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 시골이고 한옥집이라 별로 깨끗이 살지 못했습니다..
늦게 들일 마치고 돌아오시는 부모님..
그냥 흙발로 대충대충 옷에 묻은 먼지 털어버리고
목욕탕으로 들어가십니다..
마당 넓은 집이라 좋긴 하지만 바람불면 그냥 먼지가
거실 구석구석을 헤맵니다..
청소기..한두번 돌려서는 표도 안나는 집이 시골 한옥집이예요..
결혼하고선 첨으로 아파트 생활을 했습니다..
내것이라 생각하고 얼마나 깨끗하게 쓸고 닦았는지 모릅니다..
신혼집..
아시죠..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새것이라는거요..히히~
옆집에서 누군가 놀러라도 왔다 가는날은 정말 피곤합니다..
밤새 쓸고 닦고 손 자국 지우느라 이리 비춰보고 저리 들여다 보구..
후후~
그런데 2년후 큰애가 태어났습니다..
모든게 바뀌기 시작했죠..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턴 아예 포기했습니다..
그러니..맘에 여유도 생기고..아파트 언니들의 방문도
잦아지고 사람사는 소리가 납니다..
애들끼리 놀면서 온 방을 전쟁터로 만들고 가지만
이젠 어질러진 그 방에서 도리어 여유를 찾습니다..
딸애들이랑 함께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하며
노래도 부르고 정리정돈하는 습관도 기르고..
암튼 신혼의 윤기나는 집보다 요즘은 어질러진 모습에
더 익숙해져 가는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대청소나 한번 할까 싶네요..^^
: 샴푸(밤의 요정)란 나의 닉이 어떠케 생겨났는지 이야기하고픈 생각은 없다.
: 밤잠 없는 내가 밤의 요정같다며(꼬꼬 스킨!)
: 맘대루 나의 닉을 지어주고는 휘리릭~~~ 떠나버린 사람 얘기를 해야할 테니까.
: 하지만 더 많이 사랑햇다고 창피할 것은 없다던
: 어느 시인의 말을 믿는다믄,
: 사람은 떠나도 닉은 남고
: 퐁퐁이든 트리오든
: 받아들일 수 있다.
: 샴푸로 감으믄 머리가 즐거워 할거고,
: 퐁퐁으루 씻으믄 그릇들이 뽀드득 소리를 낼테니까...
: 그래도 난 좀 지저분한 여자가 되고싶다!!!
: 이상한 가족속에서 자라면 그렇게된다.
:
: 먼저, 남동생 얘가 무선 놈이다.
: 정말 더.럽.게.깨.끗.하.다.
: 7살때 목욕탕에 들어가믄 도대체 나올 생각을 안한다.
: ...........(1시간 경과)........(2시간 경과)...
: 나중에 들어가보면
: 목욕탕이 완전 한국은행이닷!!!
: 세배돈 받은 지폐들이 전부 목욕탕벽 타일에 붙어있네?
: 그놈은 지폐를 한장 한장 비누묻힌 치솔루 싹싹 비벼갖구
: 삼세번 이상 맑은물에 헹궈서리
: 목욕탕 타일벽에다 차알싹~~~ 붙여놓는다.
: 말려서 떼어내면 빳빳한게 예술이라나뭐라나....
: 혹시라두 건드려서 그걸 떨어트리믄
: 그애가 돈 다리미질 하는것까지 봐야되므로
: 난 극도로 조심한다.
: (그꼴 안보구 싶다)
: 그니까 대충 씻고나온다...
: 그애방엔 항상 면봉과 알콜이 있다.
: 그걸로 어쩌는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 비디오며 오디오며
: 용산에 다시 내다팔아도 될정도다.
: 전자제품 켜노면 정전기 일어나서 먼지 많이 앉는다는 말
: 난 안믿는다.
: ~~~쟤는.. 결혼하믄 <청소기를 청소할> 놈이닷!!!!
: 드디어 결혼을 하고 신혼집에 구경갓더랫다.
: 냉장고를 열어보니 칸칸마다 신문지가 겹겹이 깔려잇네?
: 올케가 입을 댓발은 내밀구
: ~~~~이카면, 냄새가 없어진대욧!
: 아이를 낳았을때,
: 난 그애가 지폐빠는 실력으루다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믄 어떡하나 걱정되서
: 젤로 큰 욕조를 선물햇다.
: 확신컨데 효용이 제일 큰 선물이었을거다.
: 아이는 아직, 무사하다.
:
: 다음은, 여동생. 아적 결혼을 못햇다.
: 난 그 이유가,어떠케 남과 입을 맞출 수 잇을까?란 의문에 답이 안나와서일거라 짐작한다.
