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PC 스토리지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가격이었다. 태국 홍수로 폭등한 HDD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스토리지 시장은 물론 전체 PC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반면 SSD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이제는 제법 '구입해도 될만 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당연히 SSD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그런가하면 샌드포스 칩셋을 사용한 인텔의 SSD가 암호화 문제로 환불을 발표해 시장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샌드포스 2281 칩셋을 탑재한 인텔 520 시리즈는 당초 명시된 것과 다르게 AES-256bit 암호화 처리 기능이 아닌 128bit만 지원했다. 이에 인텔은 문제를 솔직히 시인하고 해당 제품을 구입한 유저들에게 환불을 해줄 것을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샌드포스 컨트롤러의 문제로 해당 컨트롤러를 사용한 제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상반기 PC 스토리지 시장에는 다양한 사건이 있었고, 이에 스토리지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상반기 PC 시장의 흐름을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알아봤다. 참고로 다나와 리서치는 다나와 연동몰과 제휴몰의 판매량을 합산한 것으로 전체 시장의 판매량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HDD 제조사별 점유율 : 씨게이트 HDD 점유율 높아져
HDD 판매량을 제조사별로 분류해 본 결과 씨게이트 HDD의 판매량이 2월 이후 꾸준히 늘어 5월부터 웨스턴디지털(WD) HDD의 판매량을 소폭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씨게이트 HDD의 판매량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 HDD 사업부 인수 마무리와 저렴한 가격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해부터 추진됐던 삼성전자 HDD 사업부 인수가 상반기에 마무리 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
여기에 WD의 동일 스펙 제품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일례로 7200RPM으로 작동하는 1TB 용량의 HDD(64MB)의 경우 씨게이트의 제품이 다나와 최저가 86,900원, WD의 블루 제품이 90,200원으로 씨게이트 HDD가 3,300원 더 싸다. 특히 상반기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씨게이트 2TB (7200RPM / 64MB) 제품의 경우, 동일 스펙의 WD 제품과 비교해 6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결국 가격 싸움을 씨게이트가 주도하는 형국이 되면서 HDD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 HDD 제조사별 점유율 - 씨게이트 약진 돋보여
HDD 용량별 점유율 : 높은 가격에 고용량화 주춤
태국 홍수가 터지기 직전인 작년 상반기까지 HDD 가격은 매달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HDD의 고용량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가격의 폭등은 이같은 현상에 제동을 걸었다. 당장 500GB HDD의 가격이 10만원에 육박하다보니, 더 비싼 용량의 구매는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년 상반기까지 시장을 주름잡았던 테라바이트(TB) HDD의 판매량은 급감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500GB 제품이 다시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현재 전체 HDD 시장의 절반 정도는 500GB인 셈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2TB 제품 판매량은 크게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말한대로 씨게이트 2TB 제품이 워낙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면서 용량대비 가격 면에서 가장 좋은 HDD로 인식됐고, 자연스럽게 점유율도 높아진 것. 아직까지 대세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점유율도 20%에 육박하고 있어 하반기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 HDD 용량별 점유율 - 2TB 판매량 꾸준히 늘어
SSD 제조사별 점유율 : 삼성전자 독주
역시 삼성전자였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도 삼성전자 SSD가 시장을 휩쓸었다. 4~5월 잠시 주춤했던 것을 제외하고 항상 점유율 50%를 넘겼다. OCZ와 인텔 등 글로벌 강자를 비롯해 대만, 미국의 이름있는 업체들이 추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삼성전자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 SSD는 소위 '트러블 메이커'라 불리는 샌드포스의 컨트롤러 대신 자체 제작한 컨트롤러를 사용해 신뢰를 높였고, 가격까지 저렴해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도 삼성전자의 독주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SSD 제조사별 점유율 : 삼성전자, 전체 시장의 50% 이상 차지
SSD 용량별 점유율 : 128GB / 120GB 용량 판매량 늘었다
SSD 시장은 HDD와 달리 고용량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SD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GB당 가격이 과거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다. 아직까지 HDD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1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져 적은 부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 게다가 SSD가 시스템 속도 향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전시켜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SSD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128GB 제품과 OCZ/인텔 등에서 출시한 120GB 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꽤 오랜 시간 시장을 주름잡았던 60GB 대 제품 판매량은 급속도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SSD 시장은 가격이 낮아지면서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뤄가고 있는 셈이다.
▲ SSD 용량별 점유율 : 120GB대 제품 판매량 크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