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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량인하(如此良人何)
이처럼 좋은 분이 어디 있을까라는 뜻으로, 금실 좋은 부부를 이르는 말이다.
如 : 같을 여(女/3)
此 : 이 차(止/2)
良 : 좋을 량(艮/1)
人 : 사람 인(人/0)
何 : 어찌 하(亻/5)
시경(詩經)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다. 3000여년 전 주나라부터 춘추 초기까지 황허(黃河) 중류 지방의 시 305편을 수록하고 있다. 당초 3000여편을 공자가 간추려 정리했다고 알려져 있다. 풍(風), 아(雅), 송(頌) 셋으로 크게 분류된다.
이 가운데 풍(風)은 여러 나라의 민요(民謠)로 주로 남녀 간의 정과 이별(離別)을 다룬 내용이 많다. 신혼부부의 첫날밤을 리얼하게 묘사한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꽁꽁 묶어주세요(綢繆)'의 첫 장이다.
綢繆束薪 三星在天.
신랑신부, 장작을 묶은 듯 사랑을 나누는 이 밤. 하늘엔 삼성이 떠 있네
今夕何夕 見此良人.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일까요, 아 나의 낭군.
子兮子兮 如此良人何.
그대여 그대여! 이처럼 좋은 분이 어디 있을까
청춘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 인륜지대사인 결혼에 대해 공자 또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논어(論語) 공야장편(公冶長篇)을 보자. 공자(孔子)가 공야장(公冶長)이라는 제자에 대해 말했다. "딸을 맡길 만하다. 비록 감옥에 있지만 자신의 죄는 아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딸을 공야장에게 시집보냈다.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縲絏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
공자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야장이라는 제자가 감옥살이를 했다. 그런데 공자는 공야장을 두둔하고 있다. 공야장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딸을 공야장에게 시집보냈다. 공자의 태도로 볼 때 공야장은 제자들 가운데서도 인간관계가 좋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결혼에 대한 공자의 또 다른 면을 보자. 공자가 남용(南容)이라는 제자에 대해 말했다. "나라가 바른길을 가고 있을 때는 한자리 할 만하고, 나라가 길을 잃을 때도 형벌이나 죽음을 면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면서 형(兄)의 딸을 시집보냈다.
子謂南容, 邦有道, 不廢, 邦無道, 免於刑戮, 以其兄之子妻之.
이처럼 청춘남녀는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린다. 그런데 결혼을 아예 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혼(非婚)이다.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자연질서의 역류다.
▣ 주무속신(綢繆束薪)
땔나무를 단을 지어 묶는다는 뜻으로, 남녀가 결혼함을 이르는 말이다.
고대사회, 아직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틀이 정해져 있지 않았던 까마득한 시절. 여자는 '힘'으로 얻을 수 있는 소유물이었다. 전리품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에도 남녀 간 사랑은 있었다. 순수함이 진하게 스며 있는 사랑, 오직 당신만을 위한 순애보다. 눈물도 배어 있다.
시경(詩經)에는 이렇게 젖은 글씨로 쓴 시들이 많다. '강물도 때론 돌아보는데(江有汜)'를 보자.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 한 사내의 슬픔을 흐르는 강물에 하소연하듯 써내려갔다.
시경(詩經) 국풍(國風) 소남(召南)
강유사(江有汜)
江有汜 之子歸 不我以 不我以 其後也悔.
강물은 갈라졌다 다시 합치는데, 아가씨는 시집가면서 나를 거들떠보지 않네. 나를 거들떠보지 않지만 뒤에는 후회하게 되리라.
江有渚 之子歸 不我與 不我與 其後也處.
강에는 작은 섬 있는데, 아가씨는 시집가면서 나와 함께 하지 않네. 나와 함께 하려 하지 않지만 뒤에는 함께 살게 되고 말리라.
江有沱 之子歸 不我過 不我過 其嘯也歌.
강물은 갈라졌다 또 만나는데, 아가씨는 시집가면서 내게 들리지도 않네. 내게 들리지도 않지만 결국 탄식하며 슬픈 노래 부르게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간다. 나를 버리고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돌아보지도 만나보지도 않는다. 정인을 떠나보내는 남자의 사랑의 슬픔과 분노는 뒤엉켜 탄식의 노래를 부른다.
