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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한 번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홍성, 김종철 선생님 강연회 다니며 어딜 가서 배우고 말씀 들으면 좋겠느냐 여쭈었을 때 늘 대답하시던 풀무학교 전공부.
그런 인연으로 풀무학교 전공부에 연락을 드렸고 거기 계신 김현주 선생님이 숙소며, 일정을 간략히 준비해주셨다.
같이 가고파 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영미누나, 그리고 영미누나와 같이 일하셨던 이경숙 선생님이 가시기로 했다.
# 3월 23일, 월요일 오전10시40분
홍성역에서 만나 홍동면 가는 버스를 탔다. 10분 남짓 지나자 나타나는 홍동면 소재지.
이경숙 선생님이 녹색평론 독자모임에서 오래 전에 만나 알고 계신 분인 이동근 선생님께서 홍성에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민단체쪽 일을 하고 계신 덕에 지리를 잘 알고 계셨고, 전공부 가는 길을 안내해주셨다.
홍성여성농업인센터. 홍성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갓골 어린이집.
풀무학교생협, 그리고 그물코 출판사가 있는 헌 책방. 풀무학교 전공부 입구(풀무학교와는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다) 풀무학교 전공부 선생님들 교무실 같은 곳. 오른 편에 위치한 공간은 손님 맞이하는 곳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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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함만 들어왔던 장길섭 선생님(녹색평론 초기 편집인, 현재 풀무학교 전공부 교사)을 만났다.
간단히 어떻게 알게 됐고 왜 오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농촌에서 어떤 일을 하고픈지 말씀드렸다.
선생님께 어떻게 들렸는지 잘은 몰라도
농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복원할 수 있는 일을 찬찬히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며 비록 방문하는 기간이 짧은 일정이지만 지역 분들을 고루 만나고 말씀 듣고 싶다는 말에,
장길섭 선생님께선 매섭게 나무라셨다.
아무래도 농촌의 공동체성(공생성)을 살리고 회복하겠다는 젊은이의 당돌한 이야기로 들리셨으리라.
나무라시는 말투로 차라리 그렇게 얘기하지말라시며
"네 인생을 똑바로 살고 싶다면 와. 네 삶을 어떻게 앞으로 살고픈지 그 의미를 찾을거면 와.
그럴거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전공부에 입학해서 하나 하나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우든가, 아니면 여기서 도제식으로라도 아무 집에서 농사 지으면서 살아보든가."
라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그 말씀이 둔탁한 추마냥 가슴을 짓눌렀지만 다행히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내가 농촌 가려고 하는 이유가 나와 내 가족이 촘촘한 그물망 같은 이웃 관계가 있는 마을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니까.
아무튼 장길섭 선생님의 말씀은 열변으로 바뀌었다.
같이 간 이경숙 선생님이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에서 실무를 하시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잘 풀어주신 덕분이다.
"풀무학교는 덜 그렇지만, 전공부는 홍동하고 긴밀하게 지내. 지역농민들하고 관계가 좋단 말이지.
수업도 지역농민들이 와서 직접 하고, 농사철엔 실습기간이라고 해서 지역에서 농사일을 거들고 배워. 전체적으로 학교가 지역의 외딴 섬이 아니라 열린 공간, 소통하는 공간이어야지. 그래서 전공부는 시험, 울타리, 졸업장이 없어."
"삶터와 일터가 일치하는 대표적인 곳이 농촌이야."
"'철든 사람'하고 '철 없는 사람'하고 뭐가 다른지 알아? 도시 있는 사람들이 보면, 제 철 농산물 안 먹고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먹고 철과 상관없이 입고 생활하잖아. 그게 철없는거지 뭐야.
농사하는 사람은 다르거든. 철에 맞는 거 기르고, 철에 맞게 일하고 철에 맞게 삶을 사는 게 철이 든거지."
"도시에서 농촌하고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지. 그런데 도시 사람들이 소비자로만 머무르면 안 돼. 농촌과의 끈을 놓지 않는 활동이 중요해.
그래서 다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산촌유학 이런 게 필요한거야.
시골에서 1학기 이상 지내본 아이들은 그 어릴 적 경험 때문에 커서 어느 순간, '도시서 사는 게 영 아니다' 싶으면 시골로 돌아오게 되거든."
"어차피 도시문제가 농촌문제고 농촌문제가 곧 도시문제야. 한 뿌리란 말이지."
