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큼이나 별의별 사유와 사연을 갖고 이름이 붙여지는 음식도 드물다.
술술 넘어간다 하여 술이라 하고 술이 술을 먹는다 하여 술이라 한다.
막 걸러 마신다 하여 막걸리라 하고 탁하게 보여서 탁주라 한다.
곡물로 만들어 곡주라 하고 과일로 만들면 과일주라 한다.
색깔이 희다 하여 백주라 하고 붉은 술은 홍주라 한다.
포도로 만들어 포도주라 하고 고량(高梁酒, 수수)으로 만들어 고량주라 한다.
인삼이 들어가서 인삼주고 오미자가 들어가 오미자주다.
배와 생강을 넣어 빚은 술을 이강주(梨薑酒)라 한다.
안동에서 만들어 안동 소주고 진도에서 만들어 진도 홍주다.
프랑스 보졸레 지방의 첫 수확된 포도로 만들어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라 하고 미국 켄터키주 버번(Bourbon)에서 만들어 버번위스키라 한다.
위스키를 바위 위에 부어 마신다 하여 위스키 온더락(Whisky on the rocks, 실제는 얼음)이다.
마시면 늙지 않는다 하여 불로주(不老酒)고 몰래 담가 먹는 술을 밀주라 한다.
밥 먹을 때 마시는 술을 반주라 하고 해장으로 마신다 하여 해장술이다.
제사 때 쓰는 술을 제주라 한다.
혼자 마신다 하여 혼술이다.
농부가 마시는 술은 농주다.
약이 된다 하여 약주고 귀 밝으라고 마시는 술을 이명주(耳明酒)라 한다.
신랑 신부가 교환하여 마시면 기쁘다 하여 합환주(合歡酒)다.
백세까지 살라고 기원하며 마시는 술을 백세주(百歲酒)라 한다.
일정한 규정에 따라 빚은 좋은 청주를 법주(法酒)라 한다.
발효시킨 술을 발효주라 하고 증류시킨 술을 증류주라 한다. 발효주는 양조주라고도 한다. 막걸리, 포도주, 맥주, 청주 등이 발효주에 속한다.
증류주는 발효주를 증류하여 얻는 술로 안동소주, 고량주, 브랜디, 위스키, 럼, 진, 보드카, 테낄라 등이 이에 속한다.
기포가 발포되는 술을 발포주(샴페인, 스파클링 와인)라 한다.
불에 데워 증류시킨 술을 소주(燒酒)라 하는데 이슬처럼 내린 술이라 하여 이슬 술(露酒)로도 불린다. 섞어 만든 소주를 희석식 소주라 하는데 우리가 통상 마시는 소주는 물과 에탄올을 희석하여 만든다.
술과 술을 섞어서 다른 술을 만드는 것을 블렌딩이라 하고 술과 술이 아닌 것을 섞어 다른 술을 만들면 칵테일이라 한다.
술에서 블렌딩(Blending)의 원래 의미는 오래된 와인과 오래되지 않은 와인을 섞거나 각기 다른 포도로 만든 와인을 섞는 등 더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섞는 방법을 블렌딩이라 했다. 근래에는 한 가지 술을 다른 술과 섞어 또 다른 술을 만들어 내거나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블렌딩을 한다. 양주와 맥주로 만드는 폭탄주나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든 소맥 같은 것도 일종의 블렌딩이라 할 수 있다.
칵테일은 알코올성 술에 비 알코올성 음료, 과즙, 시럽, 향료, 색소 등 술이 아닌 다른 재료를 마시기 직전에 섞어 만드는 즉석 혼성 주다.
술을 있는 그대로 마시지 않고 마시는 사람의 취향과 기호에 맞추어 독특한 맛과 색깔을 만들어 내어 마시는 술이라 하여 술의 예술품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이 술과 다른 재료를 섞을 때 수탉 꽁지를 사용했다 하여 칵테일(Cocktail)이라고 한다는 설이 있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마티니, 스크루드라이버, 페퍼민트, 드라이진, 하이볼, 진피즈, 맨해튼, 위스키 온더락 등 셀 수 없이 종류가 많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술의 맛을 더하기 위하여 술에 향을 가하여 가향주(加香酒)를 만들어 마셨는데 그 이름도 낭만적인 이화주, 두견주, 송화주, 연엽주 등이다.
