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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아니 분명한 것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나를 많이 불쌍하게 생각 한 사람이면서 실은 나를 많이도 한심하게 보았을 사람이다. 친절한 사람 가슴엔 분명히 비아냥 거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것인데 그만큼 그사람은 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것이 참으로 못견딜일이다. 나를 저 바닦 아래로 내 던져 주었으면 했는데 결국 슬며시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내 던져 졌으면 적어도 무엇인가 해봐야 하겠다는 꿈지럭 거림으로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아마도 자신의 냉정하지 못함으로 인해 큰 파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란 상상은 그 사람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두가지의 명제를 던져 주었다. 하나 "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을 것" 둘 "나 자신의 모습을 볼것" 그냥 내 편의 대로 이렇게 간단하게 파악을 해놓고서 잠깐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절대 고민이란 걸 길게 해본적이 없어서 나름 참 긴 고민의 시간이라 생각한다. 남과의 대화를 메모를 해가면서 해야 다음 번에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 알정도로 나는 남의 말을 뜻을 귀담는데 참으로 인색하다. 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대화 내용을 저장해 보았다. 그렇게 저장된 내용 참으로 심각했을 내용들이 다시 읽어 보았을 때는 이미 그의 말대로 "텍스트는 텍스트"란 말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고 있을 순간에 분명 심각한 나의 이야기 였지만 지금은 그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다니.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이렇다면 분명 진짜 남의 이야기인 경우엔 또 얼마나 무관심해질 것인가? 여기에 씌여지고 있는 글들 대부분 아니 거의 모두가 그런 무관심으로 흘려지고 있는 것이다.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소재를 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집단 혹은 사회에서 관심을 갖을 만한 소재를 찾는 것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가입한 이 인터넷 이 카페에선 회원들이 관연 관심을 가져 줄 만한 소재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쓴글을 읽어주고 그 글에 대한 누군가의 평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 조회수가 얼마인지? 과연 나는 그런 글을 단 한 줄이라도 쓸 수 있을까? 빤한 관심사로 모여 있는 이 카페안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도 그렇게 관심이 될만한 사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나의 신변잡기 일상생활이 남의 관심이 될 수 있을까? 관심을 끌수 있을까? 그렇다고 나는 흔하게 일탈을 꿈꿀 것인가? 나는 거짓말쟁이다. 그래서 그 어떠한 거짓말을해도 여기선 용서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거짓말쟁이니까! 어떠한 시비를 걸어 놓고 사라져도 사람들은 아 그 넘은 거짓말쟁이야 라고 혹은 내가 그건 거짓말이엇어 해버리면 그 만일 것이니까! 그러면 나는 나의 이야기를 여기에 적는 다면 누군가 한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만한 이야기를 옮긴다면 관심을 가져 줄까?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글이란게 꼬옥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비평받고 칭찬받기 위해서 쓰는건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적어도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비평받고 칭찬받고 싶어서 쓴다. 아주 환장할 지경이다. 그 것이 날카로운 악평이던 구구절절히 가식된 미사여귀이던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이 세상이 관심을 가져 줄만한 소재를 찾고 그 소재를 잘 포장하고 덛씌우면 어찌 필명을 갖지 못하겠는가? 정작 어려운 것은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소재를 찾으려면 정말 폭넓은 이해와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할 따름이다. 다행한 것은 여기에서 가장 관심이 될만한 소재가 무엇인지 찾았고 그 소재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것이며 어떻게 시작해야 할 방법은 스스로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여러 사람들과 닫혀 있던 마음을 열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그런 말들과 글들을 그냥 덤덤하게 아무런 꺼리김 없이 받아 들일수 있을 때 나는 세상사람들이 정작 관심이 있어할 소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나는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거짓말쟁이가 아닌 세상을 향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진짜 거짓말 쟁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누군가 진짜 거짓말쟁이가 되어서 이 글을 이어갈 것이다.
1.
자. 지금까지 위의 글을 읽어 보셨나요? 앞서 거짓말쟁이님이 말했듯이 전 거짓말을 이어나갈 첫 번째 타자 うそつき(우소쯔키) 라고 합니다.
아. 우소쯔키가 뭐냐고요? 일본어로 거짓말쟁이라는 뜻이죠. 곧 제가 할 거짓말은 일본에서 일어난 실화를 토대로 합니다. 어느 날 잔인하게 토막나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말이죠…….
