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나무[학명: Prunus mume SIEB. et ZUCC]는 장미과의 낙엽활엽소교목이다. 쓰임에 따라 매실(梅實) 수확을 목적으로 심는 실매(實梅)와 꽃을 보기 위해 심는 화매(花梅)로 크게 나뉜다. 그래서 나무 이름도 매실매실(梅實)나무와 매화(梅花)나무 양쪽을 다 쓴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매화(白梅, for. alba), 꽃잎이 많은 종류 가운데 흰꽃이 겹으로 피는 것을 만첩흰매화(萬疊白梅, for. albaplena), 붉은꽃이 겹으로 피는 것을 만첩홍매화(萬疊紅梅, for. alphandii)라고 한다. 관상용, 과수, 약용으로 심는다. 봄의 전령 매화와 홍매화를 양산시 낙동강변에 있는 원동마을의 순매원(純梅園)과 양산 통도사(梁山 通度寺)에서 각각 담았다. 꽃말은 '고격(高格), 기품(氣品)'이다.
매화나무와 살구나무는 비슷한 점이 많아 구별이 어렵다. 꽃이 피었을 때 꽃받침과 꽃잎이 붙어 있고 열매의 과육이 씨와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이 매화나무다. 반면 꽃받침이 꽃잎과 떨어져 뒤로 젖혀져 있으며 과육이 씨와 쉽게 분리되는 것이 살구나무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하 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조선시대의 가사집《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있는〈매화타령〉의 첫머리다. 매화는 이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 대지에 생명이 깨어남을 알려주는 첫 신호를 매화로부터 듣는다. 매화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수수하지도 않은 품격 높은 동양의 꽃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 모두가 좋아하는 꽃나무다.
중국의 쓰촨성이 고향인 매화나무는 오래전부터 중국 사람들이 곁에 두고 아끼는 나무였다. 처음 사람과의 인연은 꽃이 아니라 열매로 출발했다. 청동기시대에는 소금과 함께 식초를 만드는 원료로서 매실을 귀하게 썼다.《시경》의〈국풍〉편에 보면 ‘매실따기(摽有梅)’란 이름으로 꽃이 아니라 열매부터 등장한다. 매실은 차츰 약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이며,《신농본초경》에는 약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우리나라《동의보감》에는 불에 쬐어 말린 오매(烏梅), 소금에 절인 백매(白梅) 등 매화나무 열매에 대한 약효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매실은 피로 회복은 물론 해독작용, 위장장애, 피부미용, 항암작용까지 건강식품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매화나무는 매실 이용과 함께 차츰 꽃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매화가 관상식물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한무제(기원전 141~87) 때 상림원(上林苑)에서 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매화는 시인과 묵객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소재로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오다 송나라에 들어오면서 문학작품 속에서도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려 후기에 들어오면서 매화는 서서히 선비들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 갔다. 그래도 매화가 정말 만개한 시기는 아무래도 조선왕조에 들어오면서부터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의 첫머리에 꼽히고 세한삼우 송죽매(松竹梅)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매화는 조선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문화이자 멋이었다.
매화를 노래한 수많은 조선의 선비들 중에 퇴계 이황만큼 매화 사랑이 각별했던 이도 없다. 매화 시 91수를 모아《매화시첩》이란 시집으로 묶어두었고, 문집에 실린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107수의 매화시를 남겼다. 그는 매화를 그냥 매화로 부르기조차 삼갔다. 퇴계 시 속의 매화는 흔히 매형(梅兄) 아니면 매군(梅君), 때로는 매선(梅仙)이 되기도 했다.
그가 단양군수로 재직할 때 만난 두향이란 기생과 매화로 맺어진 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방년 18세의 관기 두향은 48세 중년의 중후한 멋을 풍기는 퇴계에게 반한다. 그러나 워낙 자세가 꼿꼿하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두향은 퇴계의 각별한 매화 사랑을 알고, 꽃 빛깔이 희면서도 푸른빛이 나는 진귀한 매화를 구해 그에게 선물한다. 매화에 감복한 퇴계는 드디어 마음을 열고 두향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그 후 두향이 선물한 매화를 도산서원에 옮겨 심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퇴계가 1570년 12월 8일 아침,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유언은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였다. 최근 새로 나온 천 원 권 지폐에는 퇴계의 얼굴과 더불어 도산서원의 매화나무가 담겨 있다. 마침 푸르스름한 지폐 색깔은 두향이 선물했다는 푸른빛 매화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매화도는 고려시대의 것도 몇 점 있지만, 조선시대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어몽룡의〈월매도(月梅圖)〉, 오달제의 〈설매도(雪梅圖)〉, 신사임당의〈묵매도(墨梅圖)〉, 장승업의〈홍백매화도〉, 민화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수많은 화가들의 그림에 매화는 빠지지 않았다.
