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雞林歷史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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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고도 서라벌 순례 신라인들이 그린 바위그림 ㅡ 남산 삼릉계 마애선각삼존불좌상과 입상
계림 추천 0 조회 49 26.09.19 04:32 댓글 35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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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6.09.19 05:08

    첫댓글 경주 남산 삼릉계곡 선각육존불(慶州 南山 三陵溪谷 線刻六尊佛)은 하나의 거대한 병풍 바위에 선각(선으로 새김)으로 두 조의 삼존불, 즉 총 6구의 불·보살상을 나누어 새긴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 26.09.19 05:09

    한 암벽에 입상 삼존과 좌상 삼존이 사이좋게 나란히 조각된 예는 한국 불교 미술사에서 매우 보기 드문 형태이다.
    ​깊게 깎아낸 입체 석불과 달리, 바위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정교하고 유려한 선으로 묘사하여 통일신라시대 불화(佛畫)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

  • 26.09.19 05:10

    선의 유려함과 인체의 자연스러운 비율, 옷주름 표현 등으로 보아 8세기 후반~9세기 초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 26.09.19 05:19

    동쪽에 위치한 삼존불은 연화대좌 위에 서 있는 모습(입상)으로 표현된 석가여래입상과 무릎을 꿇고 앉아서 본존불을 향해 공야하는 자세의 협시보살상이다.

  • 26.09.19 05:20

    중앙에 커다랗게 새겨진 본존불은 당당한 체구로 연화대좌 위에 직립해 있다.
    ​오른손은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리고, 왼손은 내려 배 앞쪽에 대고 있는 수인을 취하고 있다.
    ​머리 뒤에는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원형 두광(頭光)이 표현되어 있다.
    ​양 어깨를 모두 감싼 통견(通肩)의 옷주름이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흘러내려 선각 기법 특유의 유려함이 잘 살아있다.

  • 26.09.19 05:21

    본존불 좌우에 배치된 협시보살상들 역시 연꽃으로 만든 대좌 위에 앉아서 본존을 향해 살짝 몸을 틀고 있다.
    ​보살상들은 화려한 보관(寶冠)을 쓰고 천의(天衣)를 두르고 있으며, 본존에게 바칠 공양물(연꽃 등)을 손에 들거나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 26.09.19 05:24

    협시보살이 서 있지 않고 본존을 향해 앉거나 꿇어앉아 꽃을 바치는 모습은 한국 불교 조각에서 매우 드문 공양 방식으로, 이 선각육존불만의 독특하고 뛰어난 예술적 특징이다.

  • 26.09.19 05:28

    좌상 삼존불은 동쪽의 입상 삼존불(본존입상+보살좌상/공양상)과 대비를 이루는 구도로, 본존불은 앉아 있고(좌상), 양 협시보살은 서 있는(입상) 구도를 취하고 있다.

  • 26.09.19 05:29

    좌상 삼존불의 본존불은 화려하게 표현된 연화대좌 위에 양다리를 꼬고 가부좌(端坐)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오른손은 위로 올려 설법인을 짓고, 왼손은 가슴 앞에 대어 중생에게 설법하는 인상을 취하고 있다.
    머리 뒤에는 커다란 연화문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이 둘러져 있으며, 당당하고 안정감 있는 체구와 유려한 옷주름 선이 돋보인다.

  • 26.09.19 05:30

    양 협시보살상은 동쪽의 꿇어앉은 보살상들과 달리, 연꽃 대좌 위에 서서 본존불을 향해 있는 자세이다.
    ​보관을 쓰고 정성스럽게 본존을 향해 서 있으며, 온화한 표정과 함께 손에는 연꽃이나 공양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 26.09.19 05:31

    한 병풍바위 안에서 두 삼존불이 서로 대칭·대비되는 독특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동쪽 본존여래는 서 있고, 좌우 보살은 무릎을 꿇고 공양 올리는 모습(입상 본존 + 좌상 협시)
    ​서쪽 본존여래는 앉아 있고, 좌우 보살은 서서 본존을 모시는 모습(좌상 본존 + 입상 협시)이다.