"홍성은 마을별 작목반(논)하고 품목별 작목반(밭)이 잘 조직돼 있어. 또 여성농업인센터 같은 곳에서 방과후 교실, 보육, 상담도 하고 있고.
홍동 자체가 이렇게 공동조직끼리 얽히고 설켜 있다보니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대처를 많이 하거든. 그래서 개인별로 속한 모임이나 조직이 몇 개씩 돼. 평소엔 그래서 바쁘지. 회의 다니느라.
물론 협동조직을 비롯한 소조직이 뭉쳐있는 것이 장단점은 있지만, 현재로선 장점이 더 크다고 보는거지."
"풀무학교랑 전공부는 학교가 '사람을 지역에 남도록' 교육했기에 지역민이 남아있고 활성화되는거야.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소규모 작목반으로 홍성지역 생협을 꾸렸지. 그래서 소농이 살아남은거야.
사실, 근대교육이 생긴 이래 사람을 농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한 적이 있어? 전적으로 없지.
그래서 농촌의 수호자를 기르고 평민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했지. 농사 짓고 사는 걸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교육을 하려고 한거고."
"전공부 출신은 물론 지역에서 농사일 말고도 다양한 일을 해. 귀농인들도 각자 다양한 일을 하고. 그래서 필요할 때 연대해서 같이 하고 그래. 풀무학교가 그런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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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담긴 말씀을 듣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전공부에서의 첫 식사를 마치고 장길섭 선생님이 전공부 학생들을 만나는 동안
한승오 선생님이란 지역분을 소개받았다.
홍동에 귀농하신 선생님은 노동운동을 하신 적도 있고,
이런저런 사업을 비롯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다가 자기 몸이 더 이상 버텨낼 자신이 없어 건강의 이유로 시골로 올 결심을 하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홍성 홍동면으로 인연이 닿아 오시게 됐다고 했다. (위의 책이 농촌에 와서 살면서 쓰신 에세이라고 들었다)
이경숙 선생님, 영미누나 그리고 제게 아직 삶의 청년기고 젊은 시기니 농촌오는 것을 너무 부담가지지 마라고 조언해주셨다.
다른 일로 학교 찾아오셨다가 얼떨결에 자리가 마련돼 말씀해주시는 것이라 그런지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상황의 편안함과 소탈함이 느껴지는 대화였다.
그 날 오후에는 풀무학교 전공부에 일본에서 오리농법을 처음 실시한 후리노씨가 왔고 우리나라에 오리농법을 처음 적용한 주형로 선생님을 비롯해 풀무학교 교장 홍순명 선생님도 계셨다.
시간상 잠시 인사만 나누고 우리 일행은 장길섭 선생님을 따라 풀무학교 생협, 그물코 헌책방 구경을 했다.
거기서 우연히 만난 귀농12년차의 이환의 선생님. 저녁에 놀러 오라셨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연락처를 받고 나중에 찾아뵙기로 했다.
돌아온 숙소는 홍동면 문당리 환경농업교육관.
정보화마을을 비롯해 농촌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요즘들어 어딜 가든 보기 쉬운 체험마을이다. (물론 자연부락도 가까이에 있긴 있다)
넓디 넓은 주방과 방을 주신 최도영 사무국장 님 덕에 2박3일 동안 참 편안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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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이환의 선생님 댁에 찾아갔다.
마을 회의가 있으셔서 회의 가기 잠시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농촌 살면 수입에 맞춰 지출하는 편이죠. 그러나 비교적 농촌 사람들이 자기지출이 큰 편이에요. 농사기계들이 보면 왠만한 외제차보다 비싼 것도 많거든요. 금융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도 손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고요."
몇 마디 이야기를 못 나눈 채 시간상 일어나시는 이환의 선생님.
사모님이신 오미정 선생님이 보드라운 고구마를 내어주시고 대신 그 자리를 채워주셨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풀어내시는 시골생활에 대한 이야기.
"오늘도 지나가면서 봤다니까 얘기하는건데 저는 진짜 쓰레기 수거 하나만 10년간 꾸준히 잘 하려고 한 편이에요. 지금은 마을 총무거든요.
그래도 정말 마을 사람들 계속 만나면서 설득하기도 하고, 때론 조심스럽게 제안도 하고 그래요.
사실 시골 정서상 내 돈 주고 쓰레기봉투 사서 분리수거 하기 어려우니까 제가 사서 대신 싸드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어떤 한 할머니도 아궁이에 비닐을 넣고 태우시는거에요. 그래서 봉투 사가지고 가서 쓰레기 모아만 놓으시면 제가 분류해서 다 담아서 내다놓을게요~ 이러면서 제가 다 분류해서 내놓았거든요. 그러니까 다음 번에 갔더니 봉투를 사놓으시더라고요.