중국 원산이며 한국·일본·중국에 분포한다. 5m 정도의 높이로 자라는 낙엽활엽수로 많은 가지를 치며 잔가지는 푸르다. 잎은 서로 어긋나게 자리하며 계란 꼴 또는 긴 계란 꼴로 끝은 뾰족하고 밑동은 둥글다. 잎의 길이는 3~7cm로 가장자리에는 작으면서도 예리한 생김새의 톱니가 있다.
꽃은 이른봄 잎눈이 움직이기 전에 피는데 지난해에 잎이 붙어 있던 자리에서 1~2송이씩 거의 가지에 들러붙은 상태로 핀다. 지름이 2~3cm 정도인 꽃은 5장의 둥근 꽃잎으로 이루어지며 흰빛으로 피어나는데 분홍빛으로 피는 종류도 있다. 꽃이 피면 강한 향기를 풍긴다. 꽃이 진 뒤에는 둥근 열매를 맺고 익으면 노랗게 물든다. 맛은 매우 시다.
매화(梅花)의 고자(古字)는 ‘某’인데 ‘梅’의 본자이다. 강희안(姜希顔)은《양화소록(養花小錄)》의 화목9등품론(花木九等品論)에서 1품으로 분류하였다.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 줌[梅花香自苦寒來]으로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고,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회춘(回春)을 상징하였다. 또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 중에서 으뜸이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조선중기 대학자 신흠의 ‘야언’에 ‘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해석하면 ‘매화는 어떠한 역경이 오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화(梅花) <매화 옛 등걸에> 옛 시조 한 수를 감상하여 보자.「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들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하여라.」현대어로 풀이하면「매화나무 해묵은 늙어진 몸의 고목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필 것 같기도 하지만/ 뜻 아니한 봄철의 눈이 하도 어지럽게 펄펄 흩날리니 꽃이 필지 말지 하구나.」
지은이 매화(梅花)가 자기의 이름과 꽃의 이름을 자기의 늙어진 몸과 고목나무가 된 매화의 이중(二重)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重義法)으로 늙음을 한탄하며 감성적으로 표현하였다. <해동가요(海東歌謠)>에 명기구인(名技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시조는 매화(梅花)라는 기생은 유춘색이라는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는 춘설(春雪)이라는 기생(妓生)을 가까이 하자 매화(梅花)가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해지는 작품이다.
본초명(本草銘)은 매실(梅實), 오매(烏梅), 훈매(熏梅)이다. 매실의 효능은 현대과학으로도 재조명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매실에는 구연산이 19%, 사과산이 1.5% 포함돼 있다. 알칼리성을 띤 구연산은 피로 해소와 체질 개선에 효과가 있는 데다 소화불량과 위장 장애를 개선한다.
덜 익은 열매를 5∼6월에 따서 약 40℃의 불에 쬐어 과육이 노란빛을 띤 갈색(60% 건조)이 되었을 때 햇빛에 말리면 검게 변한다. 이를 오매(烏梅)라 하며 한방에서는 수렴(收斂)·지사(止瀉)·진해·구충의 효능이 있어 설사·이질·해수·인후종통(咽喉腫痛)·요혈(尿血)·혈변(血便)·회충복통·구충증 등의 치료에 처방한다. 뿌리는 매근(梅根), 가지는 매지(梅枝), 잎은 매엽(梅葉), 씨는 매인(梅仁)이라 하여 역시 약용한다. 속이 더부륵한 소화불량 증상에는 매실차나 유자차가 위장을 활성화해 도움을 준다.
매실은 한여름 꿀잠 돕고 갈증 없애주는 과실이다. 동의보감에 더위로 인한 갈증을 없애기 위해 가장 많이 등장한 처방은 매실이다. 그중 덜 익은 매실을 훈증한 오매(烏梅)라는 약재가 그 핵심이다. 매실은 처음에는 파랗다가 때를 지나면서 노랗게 익는다. 풋 익어 독이 있는 푸른 매실을 소금에 푹 절여 만든 백매(白梅)를 불에 굽고 말린 것이 오매다. 오매의 가장 큰 위력은 꿀잠에 있다. 동의보감은 오매를 차로 마시면 잠을 잘 오게 한다고 기록했다. 매실의 새콤한 맛은 침을 분비하게 해 갈증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덜 익은 열매를 소주에 담가 매실주(梅實酒)를 만들고 매실로 매실정과(梅實正果)·과자 등을 만들어 먹으면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직 익지 않은 열매는 미량이나마 청산(靑酸)을 포함하는 까닦에 날 것으로 먹으면 중독을 일으킨다.
[참고문헌:《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김영사)》,《이상곤의 실록한의학(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동아일보》,《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