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
근래 수도권 전철에서 중국어&일본어 안내방송이 간간히 들려옵니다.
각각의 멘트들이 세부적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질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런대로 '내용전달'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몇몇 역에 대한 안내방송은....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사례 2개만 제시하겠습니다.
다른 멘트들은 다 빼고 '역명'을 어떻게 발음하였는지를 '한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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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동대입구
중국어: [동국대학입구]
일본어: [동국대학입구]
6호선 월드컵경기장 (일본어밖에 기억이 나질 않네요)
일본어: [워루도콥뿌굥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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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호선 동대입구역의 사례
흠...
동대입구역은 아마도 '동대'가 뭘 의미하는지 외국인들께서 모르실까봐(?)
친절하게도 '동국대학'이라고 풀어주신듯 한데요..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조금 더 부연을 해드리면,
중국어&일본어 멘트 중간에 난데 없이 역명 부분만
[동국대학입구]라고 아주 또랑또랑한 한국식발음으로 읊어주십니다.
위 방식대로의 친절함을 영문표기에 적용한다면 아마도
This stop is "Donggook Daehak Ipgu" "Donggook Daehak Ipgu"
이정도쯤 되겠죠.
[대학] [입구] 뭐 이정도 한국어 단어쯤은 기본으로 알아줘야 알아들을 안내멘트가 되겠네요 허허...
'동국'은 고유명사니 그렇다고 쳐도
'대학'은 일반명사이니 각국어로 발음해주는 게 옳지 않나 생각이 되구요,
'입구'는 영문표기에서 생략하고 있으니 생략가능하지 않은가 생략합니다.
따라서 제 생각엔 이 경우 "동국따쉐"(중국어) "동국다이가꾸"(일본어) 이렇게 발음하는 게
역명의 의미를 외국인들에게 전달한다는 취지에서 적절하지 않은가 생각이 됩니다.
멀리 생각할 필요도 없지요. 영문표기가 뭐던가요? "Donggook University"지 않습니까? (Donggook Daehak Ipgu가 아니라..)
2.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의 사례
다음으로 위보다 더 경악스러웠던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월드컵경기장"도 아니고 "와-루도 캅뿌 스따지아무"도 아닙니다.
어느 일본인께서 어렵사리 "워루도콥뿌굥기장"이라고 간신히 한국식 발음 흉내를 내고 계십니다.
듣는 순간 당혹스러움과 함께 안쓰러움도 한켠으로 밀려오더군요.
과연 저 방송 들은 일본인들은 어땠을까... 아마도..
"This stop is 'Woldeukeop Gyeonggijang'"이라는 안내방송을 들은 영어화자들의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듯합니다.
대체 어쩌다가 저런 정체불명의 발음이 탄생하게 된건지는...
굳이 길게 말씀안드려도 충분히 유추가능하시리라 믿습니다.
여기서도 단순한 원칙 하나. 영문표기를 떠올려 보면 답은 나옵니다.
World Cup Stadium
네. 영문표기를 기준으로 번역을 해보면 준수한 해답이 나올 듯합니다.
ワールドカップ競技場 혹은 ワールドカップ・スタジアム로 하면 아주 명쾌해집니다.
이 역 근처에 뭐가 있는지... 굳이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히 짐작가능하겠죠.
3. 종합&결론
이상 두 역의 사례를 보면
수도권 전철의 중국어&일본어 안내방송은
뭔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습니다.
'고유명사'와 '일반명사'의 경계를 제대로 구분짓지 못한 채로 역명을 번역(?)하여
한국인들이나 영어화자들은 각각 우리말 방송 & 영어방송을 듣고서 알게될 정보들을,
일본어 화자&중국어 화자 들에게는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미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해답은 기존 방송멘트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멘트'의 선례 말입니다.
거기에서 이루어진 '고유명사(한국어 발음을 살릴 부분)'과 '일반명사(해당 외국어로 번역할 부분)'의 경계만
명확히 그어주어도 훨씬 바람직한 멘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첫댓글 명쾌한 기준이 없는 듯 합니다. 그냥 지시 내리는 사람 마음대로인듯.
결론에 찬성합니다. '기준'이라는게 필요하죠. 영어방송에선 교대를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court and public prosecuter's office...정도로 길게 하면서까지 친절히 해석해주며 영어듣기훈련을 도와주면서 일어와 중국어에는 그냥 고유명사로 저런식으로 때우는건 불합리하다 봅니다. 특히나 역이름의 대부분이 한자이기 때문에 영어에 비하여 훨씬 편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실제로 서.메 3호선 압구정역 안내방송은 안내는 물론이고 실내 안내 화면장치에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안내가 나옵니다.
그것도 그렇고 중국어 발음이 영 시원찮더군요. 어디서 조선족데려다가 녹음한건지...
...... - _- 조선족이면 네이티브입니다. 그리고 말씀 좀 가려해주세요.
작년에 한번 나온적이 있는데 청량리역 중국어로 나올때 이상하다는 느낌이었다는..즉 보통말 발음이 아니었다는...무슨 동북쪽 발음이었다는..저는 중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데 이제 왠만하면은 발음만 들으면은 어디 사람인지 다 알죠..
