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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인성(사진 왼쪽부터)과 심수창이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악몽을 모두 잊었다. 다음은 우리 차례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배터리’ ‘부부’. 투수와 포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들이다. 실제로 야구 포지션 가운데 둘만큼 가까운 사이도 없다. 그러나 부부가 헤어지면 이웃보다 먼 남이 될 때가 있듯 사이가 틀어진 투·포수도 팀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곤 한다. LG 트윈스 주전포수 조인성(35)과 투수 심수창(29)이 그랬다.
지난해 두 이는 서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은 소동의 주인공이 됐다. 이 때문에 팀도 당사자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박종훈 감독을 영입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LG는 이제 두 선수의 활약을 발판삼아 8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루려 한다. <스포츠춘추>가 조인성과 심수창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2009년 8월 6일 잠실구장.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LG 심수창은 들쭉날쭉한 제구로 4회까지 6실점 했다. 심수창이 5회까지 버텨주길 바랐던 김재박 감독은 다시 무사 1, 3루 위기가 찾아오자 김용수 투수코치에 투수교체를 지시한다.
김 코치가 마운드로 걸어가는 사이 포수 조인성도 심수창을 향해 다가가는데. 그때였다. 조인성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심수창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순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뭘 잘못 했느냐?”라고 항변하는 심수창의 입 모양이 TV 중계화면에 잡힌다.
김 코치가 즉시 두 이를 떼놓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거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심수창과 그런 후배 투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조인성은 다음날 언론의 표적이 됐다. 그리고 촌극으로 그칠 것 같던 선·후배 간의 사소한 말다툼은 어느덧 LG를 7위로 내몬 주요 원인으로 둔갑한다. 그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박동희(이하 박) : 가슴 아픈 일을 들춰내 미안합니다. 제가 두 사람 입장이라도 그때 일을 기억하는 건 그리 유쾌한 회상은 아닐 듯싶어요.
심수창(이하 심) : (어두운 표정으로) 날짜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6일이었어요.
조인성(이하 조) : (한참을 생각하다가) 저도 그렇고 (심)수창이도 그렇고, 한 번쯤 참고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했었는데…당시 팀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숨을 길게 내쉬고) 거기다 경기만 지면 포수인 제게 쏟아지는 비난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컸어요.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까 결국,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박 : 어찌 보면 마운드 위에서 선배 포수가 후배 투수를 혼내는 건 생경한 일이 아닙니다. 선수들 사이에선 늘 있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후배 투수를 혼내는 포수나, 선배 포수에게 혼나는 투수나 모두 ‘일상적인 광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습니다.
조 : 경기를 하다 보면 심한 말이 나올 때가 있어요. 수창이도 후배 포수 김태군을 불러서 “열심히 하라”고 질책할 때도 있을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사건’이랄 것도 없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팀 성적만 좋았다면 그냥 우발사건으로 끝났을 일이었습니다.
심 : 지난해 6월 중순까지 6승을 거뒀어요. 속으로 ‘아, 올 시즌 다시 10승을 하겠구나!’ 싶었죠. (허탈한 표정으로) 그런데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6연패를 했어요.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당시 (봉)중근이 형을 비롯한 선발투수들이 아픈 바람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질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기억나는데요. 7월 31일 히어로즈전에 출전해서 7⅔이닝 동안 3실점인가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날부터 몸이 아주 좋지 않았어요.
박 : 8월 6일 경기 때는 어땠어요?
심 : 역시 몸이 좋지 않았어요. 경기 전 진통제를 복용하고 어깨에 핫크림을 잔뜩 바른 상태에서 등판했어요. 그때 그걸 인성이 형한테 말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아쉬운 듯) 평소 대화가 없다 보니….
박 : 몸이 아프면 투구패턴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평소 투구패턴과 다르면 가장 먼저 당황하는 이가 포수입니다.
심 :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 초반은 천천히 던지고, 몸 풀리면 전력투구’한다는 계산으로 던졌어요. 그런데 그걸 인성이 형이 몰랐던 거죠. 당연히 오해를 할 수밖에요.
