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생활중인 한국인이 느낀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율 하락의 4가지 이유

[사는게다그런거지]

지난 주에 겪은 차 사고 때문에 1년만에 충칭난루의 기아차 4S店을 갔습니다. 매장 안을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1년 전까지만해도 기아차들로 가득 채워져 있던 매장에 벤츠, BMW, Jeep의 고급 SUV들이 세워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 뉴스로 접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 급감과 딜러사들의 이반 사실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었죠. 매장의 한 직원과 얘기를 나눠보니 기아차가 안 팔려서 이렇게 다른 차들을 들여왔답니다.

사드 영향 때문이라구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사는 칭다오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에 대해 아직도 우호적인 도시입니다. 이런 칭다오에서조차 현기차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정말 심각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현기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빠른 흐름과 중국 정부의 정책적 변화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비싼 고급차 시장과 저렴한 대중차 시장으로. 최근에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차들은 저가 전략을 확실하게 구사하고 있죠.

중국의 서민들은 비싼 자동차를 살 형편이 못됩니다. 그래서 长城, 长安, 吉利 등 중국 회사들은 6~8만 위안대의 저가 SUV들을 시장에 내놓았죠. 불티나게 팔립니다. 품질도 괜찮습니다. 제가 몇몇 차들을 몰아봤는데 한국차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지난 2년간 중국 SUV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장성자동차의 HAVAL H6는 수동변속 기본형이 8만 위안대입니다. 중국 서민들이 선호하는 저가에, 수동에, 연비에, 성능까지 좋습니다. 반면에 현대 투싼은 H6보다 차도 작은데 기본형 가격은 거의 2배인 15만 위안대에서 시작했습니다. 최근에서야 가격을 낮췄죠.

저가 자동차 시장에서 현기차가 완전히 밀리는 사이에 고급 자동차 시장에는 진입도 못하고 있죠.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시켜놓고서 왜 빨리 중국 시장에 안 들어옵니까? 돈 되는 고급차 시장을 독일차, 일본차들이 다 차지하고 있는 동안 현대차 경영진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중국인들은 현대차, 기아차를 절대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보지 않습니다. 단지 중국 자국 브랜드보다 조금 더 나은 자동차 정도로 봅니다. 현기차는 현실적인 가격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현대차 가격대가 토요타, 뷰익, 폭스바겐, 혼다, 닛산 등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습니다. 그러니 이들 브랜드에 철저히 밀리고 있죠. 브랜드 선호도, 성능과 디자인 등에서 다 떨어지니까요.

이미 중국에 생산 공장까지 많이 있는데 현기차가 왜 가격을 턱없이 높게 받으려 합니까? 그냥 겸손하게 가격을 확 낮추십시오. 일본차보다는 싸게, 중국차보다는 조금 높게 책정하면 적당할 것으로 봅니다.

지금 현대차가 한가하게 서울에 100층 넘는 본사 건물 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똑똑한 직원들을 현지에 많이 보내서 시장동향 파악하고 발빠르게 가격정책, 신차정책 다시 세워서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은 하루하루 새로운 정책과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 판매업을 4S점, 즉 자동차판매 전문딜러사 뿐만 아니라, 모든 일반인에게 허용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입니다.

심지어 브랜드에 제한을 받지 않고 한 딜러가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팔 수 있게 되었죠. 자동차 판매 시장의 큰 판도 변화가 예측됩니다. 과연 현기차는 이런 중국의 정책적인 변화에 유연한 대처를 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신차 전략, 마케팅 전략 모두 꽝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기아 쏘렌토도 걱정됩니다. 국내에서 3,500만원 하는 쏘렌토 가솔린 모델을 중국에서는 5,000만원에 팔고 있었으니 누가 삽니까? 이 돈으로 중국인들은 차라리 유럽차, 일본차, 미국차를 삽니다.

이제는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리더십, 젊은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대단히 절박합니다. 최근에 중국시장 위기대응팀을 만들었다는 뉴스도 봤습니다. 그것 가지고 안 됩니다. 최고 경영자부터 모든 조직과 전략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합니다.

저도 참 어이가 없죠. 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인, 현대기아차를 왜 걱정해주고 있는 것인지. 중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는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인  한국기업이기에 염려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현대기아차는 서비스도 별로 좋지 않은 판매점들만 수두룩하고 시장조사팀 같은 연구분석 전담반은 아예 없는 건가요? 참 답답합니다. 작년부터 사드니 뭐니 핑계를 대더니 이제는 더 이상 변명할 거리도 없는데 올해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현대차는 이제 어쩝니까?

오늘은 제가 거친 말들을 좀 하겠습니다. 제 글을 현대차 관계자가 읽으면 운이 좋은 것이고 못 읽으면 복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는 수입차의 파격할인 공세에 시장 점유율 뺏기고, 중국에서는 혁신적인 로컬 브랜드들에게 판매율 추월당하고 아주 사면초가입니다. 그래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 같네요.