(解)
江有汜 之子歸 不我以 不我以 其後也悔.
흥(興)이다. 물이 터졌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을 사(汜)라 하는데 지금의 안릉 한양의 안(安)·복주(復州)의 사이에 아마 많이 있었던 것 같다. 之子는 잉첩(媵妾)이 적처(嫡妻)를 가리켜서 말한 것이다. 부인이 시집가는 것을 귀(歸)라 한다. 아(我)는 잉첩 자아(自我)이다. 능히 좌지우지함을 이(以)라 하는데, 자기를 끼고서 함께 감을 이른 것이다. ○이때에 사수(汜水)의 옆에서 잉첩이 본국에서 나이가 차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적처 중에 함께 가지 않는 자가 있었는데, 그 후에 적처가 후비(后妃)와 부인의 교화를 입어서, 이에 능히 스스로 깨우치고 맞이한 것이다. 그러므로, 잉첩이 강수(江水)의 물이 갈라졌다가 다시 합해진 곳을 보고서 인하여 興을 일으켜서, '강(강)에도 오히려 사(汜)가 있거늘 이 분이 시집감에 이에 나와 함께하지 않도다. 비록 나와 함께 하지는 않으나 그 후에는 또한 뉘우치리라'라 한 것이다.
江有渚 之子歸 不我與 不我與 其後也處.
興이다. 저(渚)는 소주(小州)이니, 물이 갈라져서 물가를 이룬 것이다. 여(與)는 이(以)와 같다. 처(處)는 안처(安處)함이니 그 편안한 곳을 얻음이다.
江有沱 之子歸 不我過 不我過 其嘯也歌.
興이다. 타(沱)는 강과 다른 것이다. 과(過)는 나를 방문하여 함께 데리고 감을 이른 것이다. 소(嘯)는 입을 오무려서 소리를 내어 분문(憤懣)한 기(氣)를 폄이니, 그 뉘우치는 때를 말한 것이요, 가(歌)는 그 처할 곳을 얻어서 즐거워함이다.
江有汜 三章이니, 章 五句이다.
신혼부부의 첫날밤 장면도 있다. 리얼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꽁꽁 묶어주세요(綢繆)'의 첫 장이다.
綢繆束薪 三星在天.
신랑신부, 장작을 묶은 듯 사랑을 나누는 이 밤. 하늘엔 삼성이 떠 있네.
今夕何夕 見此良人.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일까요, 아 나의 낭군.
子兮子兮 如此良人何.
그대여 그대여! 이처럼 좋은 분이 어디 있을까.
청춘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 일은 인륜지대사다. 한데 짝을 구하지 못하는 '결혼대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남아 선호사상에 따른 출생 성비 왜곡이 결혼 적령기로 이어지면서 신랑감이 신붓감보다 훨씬 많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결혼 적령기를 맞은 남성과 여성은 각각 283만4000명, 255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28만명 정도의 신붓감이 부족하다. 해가 갈수록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아들을 귀하게 여기는 인식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아울러 총각들은 연인을 각별히 배려해야겠다. 떠나가지 말게. '선비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고 했잖은가. 사기(史記)의 충고다.
▣ 詩經-唐風-綢繆
(주무; 얽어 묶어서)
綢繆束薪(주무속신)
三星在天(삼성재천)
땔나무 다발 얽어 묶어 놓고나니, 삼성이 하늘에 반짝이네.
今夕何夕(금석하석)
見此良人(견차량인)
오늘 저녁이야말로 즐거운 저녁, 우리 님을 만났네.
子兮子兮(자혜자혜)
如此良人何(여차량인하)
그대 우리 님, 그대 우리 님, 이처럼 좋은 분 어이할까?
○興이다. 綢繆는 纏綿과 같다. 三星은 心星이요, 在天은 어두워짐에 東方에 처음 나타나니 建辰의 달이다. 良人은 지아비를 칭함이다.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이 가난하여 남녀가 失期한 뒤에 드디어 그 혼인의 禮를 얻은 자가 있으니, 詩人이 그 아내가 지아비에게 고한 말을 서술하여 말하기를 "바야흐로 綢繆하여 섶나무를 묶음에 三星이 하늘에 있는 것을 우러러 보니, 오늘 저녁이 그 어느 저녁인지를 알 수 없거늘 홀연히 良人이 여기 있는 것을 보노라."라고 하고, 이윽고 또 스스로 이르기를 '그대여. 그대여 그 이 良人을 어찌하료'라 하니 기뻐하기를 심하게 여 스스로 경사스러워한 말이다.