조 : 그때 전 수창이가 좀 더 공격적으로 투구하길 바랐어요. 늘 그렇게 던졌던 후배이고요. 하지만, 그날은 어쩐지 자기 투구를 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음, 솔직히 말씀드려 제가 다른 후배 투수들한테는 거의 화를 내지 않아요. 수창이만 예외였어요. 왜냐? 항상 그렇게 하면서 수창이 안에 있는 가능성을 끌어내 왔으니까요. 그날은 더 강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게 조금 과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 8월 6일 잠실 KIA전에서 심수창과 조인성은 마운드 위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선후배 간의 사소한 말다툼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파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사진=LG) |
박 : 당시 중계 카메라에 인성 씨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깜짝 놀라는 수창 씨의 표정이 잡혔어요.
심 : (눈을 크게 뜨며) 인성이 형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서 깜짝 놀랐어요. 뭐랄까, 그때는 정말 인성이 형이 무서웠어요.
박 : 무서웠다라.
심 : 저는 인성이 형이 저한테 심한 말을 하는 게 모두 중계되고 있는 줄 알았어요. ‘큰일 났다.’ 싶었죠. 내가 못 던지고 싶어서 못 던진 게 아니라 아파서 그런 건데, 숨기려고 숨긴 게 아니라 평소 대화가 없다 보니까 오해를 산 건데, 인성이 형이 제게 심한 말을 하고 그게 TV로 중계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어요. 갑자기 저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 화를 인성이 형한테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라는 말로 표출한 것 같아요.
조 : 그 경기 전날 제가 후배들한테 그랬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릴 응원하는 팬이 있다. 그분들을 봐서라도 끝까지 온 힘을 다하자.” 제가 주장이었으니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었어요. 하지만, 다음날 수창이의 투구는 제가 후배들에게 강조했던 ‘온 힘을 다하는’ 모습과는 딴판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때 좀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
2008, 2009시즌 2년 연속 6승을 기록한 심수창은 올 시즌 다시 10승에 도전하려 한다(사진=LG) |
# 마운드 위에서의 말다툼 이후 두 선수는 벌금 100만 원과 함께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09시즌이 끝났을 때 두 선수는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좌절시킨 장본인들로 지목되며 다시 한번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두 선수의 고난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연봉협상에서 조인성은 마이너스 옵션이 적용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 심수창도 팀 내 다승 2위였지만, 연봉은 동결이었다. 그날 이후 두 선수는 어떻게 지냈을까.
박 : 그날 경기 끝나고 나서 대화를 나눴을지 싶은데요.
조 : 수창이나 저나 극도로 흥분해서, 그날은 대화할 형편이 못됐어요. 며칠 지났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겠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데 언론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말다툼을 크게 다루면서 대화할 기회를 놓쳤어요.
심 : 저도 처음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인성이 형을 보면서 욕을 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박 : 그런데?
심 : (고개를 숙이며) 경기 끝나고 바로 형한테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생각 이상으로 일이 커졌거든요. 2군에 내려갔을 때도 기회가 있었는데 또 다가서지 못했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인성이 형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조 : 제가 수창이와 다퉜다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 저를 이상하게 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아니 사람이 기분 좋으면 웃고 아니면 안 웃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눈치를 봐야 해요. 제가 안 웃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 줄 안다니까요(웃음).
박 : 어찌 보면 사소한 말다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배경엔 사소하지 않은 일들이 얽혀 있었다는 게 야구인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LG 전(前) 코치 가운데 한 분은 인성 씨가 ‘사인 때문에 극도의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벤치에서 사인이 다 나왔다는 이야기인데요.
조 : (한참을 생각한 뒤) 벤치에서 다 나온 게 맞아요. 저도 투수들이 원하는 사인을 내고 싶었어요.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서 맞으면 투수 자신도 이해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어요. 그 때문에 저나 투수나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던 게 사실이에요.
박 : 벤치에서 사인을 어느 정도나 많이 냈던 거예요?
조 : 경기에서 이기고 있던 지고 있던 점수 상관없이 계속 (사인이) 나왔어요.
박 : 주로 어떤 사인이었나요?
조 : 김재박 전 감독님께선 변화구 사인을 많이 내셨어요.
심 : 저도 시즌 초반엔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부진하기 시작하니까 바로 나왔어요.
