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載弘 경희대 교수] "밥 한그릇의 哲學"
최근 한 젊은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눈에 번쩍 띄는 구절이 있었다. 『하루 세번/ 한 끼도 거름없이/ 너를 향해 머리 조아리는/ 이 거룩한 시간/ 밥은 곧 王이다. (양승준, 『밥은 곧 王이다. 1』전문)라는 시가 그것이다. 그리고 『너를 볼 때면 난/ 언제나 눈물이 난다/ 삼복의 폭양까지 견뎌낸 네가/ 온 몸을 찢기우는 아픔을/ 안으로 삼키며/ 이제 또 다시 / 저 이글거리는 불길 속에서 이루어 놓은/ 새하얀 고통의 祝祭/ 밥은 王이다』 (『밥은 곧 王이다. 2』)라는 시도 무언가 깊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그렇다. 밥은 곧 왕이다! 모든 생명이,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밥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겠는가. 밥은 생명의 원천이며 또한 에너지이고 추진력에 해당한다. 모든 생명의, 인간의 노력이란 기본적인 면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공급으로 서 밥을 벌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면에서 인류 역사란 밥을 벌기 위한, 더 많은 밥을 얻기 위한 투징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기에 『밥은 곧 王』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우리는 『하루 세번/ 한끼도 거름없이/ 너를 향해 머리조아릴』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라. 한 톨의 벼가 발아하고 성장하여 결실함으로써 마침내 밥이 되어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짧지않은 시간과 그에 바쳐진 사람들의 땀흘린 노고의 과정을.... 그것은 『삼복의 폭양까지 견뎌낸 네가/ 온 몸을 찢기우는 아품을/ 안으로 삼키며/ 이제 또다시/ 저 이글거리는 불길 속에서 이루어 놓은/ 새하얀 고통의 祝祭』가 아니겠는가. 그렇다 ! 이 한 톨의 벼가 밥이 되어 우리의 입에 들어오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고통과 기다림, 희생과 눈물의 과정이 있어야 만 하는 것이다.
한톨의 벼가 이루어지기까지 전 우주적 요소로서 물과 불 (태양), 그리고 흙 (자양분)의 협동작용이 있어야 하며 또한 봄에서 여름. 가을에 이르기까지 농부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 등 고통스런 인내와 기다림의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벼 한 톨은 바로 생명의 우주이며 우주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소중한 것이기에 우리는벼 한톨, 밥알 하나의 우주를소중히 여기고 공경하지않으면 안된다. 벼 한 톨이 밥한알이 되어 우리의 입에 들어오기까지도 아버지의 노동과 어머니의 희생어린 정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벼 한 톨은 바로 생명의 상징이며 밥 한그릇은 바로 삶의 표상임이 분명하다. 생명이란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다. 벼들이 단 하나의 생명을 바쳐 우리에게 헌신하는 모습이야말로 사실 거룩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소중히 하고 우리의 삶을 공경하듯이 벼 한톨의 생명과 사랑, 그리고 희생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공경하지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바로 자기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공경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또 한편의 시가 떠오른다. 『늙은이는 밭을 갈았다/ 갈지 않으면 먹지않는 늙은이/ 늙은이의 한평생은 밭가는 일/ 늙은이는 한번도 밭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늙은이는 한번도 밭에 얽매인 적이 없었다. (돈연, 『벽암록』전문)라는 시가 그것이다. 그렇다! 우리는열심히 일하는 사람만이 먹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또한 먹는 일만이 뜻이있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며 먹고 즐겨야 무언가 뜻있는 일에 헌신하지않으면 안된다. 소유의 삶이 아니라 존재의 삶이고 나아가서 당위의 삶이 되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밥 한그릇의 행복을 한그릇의 기쁨』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