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수행을 하면서 시커멓고 커다란 그림자 같은 것을 몇 차례 봤습니다
그 후 일상생활에서도 누구와 다투거나 할 때 상대방한테서도, 맞받아치는 자신한테서도 예의 그 시커먼 그림자 같은 걸 봤습니다.
몇 번이나 그러고 나니 힘이 쏙 빠지고 정말 위빠사나 수행하다가 자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현상이 뭔지요
답변
우리의 의식에는 많은 정보들이 저장되어있습니다. 이것들이 잠재의식의 층에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고정관념들이 나타날 때는 과보심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업의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시커먼 것이 나타났다면 이것들은 오온의 상의 기능입니다. 상은 기억을 하고, 인지하고, 표상작용을 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무엇이나 만들어 냅니다. 이런 관념은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모두 저장하고 있다가 조건이 성숙되면 즉시 나타납니다. 사실 인간이 살고 있지만 이런 고정관념의 지배 하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꿈을 꾸는 것과 같은 혼돈의 상태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실재의 삶은 알아차림이 있는 삶입니다. 위빠사나의 알아차림에서는 어떤 환청이나 환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알아차림 자체가 깨어있는 선한 행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계율을 지키는 것이고 수행을 하는 것이라서 최상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아차림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라서 알아차림이 약해지면 환청과 환시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위빠사나 수행을 해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위빠사나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시커먼 것은 의식에 층에 자리 잡고 있는 부정적인 색깔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불편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내면에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표출되어 만나면서 시커먼 것으로 나타납니다. 귀신이 그렇고 도깨비가 그렇고 악마가 그렇습니다. 이것은 모두 마음이 만들어낸 상입니다.
이런 현상이 생겼을 때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할 것 없습니다.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원인을 알아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방법 외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자꾸 이렇게 알아차리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고 시커먼 그런 대상이 힘을 잃습니다. 이때의 힘이란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마음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자꾸 문제로 여기면 사라지지 않고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합니다. 만들어 낸 것도 마음이고 치유하는 것도 마음이 합니다. 그 치유의 마음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마음입니다.
시커먼 것이 나타났을 때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몸으로 와서 가슴의 느낌이나 호흡을 알아차리십시오.
시커먼 그림자는 마음이 만들어 낸 환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