ㆍ와인 누보(Wine Nouveau)
포도 산지가 많은 프랑스에서 매해 9월 그해 첫 수확하는 포도로 만드는 포도주를 누보(Nouveau)라 하는데 6개월 이상 숙성시켜 마시는 일반 포도주와는 달리 발효 즉시 마시는 술이라 신선한 맛이 생명이다.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와 보르도 누보(Bordeaux Nouveau)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통의 와인은 6개월 이상 숙성하는데 누보와 구별되게 부를 때는 3년 이상 숙성한 포도주를 빈티지 (Vintage) 와인이라 하고, 그 이하의 것을 Non-vintage 와인이라 한다.
알코올 도수는 대체로 13~15도.
ㆍ샴페인(Champagne)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Sparkling: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이라 한다.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은 협정에 의하여 샴페인이라는 말을 쓰지 못한다.
발효가 끝난 와인에 설탕 시럽과 오래된 술(Liquor)을 첨가해 두면 첨가한 당분 때문에 제2차 발효가 일어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이산화탄소가 병 속의 술에 녹아 발포성 술이 된다. 술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코르크 마개를 따면 뻥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거품으로 솟아 나와 축하주로 쓰인다.
발포성이라 코르크 마개와 철사 줄을 이용한 밀봉과 저온 보관이 중요하다.
샴페인은 보통 3년 이상 숙성된(Vintage) 세 가지 이상의 와인을 블렌딩하여 만드는데, 청포도만으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드 블랑(Blanc de Blanc), 적포도만으로 만든 샴페인을 블랑드 누아르(Blanc de Noir)라고 한다.
샴페인은 단맛이 덜한 것부터 Extra Brut - Brut - Extra Dry - Sec - Demi Sec - Doux 순으로 달아지는 순으로 분류된다.
알코올 도수는 보통 13~15도 정도.
ㆍ브랜디(Brandy)
발효주인 와인이나 과일즙을 증류하여 만든 술을 브랜디라 한다. 와인 발효주를 주로 브랜디라 하고 과일즙을 증류한 브랜디는 애플 브랜디 체리브랜디 등으로 따로 불러 구분한다. 프랑스 코냑(Cognac) 지방에서 만든 브랜디를 코냑이라 하는데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하다. 코냑은 숙성 연도에 따라 VSOP 25~30년, XO 50년, Extra 70년, Napoleon 100년 급으로 나뉜다. 알코올 도수는 40~43도 정도이다. 알마냑(Armagnac)이라는 브랜드도 유명한데, 코냑 명성의 위세에 눌려 늘 2위로 인식되고 있다.
ㆍ위스키(Whisky)
맥아, 옥수수 등 주로 곡류를 원료로 증류시킨 증류주를 나무통에 숙성시킨 술을 위스키라 한다. 아일랜드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그 지역에서 재배하던 맥아를 주원료로 하여 증류시켜 만들었고,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스코틀랜드 인들은 옥수수, 호밀을 주원료로 증류주를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맥아를 건조시킬 때 토탄(土炭, peat)을 사용했는데 이 토탄의 독특한 냄새가 술을 빚는 과정에 많이 배어들었다. 토탄의 냄새가 깊게 배인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스카치위스키(Scotch Whisky)라 한다. 스카치위스키와 미국의 켄터키주 버번 지방에서 만든 버번위스키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위스키는 나무통에 숙성시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데 적어도 3년 정도는 숙성해야 위스키로 간주한다. 알코올 농도는 40~45도 정도이다.
ㆍ럼(Rum)
사탕수수를 이용하여 설탕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을 발효하거나 사탕수수를 직접 발효하여 증류한 술을 럼주라 한다. 럼은 당밀의 불순물이 어느 정도 섞여 독특한 풍취가 나는 카브리해산을 최고로 친다. 쿠바의 코루바(Coruba)와 하바나 클럽(Habana Club)이 유명한데 둘 다 카리브해산이다. 럼주는 카리브해 자메이카 등 해적들이 활개를 치는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어 해적 술이라고도 불린다.
알코올 도수가 40~75도 정도로 높아 추운 러시아와 북유럽 사람들이 좋아한다.
