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1박2일 간 경북 '상주'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함께 추억을 엮었던 친구들은 상주가 고향인 '안진이'를 비롯해 총 8명이었다.
인원의 과다를 떠나 이틀 간 정말로 많이 웃고 떠들었다.
또한 밤이 깊도록 속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
재미 있고 의미 있는 주말이었다.
맛있는 음식에 그 지역 막걸리 몇 가지를 곁들여 가며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한 흥을 이어갔다.
가이드를 맡았던 안진이의 세심한 배려와 동행했던 친구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서 또 한 페이지의 소중한 추억록이 만들어 졌다.
우리들은 매년 두 차례(상반기 한 번, 하반기 한 번)씩 색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버전의 '에세이'를 쓰고 있다.
늘상 싱싱하고 참신해서 좋다.
우리들 입학 40주년 기념 행사 건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
참가인원을 더 확대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장소를 '괌'이 아니라 '제주도'로 변경하기로 했다.
제주가 고향이며 현재 그곳에서 사업및 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와도 통화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장소를 변경했다고 하니 그 친구도 깜짝 반가워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며 그렇게 소망했다.
제주 친구도 격하게 동의했다.
상주의 부모님은 이미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나셨다.
대신 친구의 형님께서 농장을 경작하고 계셨다.
'포도'와 '감' 농사였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포도농사에 진력하셨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감을 수확해 곶감을 만드는 일에 바쁘시다고 했다.
친구의 형님을 뵙고 싶었다.
형님은 우리보다 9년 선배셨다.
전화를 드리니 그렇잖아도 '동생의 대학친구들'을 보고 싶어 본인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빗속을 뚫고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는 식당까지 찾아오셨다.
형님은 식사는 하지 않으셨고 박스만 놓고 가셨다.
열어보니 탐스럽게 생긴 '반건시'가 가득 들어 있었다.
한 입 먹어보니 그야말로 살살 녹았다.
테이블 위에서 끓고 있던 '버섯전골'은 뒷전이었고 저마다 반건시를 서너개씩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꿀맛이었다.
'유진 형님'의 깊은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 친구에 그 형님이셨다.
형제의 얼굴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얼굴보다 두 사람의 이타적인 품행과 해맑은 미소가 더욱 귀하고 감사했다.
또한 형제 간의 잔잔한 우애와 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못내 흐뭇했고 정겨웠다.
'상주'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낙동강을 젖줄 삼아 형성된 비옥한 들판이 있었고, 군데 군데 멋진 산들이 병품처럼 안온하게 도시를 감싸고 있는 천혜의 땅이었다.
축복이 물씬 느껴졌다.
충의사, 상주 박물관, 경천대, 도남서원, 전통 기와집 펜션, 문경새재, 문경 드라마 촬영장 등등 탐방했던 장소들도 하나 같이 순수한 자연미와 상주만의 전통 그리고 고유한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어 탄성과 찬미가 쉼없이 흘렀다.
대학을 졸업한 뒤로 일평생 '검찰조직'에서 열정과 성실로 열심히 일했던 친구.
안진이가 반듯하고 균형잡힌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거름도 상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의 넉넉한 인심, 풍부한 물산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래저래 매우 뜻 깊고 귀한 시간이었다.
1박2일 간 여행을 마치고 상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안진이가 그랬다.
어느 장소에서 형님과 다시 만나기로 했단다.
떠나는 동생 친구들에게 형님이 뭔가 선물을 주실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의 '촉'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근처 '사과농장'으로 차를 몰았다.
상주는 사과의 고장이기도 했다.
10킬로 들이 한 박스 사과를 주문했다.
현지에서도 9만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사과는 실하고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형님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보니 형님이 먼저 도착해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트렁크를 열더니 친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신이 직접 생산해 만드신 '선물용 곶감'을 한 박스씩 건네주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사과 한 박스를 전달해 드리는 우리 손이 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김천구미역'에 도착해 렌터카를 반납하고 KTX를 탔다.
나는 안진이와 동석해 상경하면서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친구의 배려, 깊은 형제애 그리고 아버지 같은 유진 형님의 관심과 따듯한 가슴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사람 사는 세상.
이런 훈훈하고 다정한 손길이 있어 사는 맛이 난다.
상주 M.T를 마치고 각종 비용을 정산하여 보고했다.
또한 사진과 글을 정리한 뒤에 공유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우리를 안내했던 상주 출신 친구에게 개인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하나 보냈다.
그냥 그리 하고 싶었다.
여행의 참맛은 풍경이나 음식이 아니라 동행했던 사람들과의 정이고 그곳에서 경험했던 감동의 조각들이 아닐까 한다.
내 가슴에 또 한 페이지의 소중한 일기장으로 남겨진 상주 M.T
8명의 친구들과 '유진 형님'께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해 드리고 싶다.
늘 건승하시길 빈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