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그렇고 말고. 내 발로 걸을 수 있고, 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나이가 들수록 포기가 빨라지고 욕망도 흐지부지, 내가 뭘 원했는지도 잊고 살며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젊어서는 노천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최근에 그의 시선집을 읽고 그 투명한 언어에 실린 쓸쓸한 마음의 풍경에 측은지심을 느끼며 그에게 빠져들었다.
근대 최초의 여성 문인인 김명순도 그렇고 노천명도 그렇고, 앞서간 여성들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친일 시를 발표하고, 6·25전쟁 당시 서울에 남았다가 부역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파란만장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천명 선생의 시와 삶을 생각하는 가을날, 가슴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