LG 주전포수 조인성은 지난 3년간 벤치 사인에 의존했다. 그가 벤치로 고개를 돌리는 건 생경한 장면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는 달라질 전망이다. 박종훈 신임 LG 감독이 "조인성의 경험과 능력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제 조인성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때가 왔다(사진=LG) |
박 : 야구인 대부분의 생각과는 달리 야구팬들은 인성 씨를 지나치게 바깥쪽 코스를 선호하는 포수로 알고 있어요.
조 : 선수기용과 사인지시는 감독의 고유권한입니다. 선수가 ‘가타부타’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그런 까닭으로 주변에서 절 보고 ‘공 배합이 어떻다.’ 심지어는 ‘조바깥이다’라고 놀려도 참고 또 참았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마냥 참는 게 미덕은 아닌 것 같아서….
박 : 그래서 지난 시즌 끝나고 언론에 ‘벤치에서 줄곧 사인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 건가요?
조 :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네.
심 :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인성이 형을 보고 ‘조바깥, 조바깥’한다는 걸 인터넷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그런데 야구를 조금만 주의 깊게 보시면 아시겠지만, 투수마다 성향이 다 달라요. 투수 대부분은 바깥쪽을 좋아해요. 저도 그래요. 메이저리그만 보셔도 알잖아요. 그쪽 투수들이 실력이 떨어져서 바깥쪽만 던지겠어요? 과거 선동열 삼성 감독님도 현역 시절엔 거의 바깥쪽만 던지셨어요. 스트라이크 존 ‘꽉’ 찬 바깥쪽 공을 제대로 공략하는 타자는 정말 드물거든요.
박 : 특정 코스를 주로 요구한다고 한 포수의 성향을 단정 짓는 건 무리입니다. 인성 씨가 ‘주구장창 바깥쪽을 요구한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전력분석원들의 데이터와 8개 구단 배터리 코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오히려 국내 포수 가운데 가장 바깥쪽을 선호하는 이는 ‘한국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불리는 SK 박경완입니다. 저도 일전 인성 씨의 문제점을 가리킨 적이 있지만 그건 ‘다른 포수들과 비교해 투수와 사인을 주고받고서 일찍 위치를 이동하는 바람에 상대 타자와 주자, 주루코치에게 사인을 읽힐 수 있다’는 것이었지 공 배합은 아니었습니다. 언제부터 ‘바깥쪽만 선호’하는 포수로 비쳤다고 생각해요?
조 : 예전 어느 감독님이 계실 때부터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어요.
박 : 몇몇 야구인들도 인성 씨의 공 배합에 박한 평을 하는 게 사실입니다.
조 : 예를 들죠.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이에요. 제가 원바운드 공으로 삼진을 잡자는 의도로 포크볼 사인을 냈어요. 하지만, 투수도 사람인데 항상 사인 데로만 공을 던지겠습니까. 실투할 때도 있죠. 포크볼이 가운데로 들어오다 장타를 맞았다 쳐요. 그러면 어떤 해설가분은 “왜 가운데로 던지라고 사인을 냈느냐”며 호되게 비판을 하세요. (답답한 표정으로)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면 어느 포수도 대꾸할 말이 없습니다.
몇 년간 조인성은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조인성의 지인은 "한번은 (인성이가)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할 만큼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며 "조인성이 나쁜 포수면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때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2006년 WBC 때 박찬호의 공을 받아준 주전포수는 도대체 누구냐"고 항변했다. 조인성은 지난시즌보다 앞으로의 시즌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것이 그가 아는 야구선수의 길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박 : 인성 씨를 둘러싼 오해는 공 배합뿐만이 아닙니다.
조 :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저는 블로킹을 좋아하는 포수예요. 공을 몸으로 떨어트린 다음 주자를 잡는 걸 홈런 치는 것보다 더 좋아해요. 그런데 일부에서 제가 블로킹만 하면 투수를 노려보며 인상을 쓴다고 하지 뭡니까. 도대체 그 말이 어디에서 왜 나온 건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제가 투수한테 욕을 한다니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장난으로 웃으면서 “똑바로 안 던져”라고 하는 걸 그런 식으로 오해하면 참.
심 : 야구 모르는 분들이 보시면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인성이 형은 블로킹하고 좀 오래 서 있는 편이거든요. 순전히 힘들어서 그런 건데 TV로 보시는 분들은 무슨 불만이 있어 저러는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박 : 오해 사기 싫으면 바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인데.
