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 사용에 재미가 붙어서 소고기에 이어 새우, 전복에 도전해 보았어요. 번거로워서 그렇지 요리 별것 아닌 것 같아요. 마가린을 재료에 베게 해서 페치카에 넣고 초벌을 한 다음, 토치로 팔이 아플 때까지 용접을 해주면 끝입니다. 야채가 없어서 김치로 대신했는데 맥주 한 캔을 다 비웠어요. 날 좋은 날 에예공을 위하여 돌솥밥을 짓고 배운 요리를 발휘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수선 맡긴 프라다 재킷을 찾으러 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휴무)입니다. 아차! 10월 3일이 개천절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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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예예공!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날이구나. 하늘을 열었다는 ‘개천’이란 말은 환웅이 하늘에서 태백산의 신단수 아래로 내려온 날로, 단기 2333년에 서기 2024년을 플러스하면 4357년이 나옵니다. 태어나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때도 지금도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입니다. 신화가 허구이면서도 신화만큼 오래도록 인간을 지배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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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쓰고 보니 지난 1년 '소년이로 학난성'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씩 미친 철학을 했고 사유가 팍팍 넓혀지고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고대 철학-관념 철학-현대철학까지 닥치는 대로 인풋을 했는데 끝물에 만난 알랭 바디우에게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요. 무려 40일을 바디우와 씨름을 하던 중 '성 바울' 다메섹 사건으로 '존재와 사건'의 백미인 '비 일관적 다수'를 손에 쥐었고 독특한 '공집합 이론'은 완전 오르가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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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론'은 '있음'(존재론)의 문제를 밝히려다 보니 나온 것 같아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집합론'의 구성에 따라 '존재'가 결정됩니다. 원래는 집합론 안에는 주체가 없어요. 현재를 지배하는 패러다임(구조, 집합) 안에 내(주체)가 '있다'와 '없다'를 판단하고, 귀속될 것인지 뛰쳐나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연히 '사건'을 만나면 비로소 새로운 '주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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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주체가 없는 유한성의 집합(기존 구조)에 갇혀 있다가 무한성으로 뚫고 나가는 '주체'는 고독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만났을 때 용감하게 무한성에 나를 개방하면(구조 질서를 뚫고 나가면) 심령이 가난한 자가 천국을 볼 것입니다. 파르메니테스의 일자vs헤라클라토스의 변화 생성-그리스의 로고스 vs 기독교의 미토스-데카르트의 이성주의 vs 파스칼의 감성주의-계몽주의 이성 vs 루소 감정으로 돌아가라까지, 미친 밀당으로 만들어진 '반 철학'의 유익은 상상플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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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우는 '반철학자 비트겐슈타인'에서 전통 철학의 물꼬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을 ‘철학의 전복자’라고 말합니다. 동의해요.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철학이 ‘언어 비판’으로 전환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을 끊임없이 지적으로 자극해 무지를 일깨운다는 의미에서 자신을 쇠파리라고 했대요. 나는 똥파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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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리 범주를 폐기한다. 2. 철학을 하나의 행위로 본다. 3.이 전례 없는 행위가 철학적 행위를 파괴하며, 동시에 철학의 유쾌한 성격을 해명한다. 바디우는 위의 3가지 결합 작용을 '반 철학'이라고 합디다. 왜 하필 쇠파리야? 쇠파리가 들러 붙어도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황소처럼 철학의 대가들도 쇠파리의 괴롭힘을 견디면서 전진한다는 뜻일까요? 에예공! 쇠파리든 똥파리든 계속해서 의심하고 상상하고 질문하고 도전하시라.
2024.10.3.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