오늘도 마을 주변에 쓰레기 치우면서 스스로 치우시기 힘든 어르신 댁 근처 다니면서 챙기고 그랬죠.
쓰레기 태우는 게 다이옥신도 나와서 어르신들 몸 걱정도 되고 그래요. 여기 환경도 버리고 해서 걱정인데, 알고봤더니 쓰레기 잘 분리해서 가져가는 것도 면사무소 청소과에 요청해야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우리 동네 같은 경우는 잘 하는지 우리 동네 것은 가져가서 믿고 그냥 버린다고 하시대요.
제초제 뿌리는 것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75세, 85세 되는 어르신들이 비닐하우스 바깥에나 논두렁에 막 뿌리시면서 마스크도 안 하시고 해서 건강이 염려되는 마음에 진심으로 어르신 건강 걱정되서 그런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렸거든요.
그렇게 신뢰를 쌓고 진심으로 말씀드리니까 들어주시더라고요.
사실 지금은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이 쪼그리고 앉아 잡초 막 뽑고 계시면 마음이 짠하긴 해요.
그래도 제 말이 잘난 척 하거나 안 답시고 섣불리 나서면 그 분들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안 되니까 섣불리 이야기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차라리 '말로 막 하기보다 먼저 몸으로 보여드리자'하는 거에요."
"동네에서 다퉈 가지고 사이 안 좋으신 분들도 다리 연결하듯이 서로 오해 푸시게끔 했더니 서로 사이 좋아지셔서 이야기 나누시고 하는 보람이 있죠~"
"농촌은 진짜 저희 집에 냄비 바뀐 것도 아는 사이에요.
우리 동네 제 또래 아줌마가 있는데 하루는 놀러와서 "냄비 바꼈네" 이러더라고요.
도시 사람들 볼 때야 개인생활이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저는 시골의 이런 면이 오히려 사람을 성숙시킨다고 봐요.
도시야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시골은 밉고 싫어도, 한 마을사람이니 품고 살게 되더라고요.
저도 저랑 너무 안 맞고, 하는 행동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정말 불편해서 같이 있기만 해도 그랬는데 하루는 자리가 생긴 김에 탁 터놓고 '당신 때문에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자기도 그랬다면서 서로 막 얘기하고는, 그 뒤로는 그렇게 친하게 지낼 수가 없어요."
"저희 집(흙집으로 예쁘게 지으신 집이었다) 지을 때요, 집짓는 분들이 좋은 마음과 기운으로 짓도록 섬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간식이며 참이며 정말 잘 갖다드리려고 했고요, 우리집 농산물도 수확되면 갖다드리고 했어요. 그렇게 관심가지게끔 부탁드리고 하는 기술자 분들이 좋은 기운을 갖고 하시도록 했더니 잘 되더라고요."
얘기 도중 돌아오신 의환의 선생님.
"시골 가서 마을 텃세 때문에 갈등 빚게 되더라도 내 가족, 친척처럼 받아들이고 품어줘야 돼요. (예와 덕으로 걸언하자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저희도 저번에 있던 마을에서 저희를 그렇게 못마땅하게 대하던 어르신이 있었는데
그래도 농산물 수확하면 제일 먼저 가져다 드리고 작은 일도 감사하다 그러고 했더니 정작 우리가 이사간다 했을 때, 제일 아쉬워하고 못 가게 잡더라고요.
저희처럼 마을에서 관계 때문에 어려워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싸워가지고는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시골가서 갈등 겪는 사람들 만나면 저희 얘길 해주는 편이죠."
귀한 말씀 많이 듣고 돌아서는 길까지 차로 배웅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온 숙소도 미리 데워둔 방안이 훈훈하게 반겼다.
이경숙 선생님, 영미누나와 얘길 나누다 곤히 잠든 첫 날.
# 3월 24일, 둘째 날.
갓골어린이집과 여성농업인센터를 방문하기로 한 날, 갓골어린이집(http://cafe.daum.net/gatgool) 부터 방문했다.
한참 아이들이 등원할 시간이라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거나 아빠 손 잡고 오는 시간이었다.
어린이집 마당을 쓸고 계시는 분이 원장님이신 곽영란 선생님이셨고 옆에는 원감 선생님인 조선영 선생님이 계셨다.
