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붙어있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란 장포의 글씨를 두
고두고 써먹을려고 표구를 하기위해 포천에 하나밖에 없는 표구점을 향
해 가고 있을때 였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절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
요. 그래서 그 근원지가 어딘가 두리번거렸더니- 저만치 있는 맥가이버
가 보이는 겁니다. 근데 그 친구는 어디를 갈 목적인지 가게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저를 부른 사람은 다름아닌 장포였구요. 맥가이버의 1톤 트럭을 타고 있
더라구요. 어디 출장을 갈 예정이었었나 봅니다. 근데 절 보더니 다짜고
짜 한다는 소리가...'손 짜장' 먹을러갈래? 였습니다. 손짜장? 어디? 하
심곡?... 그래, 가자- 그러는거에요. 그래, 마침 배도 출출하던차에 잘
됬다싶어 얼른 차 뒷좌석에 올라탔습니다. 차는 시동을 걸고 드디어 목
적지를 향해 힘차게 출발을 하였지요. 물론 출장을 가는 길이었지요.
창수면 가양리 석재공장에 시건장치를 달기 위하여- 그러니까, 이른바-
"선출장 후짜장"... 뭐 이런 이야기죠. ㅎㅎ~
전 맥가이버의 차를 타고 가면서 차가 이륙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겨우 1톤자리 인데도... 못 가는데가 없었고, 마치 전차(탱크)를 방불케
하였지요. 솔직히 전차는 저리가라였습니다.
울퉁불퉁 파인 길도 맥가이버에겐 아무 문제도 되지 못하였지요. 007-
영화처럼 날개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아마- 붕~ 하고 거뜬히 하늘을
향해 이륙을 하였을 겁니다. 쌩 소릴내며-
천하무적 맥가이버...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ㅎㅎ~
못 들어보셨을 겁니다. 타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 실감을..... 정말
날아간다니깐요. 글쎄..... 허허허~
해서, 목적지에 도달하고 보니 부른 사람은 없고 빈 사무실만이 덜렁 기
다리고 있더라구요. 이럴때 쓰라고 핸폰이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무전을 때리니..."아, 여긴 맥가이버! 석수쟁이 나오라 오버!"
ㅋㅋ~ 그래... 그런 곡절끝에 임자를 만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예쁜 여자분이 한분 같이 계시더군요. 아마 부인이겠지요. 빨간 립스틱
이 아주 선명한... 확실히 립스틱은 붉은 색이 젤 이쁩니다.
'니 쥐잡아 먹었나?'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통유리로 된 출입문에 강화도어록을 다는 일이었지요 먼저 손잡이로 사
용하던 것을 풀어서 위로 올려붙이고 그 자리에 도어록을 어찌어찌해서
달더군요. 4개의 걸림쇠(?)가 들어있는 초강력 도어록! 그런 다음에
그 4개의 걸림쇠에다 빨간 인주를 바를길래...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왜 거기다 인주를 바르냐? 보기 좋으라고 그러는건가? 하고 바보
같은... (차라리 이 말을 안했더라면 바보는 면하는건데...ㅋㅋ 이 소
리때문에 진짜 바보가 되었지요. 돌대가리!) 질문을 했지요.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그래야 구멍을 뚫지! 아하,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야 구멍을 뚫을 수가 있지. 정확하게...똑바로...그 자리에...ㅋㅋ~
참, 도니는 정말 아직도 멀었습니다. 세상을 볼려면... 그 동안 뭐했
나 몰라..........ㅎㅎ~
문을 닫고 문기둥(알미늄- 스텐레스)에 인주가 묻을때까지 여러번 반복
해서 키를 작동시켰습니다. 마침내 기둥에 붉은 자국이 생겼구요. 그 자
리에 작은 드릴로 구멍을 뚫기 시작했습니다. 윙~ 소리를 내면서 신나
게 드릴이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구멍은 결코 쉽사리 뚫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등정을 거부하는 에베레스트처럼...
그러나 우리의 맥가이버가 누굽니까? 그까짓 거부에 물러날 사람이 절대
로 아니지요. 암~
팔과 배에 힘을 잔뜩주고 밀어부치니... 이윽고 쓩하는 소리와 함께 작
은 구멍이 뻥하고 뚫렸습니다. 그러기를 수십번... 마침내 4개의 작은
구멍이 완성되었습니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장포가 한마디 했지요.