  • 26.09.19 05:32

    이와 같은 불보살 교차 배치는 동양 불교 미술사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예술적 연출로, 통일신라시대 화공이자 조각가들의 뛰어난 공간 구성 감각과 정교한 선각 기법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걸작이다.

  • 26.09.19 05:34

    6구 존상들의 정확한 명칭(존명)에 대해서는 통일신라 당시의 명문(각석)이 직접 남아있지 않아, 학계와 학자(미술사학자)에 따라 명칭을 해석하는 견해에 다소 차이가 있다.

  • 26.09.19 05:37

    가장 보편적인 견해는 석가여래와 아미타여래설이다.
    ​동·서 양쪽의 불상이 설법하는 모습과 공양하는 모습을 각각 나누어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동쪽의 삼존불은 아미타삼존불이며
    ​본존불은 아미타여래입상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서서 오시는 부처)이고
    ​좌우 협시보살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무릎을 꿇거나 앉아 아미타불에게 연꽃과 공양물을 바치는 보살)이다.

  • 26.09.19 05:39

    서쪽 삼존불은 석가여래삼존불이며
    ​본존불은 석가여래좌상 (연화대에 앉아 중생에게 법을 전하는 설법인의 석가모니불)이고
    ​좌우 협시보살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본존 좌우에 서서 법을 수호하고 시위하는 보살)이다.

  • 26.09.19 05:40

    다른 하나의 견해는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설(내세 구원과 현세 기원의 조합)이다.
    ​신라 하대 대중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약사신앙과 아미타신앙이 한 바위에 결합된 형태로 보는 견해이다.

  • 26.09.19 05:41

    동쪽 삼존불이 아미타삼존불 (극락왕생과 내세 구원을 상징)이고
    ​서쪽 삼존불은 약사여래삼존불 (질병 퇴치와 현세의 고통 구제를 상징)이며, 협시보살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다.

  • 26.09.19 05:46

    공양보살상처럼 무릎을 바닥에 꿇고 앉은 자세를 이르는 정확한 불교 미술사 용어는 궤좌(跪坐)이다.
    부처님께 경의를 표하거나 연꽃·향·꽃쟁반 등의 공양물을 바칠 때 취하는 대표적인 공양 자세이다.

  • 26.09.19 05:59

    하나의 암벽 두 면에 석가삼존불(서쪽)과 아미타삼존불(동쪽)을 함께 배치한 것은 통일신라시대 불교 신앙의 핵심인 현세 구복(現世求福)과 내세 극락왕생(來世極樂往生)의 결합을 상징한다.

  • 26.09.19 06:00

    석가삼존불은 사바세계(현세)에서 중생에게 직접 부처의 법을 전하고 가르침을 주시는 '현세의 부처님'이고
    ​아미타삼존불은 죽음 이후에 이르게 될 극락정토를 관장하며 중생을 맞아들여 구원하는 '내세의 부처님'이다.

  • 26.09.19 06:02

    아미타불을 향해 보살이 무릎을 꿇고 공양을 올리는 모습(궤좌형 공양상)을 통해, 중생을 구원하러 오시는 마중의 순간(왕생극락)을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석가삼존불이 연화대에 안정되게 앉아 설법하는 모습(좌상)을 통해, 법을 전파하고 수행하는 성스러운 설법 공간(영산회상)을 형상화했다.

  • 26.09.19 06:03

    통일신라 하대로 갈수록 특정 종파에만 매달리기보다, 현세의 삶을 지켜주는 신앙과 내세의 구원을 주는 신앙을 하나로 묶어 대중에게 정서적 안식처를 제공하려는 보편적 불교관이 유행했다.
    ​이 두 가지 대중적 신앙을 한 암벽 안에 예술적으로 통섭한 대표적인 결정체이다.

  • 26.09.19 06:04

    아미타여래입상은 내영아미타(來迎阿彌陀)의 성격을 강하게 띤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영(來迎)은 중생이 수명을 다할 때, 아미타부처님이 협시보살들을 이끌고 극락세계에서 내려와 그 중생을 맞아들여(내영)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 26.09.19 06:05

    가만히 앉아 계신 것이 아니라,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정토에서 발걸음을 떼어 직접 마중 나오시는 동적인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입상(立像)으로 표현된다.
    ​오른손은 가슴 높이로 올리고 왼손은 아래로 내려 손가락을 대고 있는 수인은 중생을 맞이하여 극락으로 이끄는 '접인인(接引印)' 또는 '내영인(來迎印)'의 형태와 통한다.