조 : 왜 오래 서 있느냐고요? (떨리는 눈으로) 아프니까요. 보호구가 없는 곳에 맞아보세요. 힘이 ‘쭉’ 빠집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오해를 사지 않을까요. 근래 친한 선배가 자살한 적이 있어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지도 못한 오해를 받을 땐 그 선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 오해하면 수창 씨도 인성 씨 못지않아요. 잘 생긴 얼굴이 되레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을 듯싶어요.
심 : 전 대학 때 선배들 따라서 처음 나이트클럽을 가봤어요. 대학 때는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때도 야구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전 뭐 하나 꽂히면 꼭 그걸 해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남들 열 번 놀 때 전 한 번만 놀아도 ‘꼭’ 티가 나는 거예요. 간혹 “너, 나이트클럽에서 봤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가 오곤 해요. 그런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전 그런 전화가 올 때면 꼭 집에 있었거든요. 친구들이랑 밥 먹으려고 나이트클럽 앞을 지나갔을 뿐인데도 ‘나이트클럽 안으로 심수창이 들어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해요. (손으로 가슴을 치며) 정말 그럴 땐 미쳐요. 억울해서.
'35살 포수' 조인성의 어깨는 아직 식지 않았다(사진=LG) |
# 야구에서 흔히 투수와 포수의 관계를 ‘배터리(Battery)’라고 한다. 그렇다면 배터리는 무슨 뜻일까? 말 그대로 건전지일까? (+)극이 투수, (-)극이 포수일까? 아니다. 배터리의 어원은 ‘공격하다’ ‘치다’는 의미의 라틴어다. 이후 포병을 뜻하는 단어로 확장됐다.
야구에선 원래 투수를 뜻하는 말이었다. 포병처럼 적을 공격한다고 붙여졌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투·포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발전했다. 그도 그럴 게 포병은 2인 1조가 기본이다. 한명은 포탄을 넣고 나머지 한명은 사격을 한다. 야구에서도 이같은 이미지를 차용해 투수로 한정했던 의미를 투·포수로 넓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일본프로야구의 명포수 출신 감독 노무라 가쓰야는 “그라운드’라는 전장에서 매일의 싸움을 반복하는 투·포수는 가장 가까운 전우”라고 말한다.
박 : 편견과 선입견은 오리털 베개와 같아요. 한번 찢어지면 안에 있는 깃털이 사방으로 날리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는 깃털을 주워담을 수 없어요. 편견과 선입견도 똑같습니다. 인성 씨와 수창 씨를 볼 때마다 마음이 시린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화제를 좀 바꾸지요. 투수와 포수를 가리켜 ‘배터리’ 혹은 ‘부부’라고 합니다. 그만큼 각별한 사이라는 뜻인데요. 하지만, 두 포지션만큼 '동상이몽'이 심한 이들도 없습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타자는 두산 김현수나 김동주. 볼 카운트는 투스트라이크 원볼. 이때 두 사람은 어떤 공을 요구하고, 던지겠습니까.
조 : 투스트라이크 원볼이라. (곰곰이 생각한 뒤) 먼저 수창이의 그날 각 구종의 구위를 살피고 나서 4, 5구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수창이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야, 던지라는 데로 던져!” 하는 식으로 말하진 않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던졌을 때 아웃되면 순전 운이지만, 안타라도 맞으면 포수가 얼굴을 못 들어요. 투수를 최대한 설득해 포수 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제 임무입니다. 그 상황에서도 전 그렇게 할 것 같아요.
심 : 투수는 포수와 다를 수 있어요. 타자가 두산 김동주 선배라고 하죠. 김 선배는 바깥쪽 공을 잘 치는 걸로 유명해요. 하지만, ‘그러니까 커브로 공략하자?’ 전 아니라고 봐요. 김 선배가 바깥쪽을 좋아하니까 웬만큼 비슷하면 배트가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럼 바깥쪽을 더 잘 공략해서 범타로 일찍 처리하는 게 낫다고 봐요. 전 바깥쪽을 던질 겁니다.
박 : 투·포수의 생각 차이가 왜 이렇게 클까요?
조 : (기다렸다는 듯) 투수는 최상의 상황을 떠올리고, 포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계산하니까요.
