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읽은 만한 책은 없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대학생, 사회인이 읽을만한 책도 없고요. 있는 것은 각자가 읽고 싶고 읽을 만한 책이 있겠지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등을 쓰신 신영복 선생님께 들은 이야긴데요...
한 번은 신영복 선생님이 고등학생 추천도서를 선정하는 교육부 주관의 모임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양하고 사양하다 안되어 나가신 적이 있었댑니다. 그 자리에는 교육부 관계자, 고등학교 교장, 출판관계자, 문인 등등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소설가 박완서도 있었댑니다.
회의가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이 책, 저 책을 추천하고 이야기했는데 신영복 선생님은 할 말이 없어서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더랩니다. 마침 옆자리에 앉은 소설가 박완서도 한 마디도 안했기에 회의가 끝나고 나서 왜 한 마디도 안했냐고 물어보았댑니다. 그러자 소설가 박완서는 '고등학생이 읽을만한 책이 무엇이고 읽을만 하지 않은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라고 답하여 공감이 되었더랩니다.
나는 나이가 서른 하나인데도 16개월된 딸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화책도 읽을만하고 고등학교 시절에 고등학생이 읽기 어렵다고 흔히 이야기하는 플라톤의 저작이나 프로이드의 책도 읽을만하였으며 여러 가지 소설책도 읽을만 하였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쓴 이의 세계를 읽는 것이지 도서분류를 읽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가치를 그의 겉모양새나 사는 형편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라면 책의 가치도 어떤 기준에 의해 단정짓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