일본 오사카에는 연쇄살인범이나 토막 살인범들을 위한 사이코패스라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인간의 죽은 시체들이죠. 시체를 구하는 방법은 당사자가 죽기 전에 돈을 받고 납품 하겠다는 계약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잔인하게 절단된 사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를 당해 찢겨진 사람들의 팔다리를 돈으로 사들이는 것입니다. 적합 수술을 받을 시기를 놓쳐 썩게 되느니, 차라리 이윤을 남기자는 당사자들의 몫입니다.
이 박물관의 취지는 사이코패스성향을 띠는 살인범들의 정신을 자극시켜, 공포가 무엇이고 살인이 얼마나 악한 행동인지를 깨닫게 해주기 위함입니다. 인간을 박제시키고 부위별로 토막 내어 전시를 한다는 게 윤리적, 도덕적이지 못한 면도 있지만, 실제로 살인범들에게는 그 효과가 아주 높게 나타났다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문을 여는 날은 매주 금요일 짙은 어둠이 깔린 자정입니다. 한번 들어가면 해뜨기 전까지는 나오지 못하며 일반인은 절대로 입장이 불가 합니다. 그 어둡고 차가운 음의기운은 관계자들도 시험 삼아 들어갔다가 반은 미쳐서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2인1조로 이루어져 박물관에 들어가는 살인범들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자신들의 살인 행각을 적나라하게 재현해준 덕에 오히려 다들 처음엔 살인을 회상하며 희열을 느낍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 이들은 달라집니다.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게 되고 오한에 떨기 시작합니다. 자극을 받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아십니까? 예전 이야기 중 오사카소녀의 이야기를…….
그 소녀의 머리가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사이코패스박물관입니다.
2.
오늘도 어김없이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우리를 그 어둡고 냄새는 곳으로 또 쳐박아 넣었다.
빌은 입구에서 부터 지레 겁을 집어 먹고는 발작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빌에게 망령이 씌였다고 하지만
저 녀석은 박사의 실험이 성공적임을 입증 하고 이곳에서 나가 재활 치료를 받아 정상인으로 돌아 온척
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마 재활치료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저 녀석은
여기서 본것을 흉내낼지도 모르지. 나 또한 그러고 싶으니까 ... 박사들은 우리가 아주 잘 따르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 글쎄 과연 그럴까?
나 또한 필요하다면 미친척 해주고 재활 치료를 받을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곳을 좀더 즐겨 볼까 생각중이다
왜냐면 이곳에는 내가 먹어 치우다 만 놈의 반만 남은 혓바닥과 반쯤은 부숴진 머리가 아주 정교하게 잘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는 일이 여간 흥미로운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놈의 혓바닥이 그렇게 맛있던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잘난 혀가 떠드는 것을 내버려 둘수가 없었다. 놈은 이미 죽었다고
하더라도 놈의 함부로 지껄이는 혓바닥이 반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거슬린다.
저 혀를 마저 뽑아 버려야 내 속이 조금은 더 후련해 질것 같은데...
"음? 이렇게 입을 양쪽으로 찢어 놨을땐 어느쪽 부터 찢었던 것일까?"
꽤나 떠들기 좋아 하는 조디의 목소리.. 그는 이곳에 온지 이제 이틀째인 저 녀석은 참 모든것에 관심이 많도 탐구심도 강한것 같다 아주 오래전 양쪽 입이 찢기고 복부가 잘려나간 여자의 시체 앞에서 눈을 때지 않더니 결국은 내게 저런 재미도 없는
질문을 늘어 놓는군. 나서기 좋아 하는 신디가 그 말에 대답했다.
"이거 빌의 작품이잖아?"
"빌?"
"아까 입구에서 춤추는 댄서말이야"
"그럼 빌이 오면 물어 봐야 겠군"
"입안으로 칼을 집어넣고 양쪽으로 한번에 찢은건지도 모르잖아?"
"나라면 좀더 이쁘게 그었을텐데, 예술을 모르는군..."
난 그들을 무시하고 오사카 소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갔다. 왠지 그 얼굴이 마음에 든다. 날 노려보는 눈빛...
왠지 그 눈빛은 나를 알고 있다는 표정인듯 하다. 가끔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박제를 할때 왜 저 눈밑에 피눈물 자국은 지우지 않은 것일까? 볼때마다 닦아 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때 ,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3.