모든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왜 중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외면받는지 현지에 직접 와서 도로 위를 운전하고 달려보세요. 제가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닌 칭다오의 도로들만 해도 엄청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쾌적한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나 하면서 잔머리 굴린다고 절대로 답을 못찾습니다.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해야 하는 브랜드는 80개가 넘지만, 중국의 도로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차들은 4부류입니다. 이미 다 잘 아는 벤츠, 랜드로버, 포르셰 같은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 소형 승용부터 대형 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일본 브랜드, 탄탄한 기술력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주지 않고 있는 폭스바겐. 저가부터 혁신적 디자인의 중저가까지 수많은 라인업으로 포진한 중국산 로컬 브랜드

유럽산 럭셔리 브랜드들은 1억이 넘는 차들을 많이도 팔고 있습니다. GLS시리즈, 레인지로버 등 요즘 칭다오 도로에도 넘쳐나는게 고가의 수입차들이니까요. 현대차의 경쟁 상대에서는 아예 제외시켜야겠죠. 제네시스 브랜드를 어느 세월에 론칭하려는지 현대차의 사업 속도가 참 느려터졌네요. 제가 보기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중국 시장에 내놓아도 별로 재미를 못볼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사업 마인드를 가지고서는요.

일본 브랜드도 막강합니다. 토요타, 혼다, 닛산 3인방과 렉서스, 인피니티 등 고급 브랜드, 마쯔다와 미쯔비시 등도 중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습니다. 특히 토요타의 마케팅 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국내에 있을 때 토요타 매장에도 여러 번 가보고 캠리를 시승도 해보았지만, 중국에서 토요타는 세단도 많이 팔면서도 중대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토요타가 영악한 것이 일본 내에서는 시장의 특성에 따라 소형차 위주로 판매를 하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인들의 기호에 따라 랜드 크루저 프라도와 같은 고가의 중대형 SUV를 전략적으로 판매하고 있네요. 중국의 도로에서 아주 많이 보입니다.

한국의 중대형 SUV 시장을 모하비 등 현대기아차가 장악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 기아차 판매 목록에는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모하비가 있긴한데, 제가 중국에 4년 간 살면서 기아차 모하비를 딱 5번 정도 본 것 같네요. 하지만 토요타 프라도는 하루에도 5번 이상을 본답니다.

현대차가 경쟁 상대라고 외치지만 중국 시장 판매율 1위를 몇 십년째 지키고 있는 폭스바겐은 가히 넘사벽 수준입니다. 소형 승용부터 대형 SUV까지 합리적 가격의 라인업과 높은 인지도가 최대 강점인 것 같습니다. 1년 전에 출시한 대형 SUV 테라몬트(上汽途昂상치투앙)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동급 시장 판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인민폐 30~50만 위안인데 차의 디자인, 성능, 크기 등에서 압도적입니다. 현대기아차에는 테라몬트와 경쟁할 차종이 없죠.

폭스바겐은 한국에서 디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은 뒤 시장에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죠. 하지만 디젤 승용차가 거의 없고 가솔린 자동차가 대부분인 중국 시장에서는 타격이 전혀 없었습니다.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한국 시장에서 경쟁자를 몰아낸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는 비빌 언덕이 없는 모양입니다

또한 현대차는 중국의 로컬 브랜드를 무시한 것 같습니다. 기술력에서 못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오판이라고 봅니다. 객관적인 기술력은 아직 현대차가 앞서 있는지 모르겠지만, 혁신적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에서 현대차는 이미 졌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말이 있죠.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저는 이 말이 한국에서나 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나온 WEY VV7이나 LINK & CO 01 같은 중형 SUV는 디자인, 성능, 가격 면에서 현대차를 지워버리고 있습니다. WEY는 창청자동차, LINK & CO는 지리자동차에서 만든 전략 브랜드입니다. 저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디자인의 고급화와 가격 상향 조정이 포인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중국의 현지 브랜드들이 혁신적 브랜드 론칭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사드 타령이나 하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제대로 된 전략도 내놓지도 않고 서울에 100층 짜리 본사 건물이나 짓고 있으니 과연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중국에서 삼성폰과 현대차가 고전하는 이유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를 발로 뛰면서 하지 않는다는 것, 자사 제품에 대한 오만으로 중국산 브랜드들을 무시해온 것, 혁신의 속도가 오히려 로컬 브랜드보다 느리다는 것 등등. 아직 하고 싶은 말들은 더 많지만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바다 소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소스]

글쓰신분 애국자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신세대들]

내 기X차 십년도 안돼서 내부건 외부건 페인트 속부터 뻘겋게 녹이 슬기 시작하고
프레임 썩어서 떨어져 나옵니다.
옆집 순이네도 철이네도 국산차라면 이를 갑니다.

십년도 안돼 썩어서 프레임이 무너져 가는 국산자동차가 중국차보다 낫다구요?
하긴 일찍 녹슬고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니 친환경이기는 하겠네요.

[sakai01]

잘 읽었습니다. 전 흉기차들 싫어 삼성 구형SM525V 탑니다. 연비는 조금 않좋지만 아직 번들번들하고 내구성 쥑입니다. 그냥 쭉 탈겁니다.

[무플방지위원회]

좋은 글이네요.
현기 밑에 500만 명줄이 달려있는데...
필자의 의견대로 빨리 자각했으면 합니다.
저역시 아무리 정치권 압력이 있었다해도
자동차 회사가 땅 놀이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햇님과달]

현기차 귀족노조도 안하는 걱정을 왜하시는지...
망하는 GM대우의 노비노조들은 애가타서 쩔쩔메는데, 귀족노조는 성과급 따먹겠다고 사장실을 점거농성했다가
양놈들이 기겁하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갔죠(미국에서 이런일은 상상이하의 막장 저질임,
양놈들은 총을 쏘면 쏘지, 남에게 화를 버럭내고 이런류의 일을 벌이면 사회에서 매장됨)
괜히 배부른 귀족노조 걱정은 하지마삼.
오지랖도 넓으셔~

[즐게임]

글쓰신분 애국자 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념신념]

훌륭한 분석이고 훌륭한 글이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