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괴테
이 늦은 밤 어둠 속, 바람 속에 말타고 가는 이 누군가?
그건 사랑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버지다.
아들을 팔로 꼭 껴안고,
따뜻하게 감싸안고 있다.
"뭣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무서워 하느냐?"
"보세요, 아버지, 바로 옆에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왕관을 쓰고 옷자락을 끄는 마왕이 안 보이세요?"
"아이야, 그건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란다."
"오, 귀여운 아이야, 너는 나와 함께 가자!
거기서 아주 예쁜 장남감을 많이 갖고 나와 함께 놀자.
거기에는 예쁜 꽃이 많이 피어있고
우리 엄마한테는 황금 옷이 많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지금 제 귀에 말하고 있어요."
"조용히 해라 내 아가야, 너의 상상이란다.
그건 슬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란다."
"귀여운 아이야, 자, 나와 함께 가자꾸나.
나의 딸들이 널 예쁘게 돌봐주게 하겠다.
나의 달들은 밤마다 즐거운 잔치를 열고
춤추고 노래하고 너를 얼러서 잠들게 해줄거다."
"아버지, 아버지, 저기에 보이지 않으세요?
마왕의 딸들이 내 곁에 와 있어요."
"보이지, 아주 잘 보인단다.
오래된 회색 빛 버드나무가 그렇게 보이는 거다."
"귀여운 아이야 나는 네가 좋단다. 네 귀여운 모습이 좋단다.
네가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나를 꼭꼭 묶어요!
마왕이 나를 잡아가요!"
이제 아버지는 무서움에 질려 황급하게 말을 몬다.
신음하고 있는 불쌍한 아이를 안고서.
가까스로 집마당에 도착했으나
팔 안의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죽어 있다.
[작가소개]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독일 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작가
-출생 – 사망 : 1749.8.28. ~ 1832.3.22.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의 생애를 돌아보면 ‘거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80년이 넘는 긴 생애 동안 활동하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베스트셀러에서
[파우스트] 같은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폭넓은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폴레옹은 1808년에 괴테를 만나고 다음과 같은 묘한 말을 남겼다.
“여기도 사람이 있군.”
일각에서는 당대 최고의 영웅이며 천재로 칭송되던 나폴레옹이 괴테를 자신에 버금가는
인물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찬사라고도 여긴다.
[출처] 괴테 시모음|작성자 옥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