게 있으면 서로 사과도 하는 POTLUCK PARTY를 계획해 볼
생각입니다. 우리 집사람도 이젠 힘이 좀 들어 해서 몇십명 먹거리 준비는 좀 힘들어 하는 눈치라,
그냥 되는대로 가져 온 집밥을 벌려 놓고 우리들의 부페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글쎄 그때 가서 보지요.)
그런 APPLE DAY를 구상해 보았는데 하늘이 도와줄 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미리 인사 나누니, 연말 잘들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靑巖 昌 性 謹拜
첫댓글 항상 밝고 활기차게 사시는 청암 선생, 잘 다녀오시구려.
내년 APPLE DAY 때는 본인도 꼭 참석하리다.
청암거사! 여전하시구만~ 12월에 인도네시아 보로브드르 사원을 계획하신다고요? 원교 거사도 보로브드르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또는 가는 길목에 싱가포르도 있고~ 다만 나는12.20~12.26 기간 중엔 싱에 없습니다.
能田^^^싱가포르에서도 밭을 잘 갈고 계시겠지...이번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쳐 멜라카 항에서 인도네시아 두마이 항으로 페리로 건너 가고 여행 말미에 발리에서 바로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아쉽게도 그 쪽을 들를 수가 없군요.
다음을 기약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연말 연시 잘 보내세요...
자신의 병환을 외부에 밝히기싫어 무소식으로 지내다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갔을때는 이미 의사의 최후통보를 접한시기였습니다. 2차례연이어 문안을 갔으나 어떤 도움도 줄수가 없어 하늘의 결정만을 대기하는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2주후에 별세했다는 소식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으로 장례식에 두차례 참석하여 진심으로 착한 일을 많이하고 하와이의 교민들로부터 크게칭송을 받던 고 배성근친구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김국호, 유명환, 김연수, 심영보 등이 조문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