綢繆束芻(주무속추)
三星在隅(삼성재우)
꼴 풀 다발 얽어 묶고 나니, 세 별이 동남쪽에 반짝이네.
今夕何夕(금석하석)
見此邂逅(견차해후)
오늘 저녁이야말로 즐거운 저녁, 우리 님을 맞났네.
子兮子兮(자혜자혜)
如此邂逅何(여차해후하)
그대 우리님, 그대 우리 님, 이처럼 만났으니 어이할까?
○興이다. 隅는 東南녁이니 어두움에 나타나는 별이 이에 이르면 밤이 이슥한 것이다. 邂逅는 서로 만난다는 뜻이다. 이는 부부가 서로 말하는 말이다.
綢繆束楚(주무속초)
三星在戶(삼성재호)
싸리 다발을 얽어 묶고보니, 세 별이 방문 위에 반짝이네.
今夕何夕(금석하석)
見此粲者(견차찬자)
오늘 저녁이야말로 즐거운 저녁, 어여뿐 우리 님만났네.
子兮子兮(자혜자혜)
如此粲者何(여차찬자하)
그대 우리 님, 그대 우리 님, 이 어여쁜 님을 어이 할가?
○興이다. 戶는 室戶이다. 戶는 반드시 남쪽에 나는데, 어둠에 나타나는 별이 여기에 이르면 밤이 깊은 것이다. 粲은 아름다움이다. 이는 지아비가 지어미에게 말하는 말이다. 혹자는 여자 셋을 粲이라 하니 한 아내에 두 妾이다 라고 말하였다.
綢繆 三章이니, 章 六句이다.
▣ 시경 당풍 제5편 주규3장(綢繆三章)
綢繆束薪일새 三星在天이로다 今夕何夕고 見此良人호라 子兮子兮여 如此良人何오
칭칭 동여 나뭇단을 묶는데 삼성이 하늘에 있도다. 오늘 저녁이 무슨 저녁인고, 이 양인을 보게 되었노라. 그대여, 그대여, 이 양인을 어찌할꼬.
○興也ㅣ라 綢繆는 猶纏綿也ㅣ라 三星은 心也ㅣ라 在天昏하야 始見於東方하니 建辰之月也ㅣ라 良人은 夫稱也ㅣ라
흥기한 시라. 주규는 얽어서 잇는 것과 같음이라. 삼성은 심성(心星은 동방칠수인 角亢氐房心尾箕의 하나로, 방위도 순서로 볼 때 心星이 세 번째 별이 됨)이라. 하늘[동방의 하늘을 蒼龍이라 함]이 어두워져 비로소 동방에 나타나니 삼월이라. 양인은 남편을 일컬음이라.
○國亂民貧하야 男女有失其時而後得遂其婚姻之禮者ㅣ어늘 詩人이 敍其婦語夫之詞하야 曰方綢繆以束薪也에 而仰見三星之在天하니 今夕이 不知其何夕也오 而忽見良人之在此라하고 旣又自謂하야 曰子兮子兮여 其將奈此良人에 何哉오하니 喜之甚而自慶之詞也ㅣ라
나라가 어지럽고 백성이 가난하여 남녀가 그(혼인할) 때를 잃고서 뒤에 드디어 그 혼인의 예를 이루는 자가 있거늘, 시인이 그 (뒤늦게 혼인을 하여 첫날밤을 지내게 된)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는 말을 펴서(서술하여) 가로대, ‘바야흐로 칭칭 동여 섶단을 묶음에 우러러 보니 삼성이 하늘에 있으니 오늘 저녁이 그 어느 저녁인지를 아지 못케라. 홀연히 양인(좋은 남편)이 이곳에 있음을 보게 되었노라’고 하고 이미 또 스스로 말하여 가로대, ‘그대여. 그대여. 그 장차(오늘 저녁에) 이에 이 양인을 어찌할꼬(어떻게 기쁘게 할꼬)하니 기쁨이 심하여 스스로 경축하는 말이라.
