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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널리 알려진 우화로 꽤 묵직한 주제죠. 먼저 우화의 줄거리를 보시고, 책의 주제와 관련해 생각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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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매너(Manor)농장의 주인인 존스는 술에 취해 잠이 듭니다. Manor는 중세유럽의 지배층인 영주와 그에 예속된 농노로 이루어진 자급자족의 경제공동체, 장원을 가리키는 낱말인데, 오웰이 동물농장의 이름으로 상징적으로 쓴 것이죠.
존스의 침실 등불이 꺼지자 농장의 동물들이 헛간에 다 모입니다. 농장의 동물들이 존경하는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간밤에 꾼 이상한 꿈을 전달하겠다고 동물들에게 알려 놨었기 때문이었지요.
메이저가 연단 위에 짚방석을 깔고 편한 자세로 앉았습니다. 올해 12살인데 최근에 비계가 늘어 한층 위엄 있는 모습이었지요. 조금 후 돼지, 양, 말, 암탉 등 여러 동물들이 둘러 앉아 헛간을 꽉 채우자 메이저가 입을 엽니다.
“친구들, 이제 내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그전에 내가 깨친 진리를 전해주겠소.” 하면서 연설을 하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영국의 동물들에게는 자유가 없소. 비참한 노예의 삶이요. 우리가 노동해 만든 생산물을 인간에게 약탈당하기 때문이요. 인간을 제거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부자가 되고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반란! 반란을 일으킵시다. 친구들, 바로 이것이 내가 오늘 전하려는 메시지요.”
그러자 우레 같은 함성이 일어납니다. 다시 메이저가 말을 계속하지요.
“두 발로 걷는 것들은 모두 우리의 적이오.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달고 있는 동물은 모두 우리의 친구요. 그리고 인간을 정복한 후에는 그들처럼 악한 짓을 되풀이하지 맙시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돼요.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꾼 꿈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그 꿈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사라지고 난 후의 이야기-유토피아지요-로 영국의 짐승들(Beasts of England)이란 노래였지요.
메이저가 직접 부르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비옥한 영국 들판은
짐승들 세상이 되리니
우리 코에서 뚜레가 사라지고
무자비한 채찍도 영원히 사라지리라.
잉글랜드 짐승들아
전 세계의 짐승들아
귀 기울여 듣고 널리 전하라
황금빛 미래를 알리는 내 복음을.
이 노래를 듣고 동물들은 흥분해 모두 합창하기 시작합니다. 암소들은 음매 음매, 개들은 멍멍 켕켕, 말들은 힝힝, 오리들은 꽥꽥..
메이저의 연설을 계기로 동물들은 반란을 준비하지요. 우선 전체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해야 하는데 이 일은 동물 중에서 지능이 높은 돼지들이 담당합니다.
그 우두머리는 수퇘지 두 마리, 스노볼(Snowball)과 나폴레옹(Napoleon)이었고, 그 밑에 언변이 좋은 스퀼러가 선동을 맡습니다.
이들 돼지 세 마리는 메이저의 가르침을 정리해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여 다른 동물들에게 학습시킵니다.
그때 존스는 소송에 걸려 재산을 날리고 매일 술에 빠져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농장의 일꾼들이 게을러져 먹이도 주지 않고 채찍만 휘두르며 착취하지요.
결국 동물들이 참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킵니다. 존스와 일꾼들을 내쫒고 농장을 차지하죠.
나폴레옹은 동물들에게 평소 정량보다 곱절씩 옥수수를 나누어줍니다. 스노볼은 농장 간판에 올라가 두 앞다리로 붓을 들어 매너농장(Manor Farm)을 페인트로 지우고 그 자리에 동물농장(Animal Farm)이라고 씁니다.
다음에 헛간으로 가서 벽에 동물주의의 7계명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써 놓음.
1. 누구든지 두 발로 걷는 자는 우리의 적이다.
2. 누구든지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모든 동물이 평등하다는 동물주의의 출발은 좋았습니다.
