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아래서 / 나태주(1945~)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얼굴이 어리고
밤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제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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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얼마든지 할수있는 상념만도 큰 선물이지요 ♡
나태주 시인의 문단 데뷔작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