綢繆束芻ㅣㄹ새 三星在隅ㅣ로다 今夕何夕고 見此邂逅호라 子兮子兮여 如此邂逅何오
칭칭 동여 꼴을 묶는데 삼성이 동남쪽 모퉁이에 있도다. 오늘 저녁이 무슨 저녁인고. 이 해후를 보게 되었노라. 그대여, 그대여, 이 해후를 어찌할꼬.
○興也ㅣ라 隅는 東南隅也ㅣ라 昏見之星이 至此則夜久矣라 邂逅는 相遇之意니 此爲夫婦相語之詞也ㅣ라
흥이라. 우는 동남쪽 모퉁이라. 어두운 때에 보이는 별이 이에 이르렀다면 밤이 깊었느니라. 해후는 서로 만나는 뜻이니, 이것은 부부가 서로 주고받는 말이 되니라.
綢繆束楚ㅣㄹ새 三星在戶ㅣ로다 今夕何夕고 見此粲者호라 子兮子兮여 如此粲者何오
칭칭 동여 나무를 묶는데 삼성이 문에 있도다. 오늘 저녁이 무슨 저녁인고. 이 아름다운 이를 보게 되었노라. 그대여, 그대여, 이 아름다운 이에게 어찌할꼬.
○興也ㅣ라 戶는 室戶也ㅣ라 戶必南出이니 昏見之星이 至此則夜分矣라 粲은 美也ㅣ라 此爲夫語婦之詞也ㅣ라 或曰女三爲粲이니 一妻二妾也ㅣ라
○흥이라. 호는 방의 지게문(창문)이라. 지게문은 반드시 남쪽으로 내니 어두워져 나타나는 별이 이에 이르렀다면 밤이 나누어짐이라(밤이 다하고 새벽이 오려는 丑時 때 쯤을 말함). 찬은 아름다움이라. 이것은 남편이 부인에게 하는 말이라. 혹이 가로대 여자 셋(삼성을 여자 셋으로 풀이함)이 아름답다 하니 일처이첩이라.
(주규3장이라)
▣ 시경(詩經) 국풍(國風) 당풍(唐風)
시경 국풍의 10편이 당풍(唐風)으로 당(唐)나라 노래를 모은 것이다. 당나라는 요(堯)임금의 옛도읍지인데, 주나라 때 성왕의 동생 숙우를 당나라 제후로 삼았다. 그후 나라 이름이 진(晉)나라로 바뀌어, 당풍도 진나라 이야기를 노래하게 되었다. 진나라는 땅이 척박하여 백성들이 가난하였으나, 요임금의 유풍이 내려와 근검하고 절약하면서 예를 지키는 풍조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검박한 임금을 노래하는 실솔(蟋蟀), 남녀가 즐겁게 만나는 주무(綢繆), 부모의 봉양을 걱정하는 보우(鴇羽) 등 세 가지를 골라서 1절씩만 소개해 본다.
◑ 실솔(蟋蟀)
蟋蟀在堂, 歲聿其莫.
귀뚜라미 집에서 울고, 한 해도 저물어가네
今我不樂, 日月其除.
지금 내가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그냥 가버린다.
無已大康, 職思其居.
너무 즐기지만 말고, 집안 일도 생각해야지.
好樂無荒, 良士瞿瞿.
즐거움이 지나치지 않도록, 좋은 선비는 늘 조심하네.
실솔은 뀌뚜라미인데, 모씨의 서문(毛序)에는 '실솔은 진나라 희공을 풍자한 것이으로, 너무 검소하여 예(禮)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를 지어 민망히 여기고, 그 때에 미쳐 예(禮)로써 스스로 즐거워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은 진나라 시인데 당풍이라 칭하였으니, 이는 그 풍속을 근본하여 근심이 깊고 생각이 원대하며, 검소하면서도 예(禮)를 따르고 요임금의 유풍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蟋蟀, 刺晉僖公也, 儉不中禮. 故作是詩以閔之, 欲其及時以禮自虞樂也. 此晉也而謂之唐, 本其風俗, 憂深思遠, 儉而用禮, 乃有堯之遺風焉.