심 : 앞에서 벤치 사인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말 많이 듣잖아요. “선참이 포수일 때 사인이 나오면 후배 투수는 고개를 흔들면 안 된다”고요. 그런데 그런 말은 잘 생각하면 무책임한 말일 수 있어요. 왜냐? 그렇게 던지다 맞으면 투수는 ‘자기 책임이 아니다’라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인성이 형도 말했지만, 투수도 사인 내는 대로 던지기만 하면 기계나 다름없어요. 타자가 비록 직구를 잘 친다고 하지만 투수는 간혹 직구로 제압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무리 뛰어난 타자도 타율 3할이에요. 3번은 안타를 치지만 7번은 아웃이라는 뜻입니다. 투수는 언제나 도전하려고 들고 포수는 그런 투수를 언제나 달래는 포지션이 아닐까 싶어요.
많은 LG팬은 두 선수가 다시 손을 맞잡고 팀의 미래를 이끌어주기 바란다(사진=LG) |
박 : 생각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대화는 필수입니다. 늦었지만 근래 두 사람이 대화를 가졌다는 게 상당히 고무적인데요. 생각의 틈을 많이 줄였는지 궁금합니다.
심 : 인성이 형이랑 야구와 관련된 대화를 거의 해보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번 시범경기 중 부산에서 (박)명환이 형 주선으로 인성이 형과 회를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전 형한테 어떤 공을 던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형도 제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줬어요. 좋은 기회였다고 봅니다.
박 : 인성 씨는 후배에게 어떤 말을 했나요?
조 : 그날그날마다 수창이 상태가 달라요. 어느 날은 커브가, 또 어떤 날은 슬라이더가 좋을 때가 있어요. 그래 ‘그때그때 상황을 보면서 구종을 선택하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많은 분이 모르시는데 수창이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보다 실제 구위가 훨씬 좋은 투수예요. 하지만, 수창이가 나쁘게 말하면 ‘손가락 장난’이라고 하나요.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같은 걸 많이 던지는 편이에요. 그런 공으로 타자를 땅볼 아웃시키면 좋죠. 그러나 수창이 장래를 봐서는 포심패스트볼을 보다 과감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바람들을 수창이에게 전달했어요.
박 : 저도 인성 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수창 씨의 포심은 충분히 위력적이에요. 요즘 속구 구속은 얼마까지 나오나요?
심 : 시범경기 때 시속 145km까지 나왔어요. (잠시 생각하다가 옆을 바라보며) 지난해 인성이 형이랑 약간 어긋났던 것도 형이 몸쪽 직구를 던졌으면 할 때 저는 투심으로 범타 처리하길 바랐어요. 형이 다 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꼭 귀담아듣도록 하겠습니다.
심수창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마운드 위에선 투쟁심이 강한 투수다. 바뀌어야할 건 심수창이 아니라 심수창의 겉만 봤던 우리의 시선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박 : 포수는 투수 입장에선 확실히 어머니 같은 존재에요. 모든 응석을 받아줘야 하잖아요.
조 :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박철영(현 SK 스카우트) 배터리 코치님입니다. 야구계에선 제게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 제가 박 코치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있어요.
박 : 어떤 이유인가요.
조 : 그분은 항상 ‘배려’를 이야기하세요. 제게 항상 그러세요. “투수를 억지로 리드하려 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이끌어내라”고. 수창이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 유일하게 절 혼내신 분도 박 코치님이셨어요. “네가 어떻게 했기에 수창이가 그리 나왔겠느냐?”라며 저를 혼내셨어요. 그때 곰곰이 수창이 처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한 번쯤 참았으면 좋았을걸. 왜 수창이한테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경기에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집중하다 보니까 후배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문제를 조금 등한시했던 것 같아요.
박 : 인성 씨는 자신의 문제를 잘 짚은 듯한 인상이에요. 수창 씨는 어떤가요?
심 : 저도 욕심이 앞서다 보니까 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깜빡했던 것 같아요.
박 : 투수와 포수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대 상(像)이 있을 텐데요. 투수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포수 상(像)은 무엇인가요?
심 : 음, 투수 입장에선 자기를 가장 편안하게 하는 포수가 좋겠죠.
박 : ‘편안’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편안하다’는 느낌은 어떤 건가요?