조디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그는 소리가 나온 입구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뒤이어 신디가 따라가고 나도 신디의 뒤를 따라 갔다. 전력을 다해 뛰자 입구까지 대략 담배 한 대 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도착하자 피 냄새가 났다. 신디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그녀를 살짝 돌아 조디 쪽으로 걸어갔다. 조디는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조디의 앞에는 죽은 빌의 시체가 있었다.
“칼로 죽였군.” 조디는 빌의 상처를 유심히 관찰했다. 나도 그를 따라 죽은 빌을 살폈다. 얇은 옷이 피에 엉겨 몸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피가 진하게 베인 부분이 여러군데 모였다. “프로라기 보다는 대충 마구잡이로 찌른 것 같은데. 찌르는 게 너무 무성의해. 굳이 찌르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찔렀어. 예술적이지못해. 그리고 사람을 찌르는 게 처음이야”
“어딜 봐서?” 신디가 물었다.
“여길보라구” 조디가 빌의 셔츠를 살짝 들어 올려 상처를 보여주며 말했다. “칼날 자국이 똑바로 되어 있잖아. 프로는 이렇게 찌르지 않는다구. 왜냐면 칼이 미끄러지거든. 전문적으로 하던 아니면 그냥 하던 이런 식으로 찌르면 손이 미끄러져 자기가 베인다는 걸 알게 된단 말이야.”
“하지만 칼날이 예리하면 상관 없잖아?”
“박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에게 칼을 줄 리가 없잖아. 그러니 당연히 칼은 칼이되 칼이 아닌 거야.”
“무슨 소리야? 칼은 칼이되 칼이 아닌거라니”
“뭐든지 상관없어. 난 칼이라고 처음에 생각했지만. 보통은 뭐에 찔리면 칼이라고 생각하잖아? 근데 녀석의 상처를 보니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아마도 급조한 거겠지. 칼처럼 한 쪽에 날이 있거나 혹은 날로 만들 수 있는 거.”
“예를 들면 가위 같은 거? 아니면 유리조각?”
“땡! 틀렸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칼로 찔렀다고 하겠어? 분명 칼이야. 아니면 충분히 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한 거지. 아마도 금속으로 된 게 아닐 수도 있어. 여기, 여길 보라구.” 조디는 빌의 시체에서 셔츠를 완전히 벗기고 배에 난 상처를 가리켰다. “이거 상처가 찢어졌어.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여기가 찢어졌단 말이야. 보통은 이런데서 부러지진 않아. 다시 말해서 딱딱하되 잘 부러지는 칼이란 말이지. 그리고 그걸 가지고 이 녀석을 찌른 녀석은 이놈을 죽이지 못 했어. 아마도 이 녀석을 찌른 범인은 초짜에다가 소심했어. 아까 말한 것처럼 치명타가 없어. 그리고 칼이 부러지자 도망갔겠지. 어느 방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뭐야, 그럼 아직 여기 있다는 말이야? 이 지하실 어딘가에?”
“물론. 분명 어디 구석에서 질질 짜고 있겠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자신의 부러진 칼 조각을 쥐고서 말야. 근데 정말 큰 문제는 따로 있어. 첫 살인을 한 애송이 따위는 상관이 없는 데.”
“그럼 문제가 뭐야?”
“그 애송이를 도와주는 프로가 있다는 거지. 그것도 아주 정의감에 활활 타오르는 프로가. 애송이가 부러뜨리고 미처 회수하지 못한 칼날 조각을 가지고 있고, 어디로 도망갔는지 알 지 못하게 바닥을 닦았어. 아마도 그건......” 조디는 주변을 조금 둘러보았다. 그러다 아예 일어나 모퉁이를 돌아가더니 쟈켓을 가지고 왔다. 갈색에 면으로 된 쟈켓이었다. “바로 이거지. 이건 그 애송이일꺼고. 애송이는 어린 남자일꺼야. 대략 중삐리 정도?”
“그건 어떻게 알아? 여자일 수도 있잖아? 그 정도 크기면.”
“천만에. 여자 옷은 안에 포켓이 없지. 봐 여기 안주머니가 있지?” 하고 말하며 조디가 안주머니를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이 옷 많이 닳아 있어. 특히 팔꿈치가. 그것도 왼쪽만. 그리고 오른쪽은 전체가 닳아있어. 이를테면 이런 자세란 거지.” 조디는 책상에 앉아 있는 자세를 흉내냈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신디는 손사레를 쳤다. “그럼 대체 그 프로는 어디있는거야?”