이 시도 3절로 되어 있는데, 문장을 그대로 보면 한 해를 보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감회를 간단하지만 반복해서 노래하고 있다.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니 즐기기는 해야 하는데, 또 지나치게 즐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이중적인 마음을 술회하고 있는 것이다.
모씨의 서문대로 진나라 희공을 실솔에 빗대어 노래했다면, 임금이 좀 더 즐기기를 권하면서도, 또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다운 예(禮)를 갖추는 것이란 지위에 맞게 즐기면서도, 동시에 지위에 맞게 삼가야 한다는 사실을 쉽고 편안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 주무(綢繆)
綢繆束薪, 三星在天.
땔나무 얽어 묶는데, 삼성이 하늘에 떴네
今夕何夕, 見此良人.
오늘은 어떤 밤일까, 이 좋은 님 만났네요
子兮子兮, 如此良人何.
님이여, 님이여, 이렇게 좋은 님을 어찌하리요
주무는 얽어 묶는다는 뜻인데, 모씨의 서문(毛序)에는 '주무는 진나라가 혼란함을 풍자한 것이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혼인을 제 때에 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綢繆, 刺晉亂也, 國亂, 則婚姻不得其時焉.
이 시도 3절로 되어 있는데, 좋아하는 님을 만나 기뻐하는 마음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면서 사랑하는 행위도 진행되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1절에는 별이 하늘에 떠고, 2절에는 별이 동남쪽에서 빛나고, 3절에는 별이 창에서 빛난다는 표현을 통해 남녀의 사랑이 무르익어감을 암시하고 있다.
이 노래는 남녀의 결혼을 축하하는 시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신부가 좋은 신랑을 만나 즐겁게 첫날밤을 보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씨의 풀이대로 나라가 어지러워 남녀의 혼기가 늦어졌다면, 혼인하는 첫날밤이 더욱 아름답고 즐겁기도 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가 너무나 솔직하고 애틋한 것 같아, 그 옛날의 남녀의 사랑이 지금보다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조차 한다.
◑ 보우(鴇羽)
肅肅鴇羽, 集于苞栩.
훨훨 날아드는 너새, 상수리나무 새순에 앉네
王事靡盬, 不能蓺稷黍.
나라 일로 쉴 틈 없어, 기장도 심지 못했네
父母何怙, 悠悠蒼天.
부모님은 어떻게 먹고 사나, 아득히 푸른 하늘이여
曷其有所.
집에는 언제나 갈까
보우는 너새 깃발이라는 뜻으로, 모씨의 서문(毛序)에는 '보우는 시절을 풍자한 것이다. 소공의 뒤에 큰 혼란이 다섯 대에 이어지니, 군자가 아래로 정벌전쟁에 종사하여 그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여 이 시를 지은 것이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鴇羽, 刺時也. 昭公之後, 大亂五世, 君子下從征役, 不得養其父母, 而作是詩也.
이시도 3절로 되어 있는데, 너새가 나무에 내려 앉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부모를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반복해서 노래하고 있다. 1절은 상수리 나무, 2절은 대추나무, 3절은 뽕나무로 바꾸면서, 너새가 내려 앉는 것을 표현하여 고향에 대한 마음을 더욱 강렬하게 표출하고 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는데, 부역에 끌려와 쉴 틈 없이 혹사당하고 있으니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괴로울 때 하늘을 우르러 보면서 하소연을 한다고 하는데, 바로 이 시에 나오는 모습이 바로 그 모습인 것이다. 부모를 걱정하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져, 동병상련의 아픔을 같이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 如(같을 여, 말 이을 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르다의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과 또 음(音)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如자는 '같게 하다'나 '따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如자는 女(여자 여)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口자는 사람의 입을 그린 것으로 '말'을 뜻하고 있다. 如자는 여자가 남자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권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관이 낳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순종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와 같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그래서 如(여, 이)는 법의 실상(實相)이란 뜻으로 ①같다, 같게 하다 ②어떠하다 ③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④좇다, 따르다 ⑤가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⑥당연히 ~하여야 한다 ⑦맞서다, 대항하다 ⑧비슷하다 ⑨어찌 ⑩가령(假令), 만일(萬一) ⑪마땅히 ⑫곧, 이것이 ⑬~과, ~와 함께 ⑭보다, ~보다 더 ⑮이에, 그래서 그리고 ⓐ말을 잇다(=而)(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이와 같음을 여차(如此),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이러함을 여사(如斯), 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을 결여(缺如),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만 못함을 불여(不如), 혹시나 설혹을 혹여(或如), 어떠함을 하여(何如), 뒤섞여서 어지러움을 분여(紛如), 뜻하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를 홀여(忽如), 