심 : 설령 제가 원한 공을 던지다 안타를 맞아도 포수가 “괜찮다. 내 잘못이다”할 때 투수는 편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솔직히 포수가 그러면 투수가 더 미안해요. 한편으론 ‘아, 이 포수가 내게 든든한 방패가 돼주는구나. 더 믿고 던지자’ 하는 마음이 들죠.
조 : 저도 수창이와 비슷해요. 배터리는 실력을 떠나 신뢰가 우선이에요. 포수도 신뢰할 수 있는 투수를 반기게 마련입니다.
박 : 인성 씨의 ‘신뢰’ 기준에 맞는 유형의 투수는 누구예요?
조 : 일단은 (박)명환이죠. (최)원호 형도 그렇고. 저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수창이도 제겐 늘 신뢰감을 주는 투수였다고 생각해요.
박 : 2007년 박명환이 10승을 거뒀을 때 그의 인터뷰를 보면 “오늘 승리는 다 인성이 형 덕분이었습니다”하는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박명환처럼 포수의 노고를 한시도 잊지 않는 투수라면 모든 포수가 신뢰감을 느낄 텐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젊은 투수에게 최고의 포수는 자기보다 어린 포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창 씨는 동의하세요?
심 : 그렇죠. 저보다 어린 포수가 편하긴 하죠(웃음).
LG 투수조 조장 박명환. 베테랑 박명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원들의 화합을 주도하고 있다(사진=LG) |
# “선발 포수가 누굽니까?” 이례적인 질문이었다. 그도 그럴 게 경기 전 선발투수가 누군지 물어도 선발 포수가 누군지 묻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박종훈 감독은 “당연히”라고 운을 떼고서 가만히 있다가 “보시면 압니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사연은 이랬다. 3월 13일 잠실구장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출전하는 LG 선발투수로 심수창이 발표됐다. 지난해 8월 6일 이후 7개월 만의 잠실 등판이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심수창을 선발진에 넣을 뜻을 비쳤던 박 감독은 “좋은 투구를 할 것”이라며 연방 심수창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은 심수창의 호투보다는 그의 공을 과연 누가 받아줄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일부에선 조심스럽게 김태군의 기용을 예측했다.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전에서 심수창과 호흡을 맞춘 이가 그였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심수창과 껄끄러운 사이인 조인성을 기용하는 건 코치진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심수창의 전담포수는 조인성”이라고 공언한 바 있었다.
박 감독의 공언은 빈 소리가 아니었다. 이날 선발 포수는 조인성이었다.
박 : (심수창을 바라보며) 3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선발 출전해 3이닝동안 7피안타 1볼넷하며 3실점했습니다.
심 : 실점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던지고 싶은 공을 얼마나 잘 던졌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선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인성이 형과의 호흡도 잘 맞았어요.
박 : 3월 21일로 시범경기가 종료했습니다. 이택근, 이병규와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며 큰 기대를 모았던 LG는 그러나 4승7패로 7위에 머물렀습니다.
조 : (빙그레 웃으며) 시범경기는 몰라요. 뚜껑을 열어봐야지.
박 : 인성 씨는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 포수예요. 많은 이가 올 시즌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기대하고 있어요. 인성 씨가 보기에 지난해와 올 시즌 팀이 가장 크게 변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조 : 선수들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잘 되고 있어요. 박종훈 감독님 오신 뒤로 선수들끼리 야구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합니다. 전해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심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형 말대로 박 감독님 오시고 선수들 사이에서 야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선수들끼리 노하우도 교환하고 서로 잘 되라고 조언하는 것도 예년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에요.
지난해 연말 LG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영입자 가운데 최대어는 단연 박종훈 감독(사진 안경 쓴 이)이었다. 박 감독은 부드럽지만 강하고, 강하지만 섬세한 야구로 LG를 이끌고 있다. 박 감독은 3월 22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 LG를 이끌 키맨으로 조인성을 지목했다(사진=LG) |
박 : 일본 오키나와 LG 스프링캠프에 갔더니 ‘Breakthrough(돌파)’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많은 걸 시사하는 문구였습니다. 인성 씨도 지난해 좋지 않은 기억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조 : (강한 어조로) 지난해 일은 제게 더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써 의식하지도 않아요. 그저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후배들이 “인성이 형 변하는 거야? 어, 인성이 형이 정말 변했네”하는 생각을 하게끔 노력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게 하려고 스프링캠프 내내 땀을 흘렸고 지금도 애쓰고 있어요. (심수창을 바라보며) 그간 저 친구를 오해한 게 있어요.