ㆍ진(Gin)
진은 무색투명하고 깊은 향을 가진 증류주이다. 1660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의사인 실비우스 박사가 약주로 개발한 것이 기원인데 실제로 약국에서 해열제로 판매하였다. 정류(精溜)된 알코올에 주니퍼베리(Juniper Berry)를 넣고 한 번 더 증류하여 만든다. 주니퍼베리 외에도 캐러웨이시즈, 코리안더, 시나몬, 안젤리카, 레몬 필, 기타 향초, 약재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무엇을 어느 정도 사용할지는 제조자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술로 네덜란드에서는 국민 술로 애음되고 있다. 게네베르(Genever)라 부른다. 브랜디나 위스키와 다른 점은 브랜디와 위스키는 자연 발생적으로 주조법이 터득되었고 숙성 과정을 거치며 향미가 개선되지만 진(Gin)은 처음부터 과학적인 접근으로 세종대왕에 의해 창제 된 한글처럼 처음부터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그 시점과 개발한 사람이 확실한 창제주라고 할 수 있다. 런던 드라이진과 올드톰(Ald Tom)이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런던 드라이진은 감미가 좀 적은 편이고 올드톰은 감미가 좀 있는 편이다.
드라이 진(Dry Gin)에서 드라이는 달지 않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칵테일 기본 술로 많이 사용된다.
알코올 도수는 40도 정도.
ㆍ보드카(Vodka)
보드카는 밀, 보리, 호밀을 주원료로 한 무색, 무취, 무미한 고 알코올 증류주이다. 증류한 다음 자작나무 숯으로 탈취하고 여과한다. 혹한의 겨울을 나야 하는 러시아인들의 애환이 담긴 술이다.
개봉하지 않은 보드카는 영구 보관이 가능하고 개봉한 것은 반드시 밀봉하여 보관한다.
순수한 알코올 맛만 나기 때문에 칵테일 기본 술로 많이 사용된다.
알코올 도수는 38~65로 다양하다.
ㆍ테낄라(Tequila)
멕시코에 자생하는 다육식물 용설란을 재료로 하여 발효된 풀케(Pulque)라는 발효 물질을 증류하여 얻은 증류주이다. 증류 후 숙성한 것을 골드 데낄라, 숙성하지 않은 것을 화이트 데낄라로 분류한다.
무색투명한 술로 손등에 소금을 얹어 놓고 안주로 하여 마신다.
원래는 멕시코 토속주로 고급술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1960년을 전후로 'Tequila'라는 재즈 음악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덤으로 세상에 잘 알려진 술이 되었다.
알코올 도수는 29~40도.
ㆍ중국 백주(白酒)
곡물을 원재료로 발효된 발효액을 증류한 술을 중국에서는 백주라 한다. 고량주, 마오타이주(茅台酒), 우량이에(五粮液) 등이 유명한 백주이다. 안동 소주 주조법과 유사하다.
알코올 도수는 40~65도로 다양하다.
ㆍ청주(淸酒), 사케(さけ)
우리나라의 청주, 일본의 사케 둘 다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여과하여 맑게 걸러낸 술이다. 발효주이다. 청주를 정종(正宗)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정종은 일본 사케 브랜드 중의 하나 일뿐이다.
일본에서 술을 통칭하여 사케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청주와 사케 맛의 차이는 사용되는 쌀과 누룩, 발효 기간 등 원료와 주조 과정에서 오는 차이다.
청주나 사케나 데워 마시기도 하는데 향을 음미하고자 할 때는 찬 것이 좋다.
데울 때는 사람 체온 정도로 마시는 것이 따뜻하고 은은한 청주, 사케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청주를 떠내고 남은 지게미를 걸러내어 맑은 물과 희석하면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가 된다.
청주, 사케 알코올 도수는 대체로 15도 내외.
막걸리 알코올 도수는 6도 내외.
ㆍ술의 신(The god of wine)
포도주의 신으로 표현되는 술의 신은, 그리스 신화에서는 디오니소스(Dionysos), 로마 신화에서는 박카스(Bacchus).
술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고 이 세상에 없는 곳이 없고, 사연도 많고 탈도 많은 스토리텔러 음식이다.
술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好不好) 간에 극과 극을 오간다. 애주가는 백약지장(百藥之長), 영혼의 해방자(*주)로 예찬하지만, 반대편의 사람들은 미치광이 술(狂酒), 망신 술(亡身酒)이라 폄하한다.
술은 적당하면 영혼의 해방자지만 지나쳐 정신이 이탈하면 악마가 된다.
술은 절제와 절도의 품위가 요구되는 도(道)의 음식이다.
(*주)
라틴어 수업(p187, 한동일, 2017.6.30, 흐름출판). "그리스인은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포도주는 '영혼의 해방자’이자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적 자아에 더 깊이 도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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