  • 26.09.19 06:06

    협시보살들이 꿇어앉아(궤좌) 부처님께 연꽃과 공양물을 바치는 극적인 연출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는 아미타불이 중생을 맞아들일 때 보살들이 연화대를 들고 함께 내려오는 '아미타나한/내영도(來迎圖)'의 구도를 바위 위에 선각으로 입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아미타입상은 단순한 정적인 존상이 아니라,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 오신 내영아미타불의 신앙적 염원이 반영된 작품이다.

  • 26.09.19 06:07

    석가여래좌상과 아미타여래입상의 배치는 불교의 공간적·신앙적 세계관인 '이승(현세의 사바세계)'과 '극락(내세의 정토)'의 대비를 상징한다.

  • 26.09.19 06:09

    석가여래좌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세이자 고통과 중생이 존재하는 사바세계(이승)를 뜻한다.
    ​석가모니불은 이 세계에 직접 인간의 몸으로 오셔서 진리를 깨닫고 중생에게 법을 설하신 부처님이다.
    연화대에 안정되게 앉아 설법인(說法印)을 짓고 계신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이승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는 현장(영산회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 26.09.19 06:10

    아미타여래입상은 저승(극락정토)과 내세의 구원
    ​세계이다. 죽음 이후에 다다르고자 하는 고통이 없는 서방 극락정토(저승/내세)를 뜻한다.
    ​아미타불은 중생이 수명을 다했을 때 극락으로 이끌어 주는 구원의 부처님이다.

  • 26.09.19 06:10

    서서 중생을 마중 나오시는 내영(來迎)의 자세와, 꿇어앉아(궤좌) 연꽃을 바치는 보살들의 모습은 이승의 삶을 마친 영혼을 맞아 극락으로 인도하는 환희로운 순간을 나타낸다.

  • 26.09.19 06:11

    "이승에서는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을 따라 바르게 살고, 삶을 마친 후에는 아미타불의 내영을 받아 극락정토로 왕생하기를" 바라는 신라인들의 현실적 염원과 내세적 구원관을 한 바위에 완벽하게 조화시킨 결정체이다.

  • 26.09.19 06:13

    삼릉계곡(三陵溪) 일대는 신라 왕실 및 귀족들의 상장례(喪葬禮) 및 제의 공간이었다는 학설과 깊이 연결된다.
    삼릉계곡은 왕릉이 자리한 '죽음의 공간(묘역)'에서 신령스러운 남산의 '부처님 세계(정토)'로 들어가는 신성한 통로 역할을 했다.

  • 26.09.19 06:14

    망자(亡者)를 화장하거나 묻은 뒤, 그 넋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비는 재(齋)를 올리거나 추모 의식을 거행하던 의례 공간으로 삼릉계곡 전체가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26.09.19 06:15

    석가모니불(현세)과 아미타불(내세)이 한 암벽에 공존하는 것은, 산 사람이 죽은 이의 넋을 달래며 "이승의 삶을 잘 마치고, 이제 아미타불의 내영을 받아 저승(극락)으로 건너가라"는 이교(離交)와 왕생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 26.09.19 06:18

    무릎을 꿇고 연꽃을 바치는 보살의 모습은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실어 나르는 연화대좌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는 장례 의례 중 망자를 떠나보내는 추모객/유족의 염원과 보살의 구원 행위가 만나는 접점을 의미한다.
    현세와 내세의 경계이자 '임종과 왕생'의 공간적 연출이다.

  • 26.09.19 06:19

    ​바위 상단에 남아 있는 사각형 홈과 배수로 자국은 이 불상들을 보호하고, 그 앞에서 의식을 치르기 위한 목조 전각(齋堂 또는 공양당)이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즉, 이 암벽 앞은 단순히 지나치며 바라보는 길목이 아니라, 망자의 넋을 기리는 장례·추모 의식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던 '현세와 내세가 교차하는 성소'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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