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불우했던 대시인 두보(杜甫, 712~770 晩唐)가 말년에 가족과 비교적 평안하게 지낼 무렵 쓴 '강촌(江村)'이란 詩 말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나이들어) 병이 많으니 필요한 건 약 뿐이라, 보잘거 없는 몸 이외에 무엇을 더 구할까(多病所須唯藥物 微軀此外更何求 )." 예나 지금이나 나이들면 그저 건강이 제일인가 봅니다.
그간 몇차례에 걸쳐 주제넘게도 건강에 대해 글을 올린 바 상당한 반응이 있음에 여기 본격적으로 약(藥, Drug)의 좌판을 펼쳐볼까 합니다. 수년전까지도 生業으로 저자거리에서 북치고 장구두드리며 藥장수를 해왔으나(*필자가 회사댕길 때 주로 영업사원 제품교육과 약도매상 출장교육 담당), 이제 이 마저 그만 두었기에 입이 좀 근지러웠습니다. 여기 용두열 카페에 큰 멍석이 깔려있으니 쩐(錢)은 안되더라도 썰(舌)이라도 풀어봐야겠습니다.
호르몬
우리 몸을 디자인 하는 게 유전인자라면 이를 집행하는 것이 호르몬(Hormone)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병을 다스리는데 호르몬 요법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우선, 이번에는 벗님들이 관심을 둘만한 性호르몬과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널리 쓰이고 있는 부신피질호르몬에 대해 작은 보따리 나마 풀어 보겠습니다.
性호르몬(Sex-hormone)과 藥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건 性호르몬만 살펴 보아도 싑게 알 수 있습니다. 남자는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이라는 남성호르몬이 고작인데 반해, 여성의 경우 난소에서 나오는 난포호르몬(Estrogen)과 황체호르몬(Progesteron) 2가지 주된 호르몬이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성적 역학이 임신, 출산, 수유 등 남성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이지요.
1) 여성호르몬약
그동안 널리 쓰여온 여성호르몬으로는 먹는 피임약(經口避姙藥)이 있습니다. 이 약의 작용 메카니즘은 좀 복잡하여 여기에 상세히 늘어 놓으면 괜히 머리에 쥐나 나고, 필자도 골치아픈 전공서적을 한참 뒤져야 하니 생략키로 하겠습니다. 그저 임신이 될 수 없도록 인위적으로 체내 여성호르몬 환경을 바꾸어 놓는다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두번째 쓰임은 생리가 그쳐갈 때 나타나는 여러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閉經期症候群)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든 藥입니다. 주로 장시간 지속형(데포, Depot)의 주사로 투약됩니다. 그리하면 달거리가 그친 할망구라도 손님(?)이 다시 찾아오기도 하고, 피부가 부드러워지며 더욱이 말씨도 다시 나긋나긋 해지는 기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세월을 거스르면 드믈게 암(癌)이라는 벌을 내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한때 유행한 태반주사는 유사 성호르몬약이라 할수 있을지도..)
2) 남성호르몬약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사내 구실을 할수 있도록 해 줌은 물론,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나이 들면 열심히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지 않는 건 이 남성호르몬의 감소 때문이라네요. 투약 형태는 여성호르몬제와 마찬가지로 지속형 데포가 주류입니다. 그동안 입으로 먹을 수 있는 약이나 피부에 바르는 제형 등을 연구해 왔으나, 성호르몬은 입으로 복용하면 대부분 위, 소장에서 파괴되어 효력을 잃게 되며, 피부에 바르는 약도 효과가 충분치 못해 인기가 없습니다. 데포형 주사의 경우 한달 지속형에서 3개월로 길어지고 부작용도 많이 줄었으나 발암 위험성은 아직도 있다고 합니다.
부신피질호르몬(Corticosteroidal Hormone)과 藥
부신(副腎)이란 콩팥(腎臟)의 윗부분에 붙어 곁방살이(?)하는 작은 장기인데 크기와는 달리 상당히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이 부신의 속 부분을 수질(髓質)이라 부르며 아드레날린과 관련이 있고(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자세히 설명), 겉 부분을 피질(皮質)이라 하며, 여기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 호르몬은 탄수화물대사나 수분조절 등 다양한 기능이 있는데, 藥과 관련해서는 항염증 및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습니다.
1) 연고나 크림
피부질환에 쓰이는 연고류는 부신피질호르몬이 함유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로 흔합니다. 피부에 염증(증상 : 발열, 발적, 통증, 부기 등)이 있으면 빠짐없이 이 호르몬이 들어간다 보면 틀림없고 , 옻에 올랐다든지 알레르기가 돋았거나 가려움증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연고제의 설명서 성분란에 ~손, ~솔이 뒤에 붙은 성분은 대부분 이에 속합니다.
2) 먹는 약과 주사
부신피질호르몬藥의 경우 먹어도 성호르몬약과 달리 소화관에서도 잘 파괴되지 않고 체내로 흡수됩니다, 물론 주사보다는 약발이 떨어지지만. 먹는 약의 경우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은 만성염증질환에 주로 쓰여왔으나 지금은 천식이나 전신 알레르기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주사의 경우는 '뼈주사' 로 알려진 관절 주사약이 바로 이 부신피질호르몬약입니다.
함부로 사용한 대가는
성호르몬약은 젊음을 되돌려 주고, 부신피질호르몬은 모든 염증성 질환에 기적같은 효험을 줍니다. 그래서 한때는 부신피질호르몬을 '20세기 최고의 약'으로 칭송해 마지 않았지요. 그러나 神의 영역을 건드린 대가는 되돌아오기 마련인지 속속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性호르몬제 투여시 드믈지만 癌이라는 벼락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부신피질호르몬의 경우는 부작용이 가지각색인데, 이는 이 호르몬의 체내 기능이 여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큰 거만 열거해도, 오래 사용하면 염증에 대한 은폐작용이 있어 정작 큰병에 걸려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수분을 저류시키는 기능이 있어 영양상태가 나빠도 얼굴이 통통해지고(Moon-face) 다리도 붓는 등 살찐듯이 보입니다. 위궤양을 악화시키고 피부가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이 계통 약들의 긍정적인 면이 많은데도 좋지않은 점만 비춰지는 건 필자의 의도가 아닙니다. 꼭 써야할 때 반드시 필요한 약으로 오, 남용하지 말라는 취지임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첫댓글 그대의 재주는 蓋世之才로다...
蓋村의 재주도 없는데, 과찬이 지나칩니다요 -_-;;
박영우님은 표구상이나 서예학원 원장 하셨나?했지...
하두 한시에 조예가깊어서... 어느 제약회사에서 근무하셨수?
표구상을 하려니 인사동 텃새들이 이미 좌판을 다 깔아놓았고,
셰예학원을 차리려 해도 구청, 동회에서 거의 무료로 가르치고,
송형! 좋은 아이디어 있으 알려주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