“덩치가 있으니까 어디 구석에 숨지는 않았을 거야. 아마도 상당한 몸을 가진 거한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무술이나 뭐 그런 걸 수련했을 거야. 여기 목을 보면 부러져 있어. 이건 아무나 못 하는 거야. 닭도 쉽게 목이 부러지지 않는다구. 특히 사람은 더 힘들고 말야. 일반적인 체격에 건장하고 체계적으로 뭔가를 배운 사람이지. 더군다나 빌을 죽인 놈은 바로 그 놈이야. 한방에 빌을 죽였어. 몰래 뒤에서 다가가서 목을 비튼거지. 그 후에 애송이가 나타나서 빌을 찌른거야. 그래서 이렇게 많이 찔렀는데도 피가 별로 안 번진 거야. 덕분에 부러질 정도로 약한 칼이 여러번 들어간거지. 아마도 녀석은 숨어서 애송이가 이놈을 충분히 찌를 때까지 기다렸겠지. 그리고 뭔가에 놀란 애송이가 후다닥 도망가자 유유히 나타나서 애송이가 흘린 칼날 조각을 회수하고 핏자국을 지우고 나타났던 것처럼 유유히 사라진 거야.”
“그럼, 그냥 미치광이야?”
“아냐. 이놈은 뭔가 목적이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빌처럼 호리호리한 녀석을 한 방에 죽이지 않지. 빌의 목소리는 미성이니까 충분히 매력적인 비명이 나올거란 말이지. 그걸 몰랐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목을 부순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고통에 빠트리지 않겠다는 거야. 또다른 분명한 목적이 있는 거지. 예술가는 아니고 전문가랄까? 나 같은 예술가라면 빌의 손마디를 하나씩 자르면서 녀석이 지르는 비명을 감상할거야. 그건 마치 오케스트라 같을 걸. 아주 멋질 거야.”
“미쳤군.” 신디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에 있는 연놈 중에 안 미친놈 있어? 어차피 광끼와 예술은 한 끗 차이라고. 하여튼 위험해. 이곳은. 이 녀석은 아마 시작일 거야. 만약, 여기서 누군가를 죽이는 게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은 둘 중 하나지.”
“어떤?”
“여기에 있는 미친 연놈들을 다 죽이던가, 덜 죽이던가.”
“이봐, 이봐, 그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내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조디는 내 말을 못 들은 듯 신디만 쳐다봤다. “내 말을 무시하는 거야?” 라고 내가 소리치자 그는 잠깐 내 쪽을 쳐다보고는 또다시 신디를 보았다. “멀리 가진 않았어. 어딘가에 있겠지. 쟈켓이 버려져 있던 곳은 아냐. 그쪽으론 애송이가 도망갔지. 녀석은 반대쪽이야. 그쪽으로 가더라도 충분히 애송이를 찾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 거지. 아마도 이곳에 대해 잘 아는 녀석일거야. 젠장, 이래서 어둑한 곳은 싫다니까. 언제 옆에서 튀어나올지 알아. 더군다나 이따위 미로처럼 만든 곳에서. 도망갈 곳은 없고. 어쨌든 또 누군가를 죽일 게 뻔한 놈은 유유히 걸어가고 있고. 애송이는 어딘가에서 겁먹고 벌벌 떨고 있을 테고. 여기에 또다른 인간들도 있을 테고. 어쨌든 붙어 다니는 게 상책이야. 내가 죽는 건 싫으니까.”
“맞아. 내가 죽는 건 싫으니까.” 나도 그들의 말에 동감했다. 나는 슬그머니 신디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겁먹은 게 들키기 싫어서이기도 하고 왠지 벽을 등지도 있는 게 안전할 듯 싶었다.
“어떻게 하지? 그냥 이렇게 입구에 죽치고 있을 거야?” 신디가 물었다. “박사에게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을까?”
“글세. 여기에 그냥 있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저녁시간 전까진 우릴 꺼내주지 않을걸? 그리고 그 녀석이 다시 여기로 오지는 않을테지만 우리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그러니 자리를 떠야겠지.”
“그럼 이쪽으로 갈까?” 신디는 우리가 달려 온 쪽을 가리켰다.
