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김홍희
불쑥 들이닥친 자갈치. 오늘이 바로 장날이다. 자갈치시장에 갈 때 어디 어물전 고기만 사러 가던가. 사람 구경에, 사는 구경에 넘실넘실 넘치는 기운 받으러 가지.
“축제가 다로 인나? 묵고사는 기 축제고, 시장바닥이 축제바닥이지.”
사람에 떠밀려 좌충우돌. 진짜로 고기를 사러 온 아주머니, 제삿날 받아뒀는지 궁시렁궁시렁 잔치는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아주머니, 이럴 때 사람에게 떠밀려 사는 맛을 못 보면, 피난길밖에서나 더 보겠소?
눌러앉았다. 각설이 타령. 그 각설이 아저씨, 육자배기 목청도 좋지. 마이크를 쥐고 이리 흔들고저리 흔들어도 전혀 막힘 없네. 기운 옷이 청빈이요 요령 대신 엿가위라. 가진 것 없으니 빼앗길 것 또한 없다. 그리하니 어찌 입심이 안 좋을 수 있겠나. 횡설하고 수설하니 종횡에 무진이다.
“어이, 차 쫌 빼자, 차!”
난데없는 쉰 목소리가 마당 한복판에 꽂히자 궁뎅이가 훌러덩 다 보이게 각설이 아저씨 깊이 절한다.
“하이고, 아자씨. 니이미 염병 마즐라꼬 차를 거그다 댔소이? 나가시방, 개구리 소년들을 차자야 항께, 차는 이따 찾고 아자씨 아그들이나 챙기쇼잉.”
좋자고 한 잔칫집 앞마당에 웬 구구절절이 슬프디 슬픈 곡조냐. 각설이 아저씨 웃길 땐 언제더니, 갑자기 자식 둔 아비 어미 가슴팍 다 헤집어놓네.
“여보-, 우리 아-들은 다 잘 있제?”
집으로 전화해 물어보지도 못하게. 우째 그리 미안하게 만드는지.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김홍희 시집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