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무엇을 매우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여삼추(如三秋),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 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일컫는 말을 여반장(如反掌),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이르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여러 사람의 말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여출일구(如出一口),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이르는 말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는 뜻으로 빈궁한 사람이 활로를 찾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득수(如魚得水),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모(如怨如慕),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어 마음이 흡족함을 이르는 말을 여득천금(如得千金), 강을 건너려 하는 데 마침 나루터에서 배를 얻었다는 뜻으로 필요한 것이나 상황이 바라는 대로 됨을 이르는 말을 여도득선(如渡得船),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환히 앎을 일컫는 말을 여견폐간(如見肺肝), 아주 작은 고을을 콩 만 하다고 비유하는 말을 여두소읍(如斗小邑),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과 같은 뜻으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수투수(如水投水), 물고기가 물을 잃음과 같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이 의탁할 곳이 없어 난감해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실수(如魚失水),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간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조과목(如鳥過目),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인일판(如印一板),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말을 여발통치(如拔痛齒), 한쪽 팔을 잃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실일비(如失一臂),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여호첨익(如虎添翼) 등에 쓰인다.
▶️ 此(이 차)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그칠 지(止; 그치다, 발자국)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匕(비; 줄짓다, 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계속 이어진 발자국의 뜻이 전(轉)하여, 지시사(指示詞) '여기'란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此자는 '이곳'이나 '이것'과 같이 가까운 곳을 뜻하는 글자이다. 此자는 止(발 지)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匕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발을 그린 止자가 더해진 此자는 사람과 발을 함께 그린 것이다. 此자는 이렇게 사람과 발을 함께 그려 '사람이 멈추어 있는 곳'이란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此자는 가장 가까운 곳이란 의미에서 '이곳'이나 '여기'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此(이 차)는 ①이 ②이에(발어사)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저 피(彼)이다. 용례로는 때마침 주어진 이 기회를 차제(此際), 이 뒤나 이 다음을 차후(此後), 이 번을 차회(此回), 이 밤 또는 이날 밤을 차야(此夜), 이승을 차생(此生), 생사의 세계로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을 차안(此岸), 살아 있는 이 세상을 차승(此乘), 이 시기나 이 계제를 차기(此期), 이것들이나 이들을 차등(此等), 이것도 또한을 차역(此亦), 이 밖이나 이 외를 차외(此外), 이때나 지금을 차시(此時), 이 마음을 차심(此心), 이 사람을 차인(此人), 이 땅이나 이 지방을 차지(此地), 이와 같음이나 이렇게를 여차(如此), 저것과 이것이나 서로를 피차(彼此), 이것과 같이 본을 떠서 함을 방차(倣此), 이곳을 지남을 과차(過此), 이렇게를 약차(若此), 이로부터나 이 뒤를 종차(從此), 오늘 내일 하며 자꾸 기한을 늦춤을 일컫는 말을 차일피일(此日彼日), 이 달 저 달로 자꾸 기한을 미룸을 일컫는 말을 차월피월(此月彼月), 이 시름을 잊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술을 이르는 말을 차망우물(此忘憂物), 이 일로 미루어 다른 일을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추차가지(推此可知), 이 한번으로 담판을 짓는다는 뜻으로 단 한 번의 거사로 흥하거나 망하거나 끝장을 냄을 일컫는 말을 재차일거(在此一擧),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요차불피(樂此不疲),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어쨌든을 일컫는 말을 어차어피(於此於彼), 어떠한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그 구속을 벗어날 수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부재차한(不在此限), 이미 있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다른 나머지도 다 이와 같음을 일컫는 말을 여개방차(餘皆倣此), 저것이나 이것이나 마찬가지로 다 같음을 일컫는 말을 피차일반(彼此一般), 이미 일이 여기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사이지차(事已至此), 이 일로 미루어 다른 일을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추차가지(推此可知) 등에 쓰인다.
