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글 올린적이 있지만은...
저는 이번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땄습니다
지금은 공중보건의로 한 사립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구요
주 3회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곳이 관광지라서 그리고 밤에 응급실 여는곳이 시(?)내에
여기밖에 없어서
밤에 환자가 참 많이 오는 편인데요
물론 술먹고 들어와서 흥분하는 보호자들...싫습니다...
특히나 여자 하나가 (예쁘장하다면 더욱 더...--;) 다치거나
과호흡 증후군으로 왔을 때
같이 들어오는 술 좀 마신 건장한 남자 보호자들...
환자 치료하는것보다 보호자들 콘트롤 하는게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것들...
다 이해합니다
젊은 혈기에 술까지 마셨으니 뭔가 나서고 싶겠죠
(역시나 예쁘장하다면 더욱 더요...)
그정도 콘트롤 수도 없이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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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보다도 개인적으로 가장 싫은 환자 보호자는...
애기들 열 났을때 해열제 주사 놔달라고 우기는 보호자입니다
물론 애기가 해열제를 먹고 토하거나
아니면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안떨어진다면 해열제 주사를 놓는것이 좋습니다만
해열제 한번 먹이지도 않고 응급실에 와서
의사가 일단 해열제 먹이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적시면서 (tepid massage라고 하죠)
열을 떨어뜨리자고 해도 (두번씩이나 설명해도...두번 이상은 안합니다...)
막무가네로 주사를 놔달라고 합니다
그래야 열 빨리 떨어지고 (보호자가) 편하다고...
자기 애가 주사를 맞는 공포와 고통은 별 상관없죠
주사를 안맞아도 되는 애가 부모의 극성때문에 주사를 맞고 우는걸 보면
너무 맘이 아픕니다...
끝까지 처방 안해주면 되지 않냐구요...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저같은 경우 병원에 고용된데다가 공중보건의 신분까지 겹쳐있어서
혹시라도 민원 들어오면...아주 골치아픕니다...
게다가 밤새서 근무해야하는데 이런일로 몸 지치기 싫구요...
그래서 위에 말씀드린대로 두번까지만 설명해줍니다...최대한 자세히요...
하지만...그걸 떠나서 어떤 의사가 귀찮게 보호자랑 다투고 싶을까요
더더욱 개인의원이면 주사제가 더 비쌀뿐만 아니라 안놔줬다간
환자나 보호자가 다시 그 병원에 안올텐데...그렇게 안하겠죠...
주사제...사실 먹는 해열제 (주로 시럽이죠)에 비해 효과 그렇게 차이 없습니다
오히려 위에 말씀드린 tepid massage가 더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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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면에서...우리나라에서 주사제의 남용은
의사들도 그렇지만
환자나 보호자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일단 병원에 오면 주사를 맞아야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보면....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오죠)
주사를 안놔주면 불친절하다며 그 병원에 다신 안갑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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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도 이렇게 해서
애기가 울면서 주사 맞았습니다
애기는 주사 맞기 싫다고 울고
부모는 주사 맞자고 달래고...
....
비까지 내리면서 날씨도 우중충한데다가...
주사 맞고 우는 애기를 보니
우울한 맘에
넔두리 길게 읊었습니다...
....
p.s...회원님들 또는 주위분들중에 혹시 아프시거나 의료쪽으로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글 올리세요...
아는 한도에서 성심성의껏 답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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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가장 싫은 환자 보호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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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나라 성인들의 주사에 대한 신뢰는 심한 편이죠..혹여라도 링겔 맞으면 다들 대단한병인줄 알고..그냥 포도당이나 생리식염수인데..군대있을때,주사한대,링겔 한병 처방해달라고 군의관에게 매달리는 교육생들,피교육간부들(특히 쏘가리들)..기간병,기간간부들..정말 짜증났어요..공감합니다..
어릴적에는 주사 많이 맞은 기억이 나네요;;; 으... 지금에야 부끄러워서 덜 맞지만;;;
고생하고 계시네요 ... 대체 병역 의무지만 그것도 분명 병역 의무 (기간이 아마 더 길죠 ? 좀 짧아졌나 ... ). 대충 대충 보호자 해달라는대로 하고 신경 안쓰고 그럴 수 있는데 ... 이것저것 많이 신경쓰시고 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좋은 의사로 더더욱 성장 하시길 바래요 ~
구급차 타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 다보는데 -_-;; 애기 고열로 dressin' 하는데 왜 옷을 벗기냐..뭐 이런 것도 있고..--;
비슷한 경우가 동물의 경우에도 있습니다 ^^: 대부분 설명하신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물론 개는 말을 못한다는 걸 빼구요)
응급의학과.... 정말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ER이라.. 힘드시겠어요. 애들이 주사를 많이 맞다보면(특히 소아 onco는..) 손만대어도 아프다고 울어대는데 너무 불쌍하지만 가끔은 연기하는 모습에 섬뜩하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빅 독님,, 궁금한거 있어서 멜 보냈는데 답장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