편안한 웃음으로 맞아주신 두 분께서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찬찬히 해주셨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요즘 주목받는 생태육아를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고, 어린이집 뒤에 아이들이 직접 길러서 먹는 텃밭이 있었다. 특별한 배움 프로그램이 많기보다 '산책'이라는 활동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집 뒤편에 원래 있던 뒷동산 같은 곳을 아이들이 자연스레 걸어 다니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그 속에서 친구들끼리 어울려 노는 과정 자체를 어린이집의 활동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조직 중 어린이집 식단위원회, 보육시설운영위원회에 실질적으로 학부모들이 참여하여 제안, 건의, 조언할 수 있게 마련되어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도 임기제로, 급여도 평직원과 동일하게 받고 있었다. 즉 민주적인 절차, 과정이 실제로 보장되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어린이집에서 단오 때 마을 어르신들을 모셔와서 아이들을 만나게 하는 활동을 하고
홍동거리 축제 때 아이들의 작품을 아이들이 직접 전시하고, 5~7세 친구들은 축제에서 전통풍물 공연도 하였고
동지날 저녁에는 갓골어린이집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부모들이 퇴근하고 팥죽을 쒀먹으러 와서 서로 얘기나누며 아이들 이야기도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진솔하게 나누셨단다.
또 아이들이 진학할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어린이집을 종종 오가며 내년에 올 아이들에 대해 미리 알려고 하시고, 혹은 아이들도 초등학교 진학하고 난 후에 동생들을 만나거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보러 찾아온다는 점이었다.
지역사회에 덩그러니 있는 기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역사회 속에서 존재하고자 애쓰는 또 하나의 현장,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의 주체성이 자라나게끔 노력하는 실무자 선생님들의 노력이 느껴져서 듣는 내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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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찾아간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우리를 맞아주신 유정원 선생님(현재 여성농업인센터 원장)은 이 기관이 2002년에 설립된 후, 개인이 운영하다 작년 6월에 신청하여 8월에 법인이 됐다는 말씀으로 이야기를 꺼내셨다.
지금은 총회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계신다는 말씀을 하셨고
주로 하는 활동은 보육, 방과후 활동, 문화교육인데 보육은 만1세 아이들 5명 정도가 다니고 방과후 활동은 중학생까지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문화교육은 방학중에 주로 하는 편이고 겨울에 12~2월까지 있다고 했다.
여성농업인센터의 비전은 '농촌의 아이들과 여성들이 신명나고 즐겁게, 당당하게 살도록 하자' 라는 게 인상적이었고
지역에서 비정기적으로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나누고자 시작한 나눔의 장터가 지금은 '함께 먹는 식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상설 가게가 되었단다. (다른 지역의 녹색가게, 아름다운 가게와 유사한 느낌이었다)
함께 먹는 식구들에 상근중인 실무자 홍정애 선생님은 인천에서 이불공장을 남편분과 운영하시다가 우연하게 이 지역으로 오시게 됐는데,
처음에는 이런 시골생활에 적응하는데 무척 힘들어하셨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여성농업인센터 활동에서 자신의 장기(재봉틀기술)를 살려 재기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주 만족하며 지내신단다.
얘기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신 채 행복한 표정으로 얘기하시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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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일정을 간략히 줄이자면
오후에는 전공부 학생들 실습 시간인데 그 날은 지역환경미화여서 함께 홍동천 정화활동을 했고,
저녁에는 지역에 있는 장애인 그룹홈인 '하늘 공동체'를 찾아가 이야기도 듣고 저녁도 대접받았다. 참고로 하늘 공동체에서는 자립지원사업으로 공동체 양봉사업을 시작하셨단다.
그리고 돌아온 숙소에서 '에너지 전환' 이동근 선생님, 환경교육관 최도영 사무국장님과 얘길 나누었다.
다음 날인 셋째날 점심 즈음, 영미누나와 이경숙 선생님이 먼저 떠나셨고 나는 전공부에서 고추장 담그고 닭을 잡는 실습일정을 함께 하고 밭일을 같이 하다가 차 시간 때문에 먼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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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농촌지역의 활기가 살아있는 곳, 지역의 소규모 생협을 비롯한 곳곳의 작은 지역조직들이 얽히고 설켜 잘 어우려져가는 곳, 농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철학이 또렷한 곳, 아이들을 자연과 벗하며 건강하게 키우기에는 참 좋아 보이는 곳, ...