▶️ 良(어질 량/양)은 ❶상형문자로 곡류 중에서 특히 좋은 것만을 골라 내기 위한 기구의 상형으로 좋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良자는 '어질다'나 '좋다', '훌륭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良자는 艮(그칠 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아무 관계가 없다. 良자의 갑골문을 보면 지붕이 있는 복도인 회랑(回廊)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회랑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를 말한다. 갑골문에는 이렇게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와 중심부가 표현되어 있었다. 그래서 良자의 본래 의미는 '회랑'이었다. 그러나 후에 良자가 '좋다'나 '아름답다', '어질다'와 같은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廊(복도 랑)자가 '회랑'이나 '복도'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良(량/양)은 ①어질다 ②좋다 ③훌륭하다 ④아름답다 ⑤착하다 ⑥곧다 ⑦길(吉)하다 ⑧잠깐 ⑨잠시(暫時) ⑩진실(眞實)로 ⑪참으로 ⑫남편(男便)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질 인(仁)이다. 용례로는 선악을 판단하는 뛰어난 식견과 훌륭한 판단력을 양식(良識),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르고 착한 마음을 양심(良心), 내용이 좋고 유익한 책을 양서(良書), 성적이나 성질이나 품질 따위가 주로 질적인 면에서 대단히 좋음을 양호(良好), 사람으로서의 좋은 바탕 또는 물품 따위의 좋은 질을 양질(良質), 어질고 착한 성질로 어떤 병이 낫기 쉬운 상태 또는 그 성질을 양성(良性), 좋은 약을 양약(良藥), 어진 재상을 양상(良相), 어질고 충성스러운 신하를 양신(良臣), 좋은 버릇을 양습(良習), 질이 좋은 화폐로 실제의 값이나 조건이 법정 값이나 조건과 차이가 적은 화폐를 양화(良貨), 사람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지능이나 타고난 지혜를 양지(良知), 선량한 백성을 양민(良民), 착한 사람이나 선량한 백성을 양인(良人), 좋은 때라는 뜻의 양시(良時), 나쁜 점을 고쳐 좋게 함을 개량(改良), 행실이나 성질 따위가 나쁨을 불량(不良), 뛰어나게 좋음을 우량(優良), 착하고 어짐을 선량(善良), 아름답고 착함을 가량(佳良), 뛰어난 인물을 뽑음 또는 선출된 인물을 선량(選良), 순진하고 선량함을 순량(純良), 어진 이와 착한 이 또는 어질고 착함을 현량(賢良),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으로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을 양약고구(良藥苦口),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은 훌륭한 임금을 가려 섬김을 이르는 말을 양금택목(良禽擇木), 지아비에게는 좋은 아내이면서 자녀에게는 현명한 어머니를 두고 이르는 말을 양처현모(良妻賢母), 훌륭한 장인은 애쓴다는 뜻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의 가슴 속에는 고심이 많다는 말을 양공고심(良工苦心), 좋은 옥과 아름다운 금이라는 뜻으로 아주 좋은 문장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양옥미금(良玉美金),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알고 배우지 않고도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사물을 알고 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을 이르는 말을 양지양능(良知良能), 좋은 시절과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으로 봄 경치를 이르는 말을 양신미경(良辰美景), 아름답고 좋은 풍속을 일컫는 말을 미풍양속(美風良俗), 어진 어머니이면서 또한 착한 아내를 일컫는 말을 현모양처(賢母良妻), 순수한 금과 좋은 옥이라는 뜻으로 인격이나 문장이 아름답고 깨끗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금양옥(精金良玉),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도 아직 양심은 남아 있음 곧 바르게 인도할 여지가 있음을 뜻하는 말을 상유양심(尙有良心), 남자는 재능을 닦고 어진 것을 본받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남효재량(男效才良)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인구회자(人口膾炙), 인간 생활에 있어서 겪는 중대한 일을 이르는 말을 인륜대사(人倫大事), 사람은 죽고 집은 결딴남 아주 망해 버림을 이르는 말을 인망가폐(人亡家廢),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을 이르는 말을 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마다 마음이 다 다른 것은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인심여면(人心如面),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인중사자(人中獅子),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인중지말(人中之末),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곤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은 궁해지면 부모를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궁반본(人窮反本),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인비인(人非人),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남의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 비난함을 이르는 말을 인신공격(人身攻擊), 아주 못된 사람의 씨알머리라는 뜻으로 태도나 행실이 사람답지 아니하고 막된 사람을 욕하는 말을 인종지말(人種之末),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인기기기(人飢己飢), 인마의 왕래가 빈번하여 잇닿았다는 뜻으로 번화한 도시를 이르는 말을 인마낙역(人馬絡繹),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은 목석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은 모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목석과 같이 무정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인비목석(人非木石),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에 쓰인다.