첫 해 풍작을 이루지요. 동물들은 식량을 주인 존스가 뺏어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산해 평등하게 나누니까 몰래 먹지 않고 게으름도 피지 않았거든요.
다만 우유가 없어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수확이 더 중요하다는 나폴레옹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스노볼이 여러 위원회를 만들어 계속 학습시켰으나 아둔한 동물들이 7계명을 외우기는커녕 읽지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노볼은 7계명을 단 한 줄로 압축해 문제를 해결하지요.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중독성 있는 단일 슬로건이죠.
그 후 존스와 일꾼들이 농장을 다시 찾기 위하여 몽둥이와 총을 들고 쳐들어왔으나 스노볼이 지휘해 물리칩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우화니까요~ㅎ
아무튼 이제 동물들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농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스노볼이 풍차를 세우자며 직접 설계도를 그립니다. 농장에서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그러나 별다른 아이디어와 지식이 없는 나폴레옹은 당장 식량 증산이 급하다며 반대합니다. 결국 헛간에 동물들이 모여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하지요.
처음에는 팽팽했으나 스노볼의 열변으로 찬성으로 대세가 기울어집니다. 그때 나폴레옹이 일어나 스노볼을 노려보면서 꽥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죠.
그러자 밖에서 으르릉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나더니 개 아홉 마리가 달려 들어와 스노볼을 덮칩니다. 나폴레옹이 비밀리 키워온 맹견들이었지요.
스노볼은 나살려라 하고 도망합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곁을 개들이 붙어서 꼬리를 흔들며 지킵니다. 과거 존스 시절과 똑 같은 장면이 연출된 것이죠.
스노볼이 축출된 후 농장에 잇달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먼저 헛간 회의가 없어지고 모든 문제를 돼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바뀝니다.
항의하려고 젊은 돼지 네 마리가 나섰으나 나폴레옹을 호위하던 개들이 으르렁거리자 슬며시 자리에 앉아버리죠. 곧이어 양들이 나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고 계속 떠들고요.
얼마 후에는 나폴레옹이 풍차 건설계획을 발표합니다. 동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자 원래 풍차 아이디어는 원조가 나폴레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사실 스노볼의 설계도는 나폴레옹에게서 훔친 것이라는 것이 폭로된 것입니다. 그렇게 스퀼러가 퍼트리고 다닌 것이죠.
결국 동물들이 일주일에 60시간씩 노예처럼 일해 풍차가 거의 완성되어 가게 됩니다. 그런데 아뿔싸! 태풍이 불어 풍차가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아! 이런.. 동물들이 절망해 얼이 빠져 있지요. 이때 현장에있던 나폴레옹이 말합니다.
“동무들, 이게 누구 소행인지 알겠소?” 바로 스노볼이오. 스노볼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부터 다시 풍차의 재건에 착수합시다.”
그런데 날씨가 안 좋은데다가 돼지들이 식량을 빼돌려 배급 식량이 계속 나빠집니다.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어느 봄날, 스퀼러가 놀라운 사실을 전합니다. 스노볼이 그동안 몰래 농장을 들락거렸고, 애당초 존스와 한 패거리였다는 것이었지요. 또 농장에 그 첩자가 숨어있다는 것이었지요.
곧 첩자들을 색출해 자백과 사형이 집행되기 시작합니다. 과거 나폴레옹에게 항의하던 젊은 돼지 4마리를 시작으로 여러 동물들이 잡혀와 처단되지요. 농장에 시체더미가 쌓이고 피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 후 나폴레옹은 ‘위대한 지도자’, ‘모든 동물의 어버이’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어용 시도 바쳐지지요. 그 첫 구절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행복의 원천이시고 여물통의 신이시여!
여기서 여물통의 신이라는 말은 풍자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표현이지요.
동물농장의 동물 중에 짐수레를 끌던 복서라는 큰 말이 있었습니다. 동물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충직해서 나폴레옹을 존경하는 마음에 풍차 건설에 앞장서다가 과로로 쓰러지지요.