박 : 뭔가요?
조 : 저는 수창이가 경기 전 상대팀 분석을 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최근에야 아주 열심히 분석하고 등판한다는 걸 알았어요.
박 : 어떻게 안 거예요?
조 : 한번은 김준기 전력분석 과장님한테 그랬어요. “수창이가 상대타자 분석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그랬더니 김 팀장님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수창이 녀석, 집에서부터 공부 많이 하고 와” 하시는 거예요. 그제야 제가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박 : 저는 수창 씨가 타자분석을 많이 하는 투수란 걸 알고 있었어요. 어떤 식으로 분석하는 거예요?
심 : 투수가 공을 빠르게만 던진다고 타자를 제압할 순 없어요. 타자는 언제나 투수를 분석합니다. 와인드업하고 다리를 내려놓는 타이밍이 늘 일정하면 타자들이 그걸 눈치채고 타격해요. 공을 놓는 순간도 마찬가지에요. 타자가 제 타이밍을 눈치챘다고 생각하면 그걸 역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 걸 주로 연구하고 분석해요. 그래도 제가 꾸준히 6승은 했던 투수 아닙니까(웃음).
박 : 지난해 일로 두 선수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연봉협상에서도 불이익을 받았고요. 여기다 시즌 막판에는 2군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심 : 2군은 참 힘든 곳이에요. 한번 내려가면 기회가 오기까지 무던히 기다려야 해요. 한번은 최동수 선배님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선수 대부분이 2군으로 떨어지면 자포자기한다. ‘왜 내가?’ 하면서 화를 내다가 결국 포기한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내가 2군이라고? 좋아. 내가 준비를 해놓고 있을 테니까 언제든 기회만 와라’하고 때를 기다렸다”고. 그 조언을 믿고 2군에서 ‘꾹’ 참어요.
조 : 저는 몇 년째 ‘꼭’ 시즌 중반만 되면 2군으로 내려갔어요. 그 통에 결혼 상대자가 나타나도 제대로 교제를 하지 못했어요. 수창이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난해도 그런 일이 터지면서 제 이미지가 무척 나빠졌습니다. 어느 여성분이 저를 좋게 보겠어요.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좋은 여성분을 만나고 싶습니다(웃음). 그러려면 제가 열심히 해야겠지요.
박 : 수창 씨도 이제 30대지요?
심 : 만으로는 스물아홉입니다.
박 : 인성 씨는 올해 꼭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심 : 전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 형들은 “때 되면 다 간다”고 하던데.
박 : (동석했던 LG 관계자가 “아직 그때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안 온 사람도 있다”며 쳐다보자 급히 화제를 돌리며) 올 시즌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을 듯싶어요.
조 : 저는 올 시즌 수창이를 반드시 10승 투수로 만들 겁니다. 가능성이 충분한 투수이니만큼 제가 조금만 도우면 가능하다고 봐요. (심수창을 바라보며) 수창이한테 바라는 건 하나에요. 언제든 “형, 제가 볼 때 이것보단 이게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가보지요”하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럴 땐 제가 “그래. 형은 이렇게 했으면 하지만,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렇게 한번 해보자”라고 할 겁니다.
심 :저는 인성이 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제가 바라는 것과 형이 바라는 것의 합의점을 찾아서 발전적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가령 “형, 자세를 좀 낮춰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을 때 형이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면 더는 바랄 게 없겠지요.
박 : (조인성을 쳐다보며) 여담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하겠습니까?
조 : 네, 전 다시 태어나도 포수를 할 겁니다.
박 : 수창 씨는 어때요? 또 투수를 할 건가요?
심 : 글쎄요. 전 타자를 해보고 싶어요. 포지션은 외야수로.
박 : 이유가 있어요?
심 : (스윙을 흉내 내며) 치는 게 재밌잖아요.
조 : 인성 씨는 은퇴 후 지도자를 생각하는 걸로 압니다.
조 : 최근 몇 년 동안 “은퇴하면 다시는 야구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살아왔어요.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박 :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나요?
