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저에게 이사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거추장스러운 개념입니다. 광산촌인 태백에서 12년을 살았습니다. 그때 이사 횟수를 헤아려보면 무려 8번이나 이사를 했더군요. 학교 옮김과 관사로의 이주, 집주인의 횡포…. 하여튼 밥 먹듯 이사를 하니 가재도구가 성한 게 없더군요.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인데 한 해에 이사를 세 번 하니 물건만 정리하면 "아빠 우리 또 이사가?"라고 묻곤 했지요.
이사는 삶의 터전을 옮기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과거에 버리지 못했던 물건과의 이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실 1년 내내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거든요.
교감으로 부임할 때 내 짐은 라면 상자로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잡다한 것을 정리하니 삶에서 필요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지요. 교장으로 새로운 임지로 가면서 사무실을 정리하였습니다. 대부분은 일생에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을 문서들이었지요. 그것을 버리고 나니 비운 뒤에 오는 상큼함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임지에 왔을 때도 제 짐은 라면 한 상자가 다입니다. 삶에 참고가 될 만한 책 몇 권 손때 묻은 문구류 가끔 오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차와 찻잔 종류…. 상자 하나를 다 채우지 못하는 짐은 가벼워서 좋습니다.
우린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습니다. 집도 가구가 늘어날수록 삶의 공간은 좁아지는 것인데 가구를 늘이지 못해 안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없어도 될 만한 것은 없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이 단순화될수록 삶도 단순해지기 때문입니다. 비워내고 덜어내 최대한 단순하게 살 필요가 있습니다. 고민과 스트레스는 좀 더 많이 가지지 못함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것만 놓아도 행복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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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교직 40년(39년 11개월 17일)동안 이사 다닌 횟수가 총각때 3년간 5번, 결혼하고 20년 동안 9번, 그 다음 나 홀로 부임하여 17년 동안 전전한 것이 7번. 결혼하고 9번 중 주문진 1년 1번. 삼척 5년 2번. 횡성 5년 2번. 영월 1년 1번. 춘천 8년 3번이군요. 남들은 재산 쫓아 이사한다는데, 살다보니 이만큼 다녔네요. |
첫댓글 정말 많이 하셨네요. 제가 군인생활 34년 하면서 한 것 만큼이나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전에 12번, 결혼하고는 29년 동안 17번이네요.
학과 졸업반인 4학년 학생들 14명을 인솔하여 8월28일부터 9월9일까지 14일을 해군 군함을 타고 항해하여 하와이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하와이에서도 6일간 머무르면서 이곳저곳 많은 곳을 둘러보고 견학하고 올때는 비행기 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배움을 줘야겠다 생각했는데, 여건이 어려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든 학생들이 만족한다 하여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위안을 받아 봅니다.
좋은 일 했네. 선생은 지나고 나면 항상 좀 더 하는 후회가 있지.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리라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