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을왕동 678-188번지
선녀바위해수욕장
새벽에 큰아들 민철이와 인천공항에 왔다.
필리핀으로 의료봉사를 떠난다고 해서 배웅을 나왔다.
2023년 1월 3일부터 1월 19일까지 16박17일이다.
해외에 나가서 주의해야할 사항을 전달하느라 이런저런 얘기를 했더니... 나중에 엄마에게 아빠때문에 차에서 한숨도 못잤다고...
미안하다... 아빠 노파심에... 그래도 아빠 말 잊지말고 잘 갔다오렴!
한 번이 어렵지... 몇 번 해외여행 하고나면 자신감이 붙어서 어렵지 않다.
그래도 필리핀은 마약도 많고, 총기때문에 청부살인이나 관광객들 상대로 끔찍한 사건도 가끔 일어나니까 걱정이 된다.
요즘 CCTV가 여기저기 잘 되어있긴 하지만... 혹시나 해서 여행 떠나기 전 인상착의를 사진으로 남겼다.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려고 인천공항 톨게이트 요금을 비싸게 책정해 놓아서 왕복하면 13,200원의 비용이 든다.
평소에 오기 힘든 인천공항에 온 김에 조금 둘러보고 갈 생각이다.
응왕리해수욕장 가는 길목에 위치한 선녀바위해수욕장이다.
선녀바위를 "녀"자 위에 담아서 사진을 찍어봤다.
물이 많이 빠져 있어서 바다 쪽으로 많이 이동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서해안은 금방 물이 차오르니까 유의해서 접근해야 한다.
해변에 갖가지 기암괴석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 바다 위로 빼곡하게 솟아오른 곳에 선녀바위가 있다.
뾰족한 바위가 바다의 풍광과 잘 어우러지고 바위로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가 일품이다.
선녀바위에는 전해져 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영종진의 수군들을 통솔하던 호군에게 첩실이 있었는데,
둘의 사랑이 깨지자 첩실은 영종진의 태평암이라는 바위 위에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
이 여인의 시신은 수습해 주는 사람이 없어 용유도 포구에 표류하게 되고,
호군은 뒤늦게 후회하며 여인의 시신을 묻어주었다고 한다.
그 후 여인이 몸을 던졌던 태평암을 선녀바위라 불렀고,
밤하늘이 맑은날에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노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바위의 형상이 기도하는 여인과 비슷하여 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서해안의 해수욕장들은 밀물일 때는 그럴듯해 보여도 썰물일 때는 갯벌이 드러나 볼품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바닷물에 감춰져 있던 돌들이 들어나는 경우에는 갯벌보다는 이동하기가 편리하다.
서해안으로 일출을 보러 온 것도 아닌데... 막상 이렇게 여명을 맞이하게 되면 일출에 대한 욕심이 난다.
무의도와 실미도도 보이고...
처음에는 그냥 바닷가 쪽으로 이동해 보기로 한 것인데.... 욕심이 나서 해뜨는 방향으로 조금 더 이동해 보기로 한다.
지금처럼 물이 빠졌을 때는 실미도는 무의도 연결되어 걸어서도 이동할 수 있다.
무의대교를 통해 차량으로 무의도로 이동해서 썰물일 때 실미도를 방문을 할 수는 있지만 실미도에는 현재 진짜 아무것도 없다.
영화 "실미도"의 강렬한 인상이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서 끊임없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영화세트장도 없고 남아있는 684부대의 흔적도 없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미유원지라고 요금을 징수하고 주차비로 따로 받고 있다.
대인 2000원 소인 1000원 주차비 3,000원 캠핑비 5,000원
"날 쏘고가라!"
"비겁한 변명입니다~"
비싼 고속도로 요금이라는 진입장벽 때문에 주변 섬에 아직 조용하고 깨끗한 물의 해수욕장을 찾아볼 수 있다.
소무의도의 몽여해변은 작은 해변이지만 서해안에서 동해바다의 느낌을 얻을 수 있는 맑은 바닷물을 만나볼 수 있고,
시도의 느진구지해변에서 보는 해넘이의 장관은 정말로 일품이다.
을왕리 해수욕장이 지나친 상술로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서 여름엔 이곳 선녀바위해수욕장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동해의 일출은 태양에 집중하는 몰입감이 특징이다. 그래서 촛대바위나 영금정, 등대 등의 부속물이 함께 자리한다.
그런데 서해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시선이 여러개의 주변 섬들에 분산되어 있다.
그래서 보통 동해 일출에 비해서 서해의 일출은 비교적 광범위한 앵글로 주변 풍광을 담고 있다.
섬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모양이다. 어렸을 적에 섬을 보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그런데 요즘 섬을 보면 당당해 보이고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듯 보여서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요즘 텔레비젼에서 "안싸우면 다행이야"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나라에 참 많은 섬들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절친들의 티격태격하는 티키타카도 재미있지만 무인도라는 낯선 자연과의 조우가 주는 묘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담겨있다.