“아니, 애송이가 간 쪽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그 녀석과 만나면 어떻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다만, 애송이는 무턱대고 달려간 건 아닐거야. 분명 뭔가 도움이 될만하거나 도망갈 곳이 있으니까 갔겠지.”
조디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는 씨익 웃으며 왼쪽 모퉁이로 천천히 걸어갔다. 신디가 잠깐 망설이다가 걸어갔고. 나도 마지막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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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걸어가면서 나는 조디가 왜 그렇게 머리가 좋은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전직이 탐정이었나? 탐정소설을 많이 읽었나..
내가 들은 걸론 대학생인줄 알았는데... 겉에서 보면 키도 작도 못생긴데다 말투도 촐싹대는 놈이라 무시당하기 십상인데 머리는 좋았다. 하긴 그러니까 4명 죽이고 잡힌 나와 달리 20명 넘게 목을 따고도 안 들켰던 거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데도 이놈을 무시하는 마음을 속으로 버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두 번째로 살인했던 달동네의 가난하고 비쩍 말랐던 소년가장과 놈이 꼭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녀석을 서른 토막이나 냈었다.
나는 그녀석이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순간 지었던 눈동자의 표정을 기억해냈다. 아, 그 기억은 끔찍할 정도로 달콤하다. 내 영혼은 늘 그 순간에 살고 있다. 그 놈의 눈은 공포로 뒤덮여서 마치 신에게 구걸하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며 죽는다.
신에게 구걸하는 것처럼.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못생긴 녀석이 가진 얼마 안 되는 푼돈과 반짝반짝한 주민등록증을 훔쳤었다.
그런데 조디는 마치 그놈처럼 생겼다. 키가 작고 귀가 양쪽으로 튀어나온 것까지.
그 때 조디가 꺾인 어두운 복도를 돌아서며 내게 말했다.
“피터, 너 같으면 어디에 숨을까? 니가 애송이라면... 저기 사랑스럽게 냉동건조한 시체들 틈에... 그렇지 않냐? ”
신디는 눈을 반짝이면서 조디를 쫒아갔다. 그 둘은 복도 너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여긴 막다른 곳이야. 전시실밖에 없잖아”
“어떻게 생각하냐? 환기구창으로 나갔을까? 아니면 여기에 있을까?”
“니가 여기에 있다고 했잖아, 조디 ”
복도를 돌아섰더니 과연 막다른 전시실이었는데 방 안에 거대한 유리실 안에서 희미한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관리를 위해 유리실 안으로 뚫린 조그만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은 닫혀 있었다. 나는 유리벽에 코를 디밀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깨끗한 솜씨로 얼굴 가죽을 떠서 약간 위로 들어 올린 여자의 눈을 나는 쳐다보았다. 가죽 밑으로 섬세한 붉은 근육질이 나타났다. 나는 잠시 홀린 것처럼 그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은 진짜가 아니었다. 그건 그냥 푸른빛이 떠올라 있는 유리구슬이었다. 보존하기엔 눈알은 수분이 너무 많다.
유리실 안에는 시체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나는 말했다.
“ 신디양, 이 안으로 들어가서 뒤져봐야겠어. 나는 오른 쪽부터 뒤.. ”
“ 내가 오른 쪽부터 뒤져 볼게, 시체가 빼곡한 곳도 잘 뒤져야 해. 애송이 놈은 몸집이 작은 게 틀림없어. 너는 몸집이 크니까 왼쪽부터 뒤져봐. 시체가 드문드문하니까 ”
조디는 중간에 내 말을 잘랐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조디는 개의치 않는 얼굴로 그 놈이 몸을 반으로 접으면 아주 딱 맞는 크기의 유리실 문을 잡아 당겼다. 조디가 유리문을 밀어젖히자 그 문은 바닥을 긁으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가시고 났을 때였다. 갑자기 누가 유리실 안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 왔다.
“ 꺼져, 이 호모 놈들아! 꺼져라! 이 새끼들아! 너희를 전부 죽여버릴 테니까! ”
내용은 험악했으나 그 목소리는 어리게 느껴졌다. 신디가 낄낄 웃었다.
내가 말했었나? 이 여자는 사이코패스가 중증이라 사람의 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여자가 웃는 모양은 억지로 얼굴을 일그러뜨려서 그저 웃는 모습을 대충 흉내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흉내라는 게 좀 어설퍼서 그 것은 사실 대단히 기분 나쁜 모습이었다. 신디는 그 웃는 얼굴을 내게 돌리고 말했다.