'저것도 힘없으면 못해!' ... 이르다 뿐이겠습니까? 그렇구말구요.
힘이 없으면- 구멍이 뚫리기는 커녕 자꾸 옆으로 미끄러지기만 하죠.
다음 순서... 맥가이버는 더 큰, 아주 큰 드릴을 들더니 그 작은 구멍
을 크게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순서였던 것이지요. 먼저 작게 뚫
고 그 다음에 크게 키우는... 역시 일에는 순서가 있구나 하는 것을 또
느꼈지요. 구멍이 어느정도 커지자 문이 제대로 잘 잠기는지 문을 닫
고 키를 작동시켜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뭐가 여의치않은지 다시 구멍
을 더 크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개의 구멍을 돌아가면서... 차례차례
로... 옆에서 보는 제가 보기에도 구멍은 많이 커져있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는듯이 맥가이번 더욱 더 크게 힘차게 구멍을 만드는데만 신경
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역시 말없이 지켜만보던 여자분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심각한 어조로 한마디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저씨, 구멍- 너무 커지는거 아녜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저는 그 말이 어찌나 우습던지...속으로 터지는 웃음
을 참느라고... 아후~ ㅋㅋㅋ~
하지만 더 웃기는 것은 맥가이버의 말이었지요. '괜찮아요!'....
맥가이번 그 말의 의미를 새겨들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일에 몰두하느라고... 그 심오한 의미를.....
야- 맥가이버! 임마, 괜찮긴 뭐가 괜찮아... ㅎㅎ~
계산은 깨끗하게 하더군요. 하긴 석재를 하니.. 그 정도야 뭐-
우리들은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손짜장집으로 진군나팔을 불면서 전
진했습니다. 가는 도중 차안에서 제가 그 이야길 했더니... 웃음소동이
났음은 물론이지요. ㅋㅋㅋ~
그런데 정작 주문을 한것은 짜장이 아니라 우동이었지요.
큰 대접에 나온 시원스런 국물의 우동...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갖은 해물이 정갈한 모습으로 들어있고... 그냥 먹을수는 없지요.
아주머니, 여기...'이과두주'하나만 주세요...알콜도수 56도의 고량주!
술 못하는 저도 한잔 했지요. 음... 장포는 침만 삼키고... 아니, 냄새
만 맡았구나.....!
식사중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안봐도 뻔하죠? 마누라 아니겠습니까?
표구점 간다고 간사람이 두 시간이 지나도 안 오니... 제가 심각한 목소
리로 전활 받았습니다. " 여기- 어딘지 나도 몰라? " - 깜짝 놀란 마누
라.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나, 납치됬어...잉잉! ".....
" 네~ ??? 누구한데요? " " 몰라. 무조건 데려왔어... 이잉~ "
이쯤되면... 대강 감을 잡지요.
이젠 다 능구렁이가 되서... '빨리 오시기나해요.'... '알았어!'...
통화는 그렇게 끝이나고-
그래서... 맥가이버는 어제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배갈을 먹고... ㅋㅋ~
전 이번에야말로- 술김에, 반드시 1톤짜리 트럭이 하늘로 뜨는 기적을
보게 되리라고 내심 기대를 잔뜩했는데... 역시- 차는 그냥 차일 뿐이더
군요. 하늘을 비행하는 차는 결코 없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납치에 배까지 호강을 하고, 생각도 못했던 음담(?)에 웃
음까지 포식을 했으니 어제의 납치는 진정 행복하고 즐거운 납치였음에
틀림없습니다. 이런 납치는 가끔...아니, 종종 당해도 괜찮겠다는 생각
이 들었지요. 바람도 쐬고... 우정도 키우고...
탈출요? 그냥 놔주데요... 빨리가라고- 참, 별 싱거운 납치범들도
다 봐.... ㅋㅋ~
이렇게 즐거운 세상이랍니다. 이 아니 행복한가요.......?!
- 도 니 -
카페 게시글
친구 사랑방~
맥가이버의 구멍뚫기와 손짜장!
도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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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04 21:3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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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장난기 어린 표정들이 역력히 보이는거 같아서 너무 즐거웠겠구나...글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참 정겨운 풍경이었어요.나도 덩달아 즐거워 집니다.오늘도 또 그런 하루를 ㅎㅎㅎ...
남의 일로 인해... 나까지 덩달아 즐거워지는 그런 일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실은- 나도 요즘, 남의 일로... 덩달아 신나하고 있긴 하지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