: 얘는 양치하면 칫솔 자기방으루 가지고 드간다.(잘 말려서 갈무리해둔다.)
: 전용컵이 따로 잇다.
: 성미급한 내가 그걸로 마셧다간 죽음!이다.
: 한번은 실수로 그애 팬티를 입었다가
: 그애의 모든 팬티들이 모두 불려나와 수난을 당햇다.
: ~~~~~~~아, 실수로, 넘 비슷해서, 딱 한번 그랬어... 해두
: 이미 때는 늦엇다.
: 형사마냥 한장 한장 들고서리
: 나의 흔적을 찾아내고 있다!!!!
: 기분이 정말 바닥을 헤맨다.
: 그앤 설겆이 한번두 안하구 컷다.
: 함 시키면 한두시간 지나도 안끝난다.
: 거실에 앉은 엄마와 나는 서서히 불안해진다.
: ~~~~~~(쟤, 혹시 소독하구 잇는거 아니까?)
: ~~~~~~(그래, 작은 남비 큰 남비 속에 넣구, 그 남비는 더 큰 남비속에 넣구 푹푹 끓이구 있으꺼야...)
: 가보믄 아적 설겆인 시작도 안햇다.
: 도구들을 씻어야 작업이 시작된다나?
: <수세미를 빨구나서> 그릇들을 고문할때까지
: 난 기다릴 수 없다.
: 그니까 차라리 더러븐 내가 한다.
: 그릇들이 고마워한다, 구해줘서.
:
: 거슬러 올라가믄, 부모님이 정점에 계신다.
: 난 일욜 아침에 늦잠 자본적이 한번도 없다.
: 인간이믄 잘 수가 없다....
: 새벽부터
: ~~~~~~쉑 쉑.... 슥삭 슥삭...
: ~~~~~~푸덩 푸드덩(몬 소리까?).... 뽀득 뽀드드득
: ~~~~~~콸 콰아아아아알(앙~~~~~ㅠ.ㅠ)
: 문을 열고 내다보면
: 두분이 사이좋게 온집안을 청소하구 계신다.
: 소파가 이리저리 옮겨다니구,
: 전등갓이 옷을 입엇다 벗엇다...
: 대청소는 철 바뀔 때 하는거 아닌가?
: 매번 일욜마다 집이 뒤집어지니..
: 한번은 키우던 붕어가 자꾸 죽어서리
: 수족관 아저씨를 불럿다.
: ~~~~~이케 물이 깨끗하믄, 붕어들이 숨못쉬어서 죽심더..
: 그러나 난 살아남앗다!!!
: 대견하다.
:
: 롤 브러쉬에 머리카락 한개도 없는집에 살앗다.(누군가 볼펜가튼걸로 집요하게 파낸다)
: 퇴근해 돌아와 내방 창문을 열면 창틀에서 비누냄새가 난다.(비결은 모른다)
: 지구가 멸망해도 끈질긴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는 말 난 안믿는다.(바퀴가튼거 우리집에 몬산다)
: 일부러 꿀물을 바닥에 흘려도 개미 본 적 없다.(개미대신 나비온다)
: 친구들 놀러와서 밥 먹으면 우리집 부자냐고 묻는다.(은수저가 금수저처럼 신나게 반짝이니까)
: 짜장면 시켜먹으면 그릇 찾으러온 철가방님이 화들짝 놀랜다.(그릇 닦아 내놓은거.. 새거 사다논줄 알고)
: 우유 바닥에 흘려도 엎드려서 쪽 빤다.(웬만한집 컵보다 깨끗하다,안심하라...)
:
: 내가 결혼을 하고
: 내식대루 살면서 식구들에게(복수!)하면서
: 난 자유로와졋다.
: 설겆이 좀 남앗어도 책부터 본다.
: 머리카락 떨어져도 장판테입으로 집고 기어다니지 않는다.
: 남편이 안방에서 담배펴도 기분조음 걍 봐준다.
: 오래된 CD를 꺼낼 때,
: 오래된 책을 집어들때,
: 먼지를 쓰윽~~ 닦는것도 생활의 맛중 하나라고 생각해본다
: 어쩌다 친정집에 놀러갓다 올 때면
: 나오믄서 살짝 웃음이 나온다.
: 지저분한 (?) 내 딸들이 엉망으루 어질러논 집안을 수습하느라
: 한바탕 밤새워 전쟁을 치루실 부모님 모습이 보일듯해서..
:
: 한마디루 요약하자면 이렇다.
: 어쩜 샴푸란 닉은
: 님이 내게 준 것이 아니라,
: 나의 과거요 추억이며
: 업이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