“ 저 새끼를 붙잡아서 뒈질 때까지 밟아 줄까? ”
그러자 조디가 그나마 봐줄만한 얼굴로 씩 웃었다. 나도 그 순간 기쁨을 느끼며 킬킬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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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짧은 순간, 광기어린 눈빛이 오갔다. 나는 곧 조디와 신디의 눈에서 동질의 흥분을 발견했다. 맞다. 언제나 나는 그런 것에 심장이 뛰곤 했다. 전쟁 같은 살인 놀이, 피 냄새, 인생을 마치는 인간들이 자기 삶이 보잘것없음을 인정해가는 절망의 눈동자, 태어남은 차별의 연속이지만 죽는 순간은 어느 누구도 다르지 않다. 이건 일종의 심판이다. 누굴 죽이고 누굴 살릴지 이걸 선택할 때 나는 더 이상 인생의 뒷골목에서 똥물을 마시는 밑바닥인생이 아니다. 그 누구도 나를 그 눈으로 쳐다볼 수 없다. 쳐다보는 순간 두 눈알을 뽑아버릴테니까. 뽑은 후에 후라이팬에 데쳐서 아삭아삭 씹어주지. 나야말로 얼마나 관대한 사람이란 말인가. 평등하다. 인간의 목숨이란.
우리를 죽이러 오는 이가 누구든, 우리의 목뼈를 노리는 이가 누구든 무슨 상관이랴. 내 심판을 기다리고 있을 한 생명을 떠올리니 순간 공포에 욱신대던 심장이 어이가 없어 헛 웃음이 나왔다.
복도를 울리는 웃음소리가 가시기도 전 조디는 유리문 안으로 머리를 디밀고 있었다. 유리문 안으로 들어간 조디를 따라 나도 머리를 디밀려는 찰나 짤막하고 굵직한 조디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끅. 숨이 막히는 소리.
유리실 안으로 조디보다 작은 키의 소년이 조디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오른팔로 조디의 목을 감싸고 인질극을 벌이는 헐리웃 영화에서나 볼 뜻한 품세로.
나는 순간 너무 놀라 내장이 떨렸다. 하지만 그건 권총이 앞에서 어른거리는 탓이 아니었다. 오사카 소녀의 얼굴과 닮은 애송이의 얼굴. 검은색 곱슬머리에 숱많은 눈썹과 긴 속눈썹, 쌍커풀 없이 길고 깊게 조각칼로 깎아내린 것 같은 눈. 얇은 입술.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매끈한 얼굴과 그 얼굴이 붙어 있는 가는 선의 얼굴형. 모두 흥분과 공포로 격렬하게 떨렸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동양인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는 얘기로 넘어가 버릴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이것은 비슷한 정도의 얘기가 아니었다. 사실 생김새의 비슷함의 문제를 넘어선다. 사람마다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란 게 있다. 그 분위기는 죽음의 냄새를 맡는 순간 가장 극렬하게 발하다 사라진다. 인생에 대한 미련이라고 할까. 뭐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체념하게 되지만 말이다.
애송이가 유리문너머로 나와 신디를 노려보는 눈은 분명 오사카 소녀의 눈이다. 나는 알 수 있다. 거의 매일 나는 그녀를 지켜봤으니까. 그녀의 피눈물을 내내 닦아주기를 바라면서. 나에게 향한 것은 분명 아닌 그 분노의 눈빛을 즐기며 달콤함에 빠져들었지. 그리곤 언젠가 나는 이곳에서 나가면 그와 비슷한 소녀의 눈을 보고 싶어, 그를 너무도 사랑하는 탓에 그녀들의 입술을 씹어먹으려 들지도 모르겠다. 여기 일본에는 네덜란드여자를 먹고도 베스트셀러가 된 남자가 있다지. 정신병원쯤 가주고 그놈의 맛없는 혀 따윈 말고, 여자의 눈을 보며 육질이 씹혀지는 입술이나 부드러운 엉덩이살쯤 먹어줘야지.
“큭, 총을 한번도 쏴보지 않은 손이군. 그 부드러운 손으로 누굴 쏘려고.”
옆에선 신디가 조소를 하는 투로 말을 내뱉었다.
“신디. 괜히 자극하지 마.”
