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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혜 <한국철도대학장, 경영학 박사> |
일주일 전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를 다녀왔다. 우리 한국철도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시베리아교통대학교와 벌써 7년째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상호방문교류를 위해서였다.
때마침 도시 탄생 115주년을 맞아 개최된 대대적인 기념행사도 참관하고, 시베리아교통대학교의 졸업식에도 참석하였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지리적으로 시베리아의 정 중앙에 위치하며,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를 동서로 연결하는 1만㎞에 가까운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중간점에 놓여 있어 러시아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한다.
철도건설 기술자, 과학자, 노동자 등이 정착하면서 생성된 이 도시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역사를 함께 해오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도시의 외관은 물론, 시민들의 생활과 도시 발전을 위해 철도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철도의 도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중심도시 노보시비르스크
이 도시에 자리한 시베리아교통대학교는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그 철도대학교와 더불어 러시아의 3대 철도대학으로 꼽히는 명문대학으로 철도부 장관, 수석차관 등을 배출하였고 졸업생들은 러시아 철도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대학과는 지난 2002년 이래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매년 교수 및 학생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교류하고 있다. 또한 이 대학에는 2003년부터 북한의 평양철도대학생 23명이 유학 중이어서 우리 대학생들과 친선축구대회를 하는 등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한 철도대학생 간에 교류가 이루어져 왔다.
이번에 이들 북한학생들이 모두 학위를 받고 귀국하게 되었다. 2003년 겨울 이 곳에서 만난 평양철도대학 총장은 분단 시절 동독의 드레스덴 공대에서 유학한 전기공학자로서 유연한 사고와 자유로운 언행으로 놀라움을 안겨 주더니, 이번 졸업식에 참석한 부총장은 1980년대 중반 모스크바 철도대학에서 2년간 수학하였다며 유창한 러시아어는 물론이고 러시아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철도인재 육성을 위해 국비유학생제도를 이어 가는 것 자체도 놀라운 일이다. 나는 거의 5년 만에 시베리아를 방문했는데 러시아의 고속성장이 피부로 느껴졌다. 노보시비르스크시 곳곳에 건설 붐이 일어 도시 전체에 희망과 기대가 넘쳤다.
그동안 속속 들어선 백화점에는 유럽의 최고가 명품 브랜드들로 넘쳐나고, 5년 전만 해도 낡은 자동차 일색이던 거리에는 세계 각국의 유명 자동차들이 줄을 이어 서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푸틴이 집권한 지난 8년 동안 연평균 6.5%의 고도성장과 국내총생산(GDP)이 두배 이상 증가하였다는 통계가 그대로 피부에 와닿았다.
시베리아는 인류의 마지막 보물창고
제3차 오일쇼크라 부를 만큼 치솟는 유가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이지만,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산유국인 러시아에서는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것이다. 러시아, 특히 시베리아는 전 세계 지하자원의 40%를 보유한 자원의 보고이며, 극한기후로 인해 그동안 거의 사람 손이 닿지 않은 탓에 인류의 마지막 보물창고라고 일컬어진다.
러시아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100배가 넘는 광대한 영토에 인구는 불과 1억5천만명에 그친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합친 크기와 맞먹는 시베리아는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기 3~4개에 불과할 정도로 인구밀도가 낮다. 시베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하루 내 오막살이 한 채 볼 수 없는 망망 대지를 만나기 일쑤다.
러시아 정부가 시베리아 경제개발에 외국의 참여를 희망하는 이유다. 시베리아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시베리아횡단철도도 최근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구 소련 시절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애용하던 일본의 물동량은 1991년 7만TEU(20피트 콘테이너)를 정점으로 1996년 1만5천TEU까지 급감한 바 있으나 최근 다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가 2010~2015년까지 러시아 본토와 사할린섬을 잇는 자동차·철도 복합교량(7㎞)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일본 홋카이도와 사할린섬 사이의 해저터널건설사업에 대한 논의도 다시 탄력을 받는 듯 하다. 사할린과 홋카이도는 약 42㎞로서, 영불간 도버해협 해저터널인 56㎞ 보다도 짧다.
남북철도연결사업을 염원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너무도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남북종단철도가 연결되어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이어지면 물류수송기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효과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시베리아에 접근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