조 : 박철영 코치님 생각을 했어요. 그분은 항상 선수들의 방패가 돼주신 분입니다. ‘딱’ 1년을 해도 박 코치님 같은 지도자가 되보고 싶어요. 은퇴하면 지인들을 통해서 국외연수도 알아볼 참입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지도자가 되면 후배들은 반드시 제 전철을 밟지 않도록 도와줄 겁니다.
박 : 인성 씨의 먼 꿈을 들어봤는데요. 수창 씨의 먼 꿈은 뭔가요?
심 : 저도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일본드라마 가운데 ‘루키즈’가 있어요. 보셨어요? (고개를 흔들자) ‘루키즈’는 사고뭉치 고교야구부 선수들을 잘 선도하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요. 지도자가 되면 그 드라마 속 교사처럼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박 : 올 시즌 개인적인 바람들은 뭐에요?
조 : 타율 3할을 기록하는 겁니다. 그래야 지난해 힘들었던 기억들이 잊힐 것 같아요.
심 : 전 기복 없이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게 바람입니다. 동료와 팬들께 믿음이 가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꾸준히 제 할 일을 하다 보면 좋은 일도 오지 않을까 싶어요.
박 : 제가 좋아하는 표어 가운데 ‘LG는 사랑입니다.’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트윈스는 4강입니다’라는 표어가 잠실구장에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 시즌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 어떻게 예상하세요?
조 : 저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뛴 경험이 있어요. (“그런 큰 무대에서 뛰는 기분이 어떠냐?”라고 묻자) 모든 관중이 다 저를 보러 온 기분이 들어요. 실제로 제가 움직이는 쪽으로 관중의 시선이 모두 쏠려요. 정말 짜릿합니다. (환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팀은 4강에만 들면 한국시리즈 우승도 가능하다고 봐요. (주먹을 꽉 쥐며) 저력이 있으니까요.
심 : (조인성의 말을 경청하다 감격한 듯) 와, 저도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만이라도 던져보고 싶어요. 제 공 하나하나에 모든 관중이 숨죽인 채 지켜보는 그 기분을 꼭 느껴보고 싶어요. 인성이 형 말대로 저도 반드시 LG가 4강에 가리라 확신합니다. 이 두 손으로 팀의 4강행을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박 : LG가 포스트 시즌에 오르면 수창 씨가 투수로, 인성 씨가 포수로 첫 경기를 치렀으면 합니다. 그러면 제가 LG의 8년 만의 포스트 시즌 승리를 가장 먼저 기사로 쓰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날이 오긴 올까요?
조, 심, 박 :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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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해 우승하고 둘이 껴안고 한 바탕 우시라우요.^^
"블로킹을 좋아하는 포수예요. 공을 몸으로 떨어트린 다음 주자를 잡는 걸 홈런 치는 것보다 더 좋아해요" <-개인취향이니 뭐라 할수도없고 -_- 그냥 "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거보다 투수공을 잡고 다시 투수에게 던져주는것을 좋아해요" 라고 말해줬으면 좋앗을텐데
이번 기사를 마지막으로 이일은 그만 언급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러다가 두선수.. 한번에 실수로 선수생활 내내 꼬리표처럼 민망하게 따라 다니겠어요^^ 조인성선수 밝게 웃는모습!! 참 보기 좋네요 ㅋㅋㅋ
어색한 미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보기 좋아요!!!
조인성 선수 얼굴 많이 탔군요...모든 사인이 벤치에서 다 나왔다..이것도 좀 안 좋긴 했군요
조인성 선수 심수창 선수
올해는 좋은 일 내보자구여....
조인성선수의 매력은 웃을때 들어가는 저 보조게!! ㅋㅋㅋ
심수창선수야 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매력덩어리고~ ㅋㅋㅋ 두선수 다 올시즌 저렇게 환하게 웃을수 있길 응원합니다!!
화를 내다가 결국 포기한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내가 2군이라고? 좋아. 내가 준비를 해놓고 있을 테니까 언제든 기회만 와라’하고 때를 기다렸다”고.==> 이런 맘으로 1군에서 많은 활약들 해 주시길..
올핸 정말 두선수다 제대로 일 내보자구요
말다툼 보다도 그 이전까지 안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인데요... 그러고도 여태 배터리를 했던 게 더 신기하네요... 올해는 제발 이런 고질병이 없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