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밤 / 황인숙
빨랫줄과 탁자 사이에
거미가 그물을 친다
나를 미끼 삼아
물것들을 노리는 거다
거미는 흐린 거울의 공간을 지어놓고
그 테두리에 숨었다
블랙홀이며 암흑 주머니,
한 번도 북적인 적 없는
시간인 거미
나는 후욱 흐린 거울을 불어본다
흐린 거울 속의 흐린 나무들과
흐린 불빛이 흔들린다
(그런데 진짜
거미의 집은 어디일까?)
거미가 깊어간다
바람이 소슬, 거미줄을 흔든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소슬소슬!
거미줄을 흔든다
나는 문득 쇠약해진다.
[출처] 황인숙 시인 11|작성자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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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거미의 밤 / 황인숙
빗새1
추천 1
조회 454
24.05.06 05:1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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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거미가 어딘가에 집을 짓기 전 진짜 거미가 살던 집은 어디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