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새 시대에는 새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요즘 땅 투자자라면 한 번쯤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그린벨트·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농지·임야 이용 규제 완화 등과 같은 ‘핵폭탄’급 규제완화 조치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토지시장의 투자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이제껏 굳게 닫혀 있던 토지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
게다가 최근 형성된 저금리 기조는 토지시장의 폭발을 이끄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를 3%에서 2.5%로 낮췄다. 이는 정부의 통화정책 목표가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바뀐 1999년 이후 최저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마구 풀리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부동자금은 토지 등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든 경우가 많았다.
연내 풀릴 막대한 토지 보상금의 향방도 주요 변수다. 서울시와 토지공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수도권의 택지지구 등에서 20조원의 '뭉칫돈'이 땅주인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그동안 토지 보상금은 인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주변 땅값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토지시장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토지시장의 마지막 핵심 규제로 꼽히는 ‘부재지주와 비업무용 토지의 양도세 중과’ 규정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요즘 투자자들은 땅 투자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전환기 땅 투자전략을 어떻게 세울까.
정부 정책변화의 수혜지 노려야
우선 돈이 될만한 땅을 고르는 게 요령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 완화 혜택을 한 몸에 받는 땅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땅은 정부가 여러가지 혜택을 주고 개발을 적극 허용해 투자 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1990년대가 준농림지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농지·임야·그린벨트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부족한 개발용지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이들 땅의 규제를 대폭 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농지·임야가 관심 대상이다.
정부는 2009년 6월까지 전국에서 370㎢의 농지·임야를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풀 계획이다. 이들 땅은 이제까지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자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곳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 완화조치로 해묵은 규제에서 풀리면 찾는 사람이 늘면서 몸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다른 농지에 비해 규제 완화 폭이 큰 한계농지가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한계농지는 올 6월부터 비농민도 소유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린다. 이제까지는 농민만이 한계농지를 살 수 있었다.
그린벨트도 정부의 규제 완화 혜택을 톡톡히 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국에서 23㎢의 그린벨트를 해제한데 이어 앞으로도 308㎢의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땅은 주택·상가 등의 개발이 가능해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는 이미 해제된 곳을 중심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은다. 소문만 무성한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은 투자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2001년부터 재작년까지 자치단체별로 그린벨트에서 풀린 수도권 집단취락지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지역은 2007년까지 그린벨트에서 대부분 해제된 뒤 자치단체별로 구체적인 개발계획 수립이 마무리 되면서 요즘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다.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지역) 내 땅에도 햇빛이 비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도심 개발에 맞추고 있어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에서 주택·상가·공장 등이 뒤섞인 준공업·준주거·근린상업지 등의 복합개발을 적극 허용키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 상에 있다.
이들 땅에선 용적률·층수 등의 건축규제가 완화 혜택이 주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1만224㎢의 땅도 관심의 대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곳에선 외지인도 관청의 허가없이 땅을 쉽게 살 수 있다. 또 지목에 따라 2~4년 간 적용되던 전매 제한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거래 제한이 풀린 땅은 매수세 형성이 쉬워 환금성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시세차익→개발이익' 전환 필요
돈이 될 만한 땅을 골랐다 하더라도 땅 절세 요령을 잘 알아둬야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토지 관련 규제를 대부분 해제했지만 부재지주와 비업무용 토지 등의 양도세 중과 규제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들 땅을 팔 땐 양도차익의 66%(주민세 6% 포함)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세금을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땅 투자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보단 실제 물류창고 등을 지어 임대수익을 올리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업무용 토지의 경우 음식점·주차장 등을 지어 업무용으로 전환하면 양도세를 중과 당하지 않는다. 이때 업무용 토지의 판정기준은 땅값 대비 사업별 연간 수입금액의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느냐가 된다. 예컨대 주차장은 땅값 대비 연간 수입금액의 비율이 3%를 넘어야 업무용 토지로 판정받아 양도세를 중과당하지 않는다.
땅 투자 시기 선택도 중요하다. 부동산은 여유자금으로 투자 하는 것인 만큼 경기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토지시장은 경기 변동의 대표적인 후행지수로 꼽힌다.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개선돼야 토지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땅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가 회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 여름이나 가을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 피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지금은 정책변수에 의해 땅값이 오르거나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 원인이 내부 요인이 아닌 글로벌 경기 불안에 있다.
따라서 국지적인 반등, 일시적인 반짝 장세 같은 것은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토지시장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완화로 땅값이 곧바로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토지 컨설턴트인 이한범 사장은 "저금리 상태에서 토지 보상금이 아무리 풀리더라도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땅 매수세가 살아나기가 힘들다"면서 "가급적 땅 투자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9.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