홍동면에 2박3일간 지내며 느낀 점을 줄이자면 그렇다.
...
그렇지만 내가 터를 잡고 사회사업가의 소명을 다할만큼 가슴이 뛰는 지역인가, 라는 물음에 홍성군 홍동면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다녀본 다른 곳에 비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내가 준비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위의 내용과 빗대어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무수히 많은 정부부처 농촌 관련사업이 일어나는 곳 (정보화 마을, 농촌체험마을, 환경교육관...), 자생적인 것도 있지만 너무 많은 마을 축제, 지역의 보통 사람들에 비해 도드라져보이는 풀무학교 관련 분들...
그리고 이정일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발견했던 마음 한 켠의 불편함인 귀농인을 비롯한 젊은 층을 제외한, 기존에 소농의 삶을 살아온 마을 토박이 어르신들... 이 분들의 삶과 일상은 지역에서 어떤 위치, 어떤 모습이신지... 잘 모르겠고 확신이 서질 않았다.
분명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러운 나눔과 보살핌, 섬김으로 복지를 실현코자 하는 지향은 소식지 같은 자료들을 통해 얼핏 엿볼 수 있지만 이번의 짧은 방문으로는 다 알기 힘들었다.
물론 풀무학교, 홍동면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할테고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김현주, 장길섭 선생님이 그런 여지를 얘기하셨으니 그럴려니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내겐 유기농 먹거리, 농사에 대한 지역의 자부심보다 더 마음 쓰이는 것이 농촌을 지금까지 지켜온 소농 어르신들과의 '공생성'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어쨋든 여기서 얻어가는 것은 풀무학교 전공부와 홍동면이라는 든든한 네트워크를 알게 됐다는 점과 앞으로 가끔이라도 꾸준히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농촌에서의 삶을 지향할 사람이라면 생각하고 지녀야 할 것들을 선배들로부터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어서 살아있는 배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다니는 길마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주셔서 풍성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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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살림 일꾼 원문보기 글쓴이: 이주상
첫댓글 잘했다 주상아... | 홍동의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특히 이환의 선생님과 오미정 사모님 고맙습니다. | 사람살이의 바탕이 튼실하려면, 특히 지금 시대에서는 더욱, 다양한 지체가 있어 저마다 자기 삶에 충실해야 합니다. 다 머리이겠는가? 모두 손이나 발이겠는가? 다 농부이겠는가?
지역에 있는 각 지체가 제자리에서 충실할 수 있도록 거들고, 섬기고 싶습니다. '너 지금 내가 보니까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애. 그러니까 바뀌어야 돼'하는 곳이 새롭긴 하지만 조심스럽습니다.
사회사업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사람들이 말하여 이르기를 "우리가 스스로 했다" "복지 서비스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며 사회복지사는 또 누구인가?" 할 것입니다. 사회사업이 경지에 이르면, 사회사업가보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더 드러나고, 복지사업보다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의 사람살이가 더 드러나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직은 초보이고 하수이고 삼류입니다.
선생님,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초보이고 하수이고 삼류 사회사업가의 삶을 누리고 싶지 않습니다. 늘 곁에 계셔서 감사합니다.
주상아, 내가 다녀온 듯 하다. 고맙다. 어떻게 듣고 정리하고 나눠야 하는지 주상이 통해 잘 배우고 있다. 늘 그렇듯, 주상이의 다음 걸음이 기다려진다. 지난 주 금요일에 경숙이가 집에 놀러와서 다녀온 이야기 들려줬어. 가보고 싶더라. / 정일이가 남원 가는 길에 전화했습니다. 잠깐 사는 이야기 주고 받았습니다. 정일이가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이들과 벗하며 배울 수 있어 고맙습니다.
김종철 선생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시골에 갈 수 없는 사람에게 야코를 죽이지 말고, 도시에서 가난한 삶을 조금이라도 해가는 게 중요하다." (생명평화의 길 묻다④ 김종철 선생 즉문즉설 http://cafe.daum.net/cswcamp/5EEB/3385 에서 발췌) | 그렇게 야코 죽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봅니다. 농촌,농업,소농공동체를 말하려면 몸소 농촌에 살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농촌을 말할 자격이 없고 농업이니 소농공동체니 농촌복지니 농촌사회사업이니 논할 자격이 없다고...
선생님 말씀에 위로받고 힘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주상아~ 이경숙, 영미언니와 좋은 여행. 배움을 하였구나~ 부럽다~ 잘했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