주엽의웅님 조선족이면 네이티브라고 하기 힘듭니다. 한족애들발음하고 차이나요. 진정한 네이티브는 한족이죠. 특히 그중에서 한족여자이면서 북경관화를 제대로 발음할줄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조선족분들 중국어 발음 정확한거 아닙니다. -_-;
청바지// 비유를 잘못드는군요. 외국에서 한국어방송이 만약나간다면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 나갑니까? 그리고 조선족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발음이 이상합니다. 중국어배울때 가장 기피해야할대상이 조선족입니다. 중국에서도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십여년전부터 한국인들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엄청난 혜택을 본 계층이죠. 언제 무시했다는건지 모르겠군요. 조선족들은 다른것보다 어눌한 북한식 한국어좀 할줄아는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분수에맞지않는 월급을 타거나 혹은 그에상당하는 특혜를 누려왔죠. 사실상 중국어 제대로 배울려면 한족한테 배워야 합니다. 특히 북경쪽 거주하는 한족이나 아니면 동북쪽거주의 한족...
윗분들께서 네이티브라는 용어를 잘못 이해하고 계신듯 합니다. 네이티브라는것은 원어민이나 본토 토박이를 말하는 것으로 사투리를 쓰든 표준어를 쓰든 해당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네이티브가 맞습니다. 네이티브 코리안라고 한다면 경상도말이나 전라도 말이나 다 들어가니까요... 여기서 적절한 용어는 네이티브가 아니라 표준어(Standard Language)인듯 합니다... 즉 스탠다드 차이니즈(보통화) 말입니다.
그러면은 윗님의 말대로 하면은 네이티브라고 하면은 상해말,원저우말,안휘말,광동어 이것도 포함되겠네요..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되는 셈이죠. 중국의 방언이 불어와 이탈리아어에 육박할정도로 심한 차이를 보이지만 방언이라고 규정하지 외국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특히 문어체인 백화문은 거의 공통으로 통용되는 셈이고..사실 방언이냐 외국어이냐의 차이는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봅니다. 프랑스의 경우도 표준프랑스어와 프로방스어의 차이가 심한 편이지만 프로방스어를 쓰는 지중해연안사람들도 원어민이라고 하니까 말이죠.... 반대로 유사성이 많은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의 언어는 방언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에 외국어로 규정하고 말이죠.. 그런면에서 '네이티브'보다'표준어'라는 명칭이 차라리 더 적절한것이죠.
동국대를 중국어를 읽으면 동궈다쉬에입니다. 제가 중문과를 전공했지만 메트로와 도철에서 나오는 방송을 들어보니 중국인에게 듣기에는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울메트로랑 도철이랑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듯 합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에서는 중/일 모두 한국어발음으로 고속터미널이라고 안내하고, 7호선 고속터미널에서는 "까오숙 빠슈 커이 쩌(중국어전공이 아니라서 ㅈㅅ)???" 여하튼...중국어로 안내하더라구요. 7호선안내도에는 간체자로 표기도 되어 있고...(순 우리말 역명도 간체자로 표기했습니다.)
같은 역에 대해서도 이렇게 들쭉날쭉이라면 더더욱 제대로 된 기준안에 따른 통일이 필요하겠네요..
고속터미널을 중국어로 표기하면은 高速客运站이라는게 맞죠...까오수 커윈잔 이라는게 맞습니다...아마도 지하철에서 표기 한거는 아마도 高速巴士客运站인거 같네요.....그런데 중국에서는 巴士客运站이라는 표현 안쓰죠...汽车站 혹은 客运站이렇게 쓰죠...예를 들면은 청량리역을 清凉里站이라고 하지만은..정확한 표현은 铁路清凉里站죠...광저우 지하철에 天河客运站이라는역이 있죠..
중국에선 역이라는 한자를 안쓰고 참이라는 한자를쓰지요. 그런데 까오쑤빠스커윈잔 이라고 해도 대충 알아는 듣는 모양이더군요.
일본어로 토다이... 라고 하면 보통 도쿄대학을 의미하죠;;;; 그리고 이미 동국대 캠퍼스의 1할은 중국인 ㄷㄷ (얘네들은 안재욱을 곧 죽어도 안짜이쉬라고 읽으니 답 없음)
중국애들이 한자를 쓰는 이상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문제이긴 하죠....
그리고 6호선의 월드컵 경기장은 중국어로 世界杯足球场..즉 스찌에베이 주치우창...이렇게 들었는지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역명을 읽는 방식이 서로 달랐으나, 이를 국어원음 그대로 읽는 것으로 통일하기로 정해졌습니다. 기사원문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3158077
옳으신 말씀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현 시스템은 그저 지명위였던가... 하여튼 어떤 위원회의 의결에 의존하게 하고 있을 뿐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갖가지 엉망진창이 다 등장하는 실정이지요. 차제에 영어 쪽에서도 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겠구요.
일본 가보면 한국어 안내판도 슈리성을 '슈리조'라고 해놓습니다. 그 정도 일반명사는 당연히 알아가는게 '예의'죠.
만약 국내에서도 다른 나라처럼 한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그냥 한자표기만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겠죠. 사실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한자를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한자만으로 표기를 하되 그냥 자국발음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중국대륙이 간체자를 쓰고 있기에 예전만큼 통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통용이 되는건 사실이고 특히 번체권인 대만이나 홍콩의 경우는 이런 면에서 일본과의 통용에서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표음문자인 한글전용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걸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내 한자음을 쓰느냐 현지어로 표기하느냐 말이죠.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실제로 그 당연한 지식들을 갖출만큼 성의있고 준비된 외국인들만 한국에 방문해준다면 애초에 이런 얘길 꺼내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예로 드신 '슈리조'는 차라리 '숭례문'과 동급으로 생각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적어도 저는 '숭례문'을 Sungnye Gate로 번역하자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동국대학교' '월드컵경기장'은 '숭례문'과 다르지요. 당연한 '예의'로서 숙지하고 있기엔 무리가 있는 명칭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