조디가 꽤 쏠렸는지 신디를 다그쳤다. 천하의 담대하고 똑똑하신 조디라도 총이 바로 머리에 겨냥되어있는 상황을 즐기진 않겠지. 조디의 눈은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틈타다 상대가 상대니만큼 돌발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했다. 원래 눈에 뵈는 게 없는 십대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이봐 우린 총이고 뭐고 없다고, 그거 내려놓고 얘기해도 돼.”
“왜... 왜 날 찾았지? 나...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목소리가 유리창에 울려 웅웅거렸다.
“겨우 생각한다는 게.”
신디는 여전히 이 상황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왜 너한테 복수를 하지. 뭐 때문에?”
“내.. 내가... 찔렀어. 찔렀다고..하지만 난 안 죽였어. 난 아니야..”
“알아. 그래서? 넌 그냥 그 총을 손에 쥐고 우리를 위협하면서 네 갈길을 가면 되는 거야. 넌 총도 있잖아.”
“너.. 너희들은 뭐야? 사이코패스? 너희도 다 죽을 거야. 흐흐. 틀림없이 죽어서 이 유리실에 갇힐거야. 허헉. 아무도 치료받는 사람은 없어. 너희들은 다 모조리 죽는거야.”
맛이 갔잖아. 신디가 혼잣말로 수군댔다.
“조..좋아.. 내 말에 따라주면 총을 내려놓지. 작년에 납치되었다가 토막살인이 되어 발견된 오사카의 여자아이 알아?”
“알아.”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를 그쪽으로 데려가줘. 너희도 나와 함께 있으면 당분간 안전할 거니까...”
신디도 별 불만이 없어 보였다. 이 아이와 함께 있으면 그 남자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알았어. 짤막한 나의 말에 일그러질 듯 흔들리던 얼굴이 평정을 찾는다. 이 아이는 대단한 결심으로 이곳에 발을 들여놨다. 무엇 때문에? 오사카의 소녀. 그곳으로 데려간 후 애송이가 할 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머리를 되찾기라도 한단 말인가.
애송이는 조디의 머리에 가져댄 총을 등 뒤에 대고 앉은 자세로 빠져나왔다. 앞에서 나와 신디가 나란히 걸었다. 그 뒤로 등에 총을 댄 조디가 따라왔다. 발자국을 뗄 때마다 가라앉았던 복도의 공기가 흔들렸다. 소리에 좀 더 집중했다. 일이 꼬이지 않으려면 어쨌든 다른 이들과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았다.
손과 발, 팔과 다리 부위가 걸려 져 있는 전시실을 지났다. 손가락이나 손은 위에서 볼 수 있도록 뉘여 있었고 팔과 다리는 유리실 안에 걸려 있었다. 박제라는 이름으로 본래의 색이 변질된 탓도 있겠지만 손과 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곳 박물관에서 박제된 인간은 유색인, 그것도 동남아가 특출 나게 많다. 이 많은 시체들과 사람의 살과 뼈들의 통로는 무엇이란 말인가? ‘인체의 신비’처럼 중국 사형수들의 시체를 가져다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건가.
돈을 받고 팔거나 죽기 전에 동의를 했다지만 오사카의 소녀는 대체 죽기 전에 어떤 동의를 할 수 있었을까. 팔렸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미는 대목이다. 나의 신성한 심판까지 무력하게 만드는 더러운 손들. 순식간에 끓어올라 열이 목까지 받치던 찰라.
“총은 걔가 줬지?”
탐구심이 많은 조디는 그 상황에서도 애송이에게 총의 출처를 물어봤다.
“아마 도망가려는 너에게 총을 던져줬겠지. 그래서 네가 도망갈 수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 우글거리는 사이코패스 소굴에서 넌 그 자식 뒤만 따라다녔을 텐데 말이야. 아, 그런데 총을 왜 너에게 주었을까. 아무리 프로라도 혼자서는 총이 있는 게 안전할 텐데 말이야. 혹시 총이 하나 더 있는 걸까. 아니면 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군이 많은 걸까. 아니면 그 총으로 네가 자신의 수고를 덜어주길 바라는 걸까.”
애송이는 대꾸가 없었다. 그리곤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얘기했다
“한 두 명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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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릴레이 소설 분위기가 침체 된 것 같아 제가 다시 중복으로 올렸습니다. 참여 부탁합니다. ㅋ "
뭐야. 쑥스럽게ㅜ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