영종도는 한국에서 6번째로 큰 섬이다.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 영종도) 원래 자연적 면적은 훨씬 작았지만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되어 현재의 커다란 넓이를 가지게 되었다.
영종도 전체 면적의 절반이 인천국제공항 부지다.
과거엔 영종도, 신불도, 삼목도, 용유도 4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간척을 통해 하나의 섬이 되었고,
용유도와의 사이에 있던 드넓은 갯벌이 공항 부지로 탈바꿈했다.
비록 고속도로 요금은 비싼편이지만 예전에 배로 이동해야 했던 방문하기 힘든 섬들의 명소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니...
커다란 장점도 공존하는 셈이다. 서울에서 짧은 시간의 이동으로 멋진 자연의 풍광과 더불어 다양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용유도라는 지명은 섬의 모양이 마치 용이 물위에서 놀고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고 하여 유래되었다.
인천공항을 통하여 영종도와 연결되어서 인천광역시 중구 용유동이 되었다.
용유도는 용유8경이 유명하다. 바로 이곳 볼수록 묘한 느낌이 드는 을왕리 선녀바위 "선녀바위기암"이 용유 제3경에 해당한다.
용유 제1경은 왕산해변에서 보는 낙조 "왕산낙조"이고, 비포 포구에 우뚝 솟아 있는 장군석인 "비포장군바위"가 용유 제2경이다.
마시안해변 모래사장의 "명사십리"가 용유 제4경이고, 오성산의 "오성단풍"이 용유 제5경에 해당하며,
회항을 해서 거잠 포구에서 쉬고있는 고기잡이배의 불빛 "잠진어화"가 용유 제6경이다.
무의도 아침에 피어오르는 고운 아지랑이 "무의조무"가 용유 제7경이고,
소무의도에서 보는 팔미도로 돌아오는 돛단배 "팔미귀범"이 용유 제8경이다.
용유8경 중 인천국제공항으로 사라진 비포 포구로 2경이 고립되었고 거잠 포구가 매립되었으니 6경도 사라졌다.
오성산을 잘라내어 5경도 사라져 버렸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8경도 보기 힘들어졌다.
교통편이 좋아지고 지역이 개발되면서 주고 받아서 잃어버린 것도 적지않은 셈이다.
뒷편에서 보는 선녀바위는 선녀의 실루엣을 찾기 힘든 모양이었다.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전망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가능성도 크다.
아직 용유도의 변신은 진행중이다.
인천국제공항 주변 앞으로 개발논리가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고... 그 전에 많이 보고 담고 싶을 뿐이다.
선녀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체스판에 있는 여왕의 모습에 더 가깝다. 앞으로 물과 바람에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 지 모를 일이다.
고려시대 쯤에는 정말 옷자락을 휘날리며 날아가는 듯한 선녀의 모습이었을 지도...
전설이란 게 사실 물증만 있으면 그럴싸한 이야기는 가져다 붙이면 되는 거라서...
동해안의 단조로운 해안과 비교해서 체험하는 재미가 있어서
서해안 해변에 함께하는 기암괴석과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섬들과의 풍광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 발목을 잡는다.
이제 옆에 있는 모래사장 쪽으로 이동해 본다.
물이 많이 빠져서 갯벌이 드러나 보이기는 하는데 그리 추한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내딪는 발이 쑥쑥 빠지고 그런 벌교꼬막이 있는 갯벌이 아니다. 단단해서 쉽게 걸어다닐 수 있다.
그러니 서해안 해수욕장들의 흙탕물이 아닌 동해안의 바닷물 색을 닮았다.
수심이 낮아 안전한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시간을 조금 투자하면 주변의 썩 괜찮은 풍광을 선사해준다.
층별로 각각 앉아서 쉴 공간도 넉넉하게 있고 회전계단으로 올라가는 구조라 각 층별로 독립성도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
제일 꼭대기층에 오르면 먼 바다까지 볼 수 있고.... 선녀바위 해수욕장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다른 관람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으나 제대로된 겨울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썩 괜찮은 곳인 듯 하다.
그리고 물때를 잘 맞춰서 방문하면 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좀 더 많은 기암괴석을 만나볼 수 있다.
을왕리 해수욕장도 걸어서 십여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위치해 있다.
낭만과 사랑의 겨울바다는 물놀이하는 여름바다랑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옷깃을 여미고 바람에 맞서서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저절로 바다멍에 빠진다.
더불어 눈까지 내리는 날의 바다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파란 바다에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모습을 보면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신세계를 맛보게 된다.
눈 쌓인 모래사장을 밟으며 해변을 걸어보는 것도 역시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