나폴레옹은 그를 급히 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합니다. 그러나 사실 복서가 간 곳은 병원이 아니라 도살장이었지요.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 농장에 새로운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폴레옹이 개들의 호위를 받으며 앞 다리에 채찍을 들고 당당하게 서서 다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돼지들도 두 발로 행진을 하고요.
동물들이 동물주의 7계명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려하자 양들이 일제히 목청을 높여 외치기 시작함.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better)!“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과거 짐수레를 복서와 함께 끌던 늙은 클로버는 이런 변화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당나귀 벤저민을 헛간 벽으로 끌고 가 7계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벤저민은 동물들 중 드물게 글을 읽을 줄 알지만 이런 일에 좀처럼 끼지 않아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그 원칙을 깨고 벽에 씌어 있는 글을 읽어 줍니다.
7계명은 온데간데없고 단 하나의 계명만이 적혀 있었지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그 후로는 아무리 새로운 광경을 보더라도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농장 일을 감독하러 나온 돼지들이 앞발에 채찍을 들고 다녀도, 나폴레옹이 입에 파이프를 물고 정원을 산책하거나 달걀을 판돈으로 위스키를 사서 마셔도, 또 그가 사랑하는 암퇘지가 옛날 존스 부인이 즐겨 입던 비단 옷을 걸치고 나와도..,
모두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인근 농장 주인들이–몰론 사람들이지요-동물농장의 초대를 받아 수레를 타고 들어옵니다.
저녁이 되자 나폴레옹이 머무르는 본채-과거 존스가 살던 곳이죠-에서 인간과 동물들이 같이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지요. 호기심에 창문을 통해 실내를 엿보던 동물들은 돼지와 인간들을 번갈아 계속 쳐다봅니다.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돼지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해얼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처음 읽은 때가 중학교 1,2학년 무렵으로 기억됨. 그때 궁금했던 것은 왜 하필 동물농장의 지도자가 돼지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 같은 무서운 동물로 하는 것이 더 그럴듯하잖아요?
지금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소설의 풍자효과를 높이려는 의도였겠지요. 힘이 세지도 영리하지도 않은 돼지가 지배자로 군림하니까 훨씬 해학적으로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도 풍자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나타냈다고 볼 수도 있고요. 쉽게 말해 풍자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돼지 같은 놈들이다! 뭐 그런 뜻인 것이지요.
널리 알려졌듯이 이 소설은 소련 공산당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입니다. 돼지 나폴레옹은 독재자 스탈린을 상징하고요.
그렇다고 조지 오웰이 자본주의를 대놓고 칭송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평등 사회를 싫어해 스페인 내전에 공화파 군대로 참전할 정도였거든요.
이 소설을 옮긴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동물농장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을 같이 실었습니다. 이 서문에서 조지 오웰은 자신을 친사회주의자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론에 심취해서가 아니라 하급 노동자들의 삶을 외면하고 박해하는 현실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영국사회가 비교적 공정하다면서, 서유럽들이 공산 소비에트정권의 실체를 간파해야 한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동물농장을 쓴 목적인 것이지요.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그런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든 절대 권력은 독재와 부정부패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이 있는 것이지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영국 액튼경의 말은 역사적 진실이거든요.
요즈음 세계적으로 ‘스트롱맨’이라 불리는 지도자들이 여전히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IT기술을 이용해 빅 브라더사회로 가는 국가까지 나타나고요.
그런 현상을 보면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놀라운 예언성까지 느끼게 됩니다.
인문학 #해얼
----- 관련 자료나 보다 상세한 애용은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Yn-x6ej89U
전체주의를 고발한 우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동물농장(Animal Farm), 만렙책읽기 36전체주의와 독재를 겨냥한 우화소설로 보편성과 예언성을 겸비한 양서,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일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영국 액튼경)해얼 블로그 https://blog.naver.com/mrvison해얼 TVhttp://bitly.kr/lXpRSP참고서적동물농장, 조지 오웰,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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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읽은 적 있는 책 입니다.
"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교훈을 남긴 책
다시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