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는 좌파 <르 몽드> / 할머니는 우파 <르 피가로>, 1969🍒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방문객, 정현종
미디어 전공답게 사진을 보자마자 신문 제호부터 살폈다.
우측의 할머니가 펼쳐든 신문은 중도 우파 르 피가로, 좌측의 아가씨가 펼쳐든 신문은 구글검색 끝에 좌파 신문 르 몽드로 확인되었다.
지금 두 사람의 일생이 하나의 벤치에 앉아있다. 그리고 살만치 산게 분명한 나이든 인생이 아직 살날이 많이 남은 젊은 인생을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고있다.
이제 막 유행이 불기시작한 미니스커트가 눈엣가시였으리라.
두개의 일생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 서로 충돌하고 있다.
들고있는 신문부터 내가 확인한 이유를 이해하시겠는가. 우리로 치면 르 피가로는 조중동 중 하나, 르 몽드는 한겨레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다.
할머니의 인생은 평생을 우파 신문 르 피가로의 이념적 버블에 밀봉되어 있었을 것이고, 아가씨의 20년 인생은 진보적인 르 몽드에 밀봉되어 있었을 것이다.
1969년에 찍은 55년 된 흑백사진에서 여전히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건, 앙리 브레송이 포착한 이 두개의 일생이 벤치 위에서 충돌하는 순간의 날선 서늘함이 독자에게까지 전해서져서 이리라.
르 몽드는 불어로 세계란 뜻이다. 그녀는 베이비부머 세대답게 인류는 진보한다는 진보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이후 지구촌의 세계화를 주도했으리라. 진보적 세계관이란 그런것이다. 지금보다 더 열리고, 소통하고, 협력하여 인류가 선을 이룬다는 낙관적 세계관…
이건 제호에 “세계”가 들어간 지구촌 모든 신문들의 논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르 몽드 좌파 아가씨는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승자가 되어 늙은 리버럴로 살다, 늘그막에 생각지도 못한 참변을 목격했으리라. 1969년에는 우측 할머니가 읽고있던 우파 신문 르 피가로를 이제 MZ 이대남이 열독하고있다는…
55년이 흘러 이제 벤치에 앉아있는 할머니는 담배 하나 꼬나물고 르 몽드 읽는, 이제는 머리가 하얘진 미니스커트 아가씨다. 몸은 늙었으나 스스로 할머니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르 몽드, 뉴욕타임스, 가디언, 한겨레… 지구촌 진보신문들은 세계화에 마냥 승자만 있지는 않고 탈락한 패자들도 있음을 간과하다, 마침내 참변을 겪게된다 - 브렉시트, 트럼프, 윤석열…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들의 일생은 르 몽드, 르 피가로, 뉴욕타임스, 가디언, 한겨레, 조중동의 버블에 단단히 밀봉되어있다.
당신은 이 버블을 뚫고 나올수 있을까…. 어제는 임명묵, 오늘은 유현준…. 참 애쓰는 조선일보를 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글쓰는 사피엔스
Adriano Celentano - Un'altra volta chiudi la por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