▶️ 何(어찌 하/꾸짖을 하/멜 하)는 ❶형성문자로 荷(하)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可(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짐을 메고 있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중에 모양이 변하여 사람인변(亻)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可(가, 하)를 합(合)한 글자로 되었다. 何(하)는 荷(하)의 본디 글자인데 可(가)의 음은 의문을 나타내는 말과 비슷하였으므로 의문의 뜻에 何(하)를 쓰게 되었다. 그러므로 메다, 지다의 뜻에는 연잎을 뜻하는 荷(하)를 빌어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何자는 '어찌'나 '어떠한'과 같은 뜻을 가진 글자이다. 何자는 人(사람 인)자와 可(옳을 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何자의 갑골문을 보면 어깨에 보따리를 멘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보따리를 메고 어딘가로 떠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何자의 본래 의미는 '메다'였다. 이렇게 짐을 싸 들고 길을 나서게 된 데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何자는 후에 '어찌'나 '어느'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되묻던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지금은 여기에 艹(풀 초)자가 더해진 荷(멜 하)자가 '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何(하)는 성(姓)의 하나로 ①어찌 ②어느 ③어떤, 어떠한 ④언제 ⑤얼마, 약간 ⑥무엇 ⑦왜냐하면 ⑧잠시(暫時) ⑨꾸짖다(=呵) ⑩나무라다 ⑪메다(=荷) ⑫받다, 맡다 ⑬당하다, 해당하다 ⑭걸다, 내어 걸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찌 나(奈), 어찌 내(奈), 어찌 나(那), 어찌 기(豈)이다. 용례로는 아무런 조금도를 하등(何等), 어느 날 또는 무슨 날을 하일(何日), 어찌하여 반드시를 하필(何必), 어느 겨를을 하가(何暇), 어느 때에를 하시(何時), 무슨 까닭을 하고(何故), 이름을 모름을 하물(何物), 어떠함을 하여(何如), 어느 사람이나 어느 것을 하자(何者), 꼭 정하지 아니했거나 모르는 곳을 하처(何處), 이름을 모르거나 작정하지 못한 일이나 물건 따위를 일컫는 말을 하사(何事), 어떠한 뜻이나 무슨 뜻을 하지(何志), 어느 때를 하간(何間), 무슨 관계를 하관(何關), 어느 해를 하년(何年), 어떤 사람을 하인(何人), 무슨 죄를 하죄(何罪), 어찌 특히를 하특(何特), 어느 곳을 하허(何許),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 또는 어떠한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어떠함을 약하(若何), 어찌를 나하(那何), 어찌함이나 어떻게를 내하(奈何), 얼마를 기하(幾何), 어떤 사람이나 어느 누구를 수하(誰何), 어찌 보는 바가 늦느냐는 뜻으로 깨달음이 늦음을 이르는 말을 하견지만(何見之晩), 어찌 명년을 기다리랴의 뜻으로 기다리기가 매우 지루함을 이르는 말을 하대명년(何待明年), 어찌 꼭 이익만을 말하는가 라는 뜻으로 오직 인의에 입각해서 일을 하면 이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이익이 돌아온다는 말을 하필왈이(何必曰利),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으리오 라는 뜻으로 성인에게는 일정한 스승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하상사지유(何常師之有),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을 대하랴 라는 뜻으로 실패하고 고향에 돌아가 사람들을 볼 낯이 없다는 말을 하면목견지(何面目見之), 의외로 많음을 이르는 말을 하기다야(何其多也), 어느 쪽은 후하게 하고 어느 쪽은 박하게 한다는 뜻으로 차별을 두어 대함을 이르는 말을 하후하박(何厚何薄), 아주 쉬운 것이나 썩 쉬운 것을 이르는 말을 하난지유(何難之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