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삼한사온 같은 말은 실종된지 오래고 한낮에도 빙점 이하의 기온으로 열흘 이상 지속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한 번 나가야지 나가야지...'하면서도 쉽게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던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어엿한 3월~!!!
나의 역마살을 무력화 시키며 기세 등등 했던 동장군도 계절의 시간을 거스릴 순 없는 일...
남한강의 얼음 녹 듯,겨울은 시간의 과거 속으로 사라져만 간다~
나는 낚시꾼이다~!!
물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전율에 사로잡혀 어린시절부터 예순을 훌쩍 넘긴 이순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주책과도 같은 나의 낚시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기는 충주댐의 물을 받아 말 그대로 용도에 맞게 조정을 하는 보조댐!
이름하여 '조정지댐'이다.
오늘은 '견지낚시'를 하러 왔는데 이 시기의 대상어는 누치와 송어!
물속 녀석들의 인력에 이끌려 찾아오긴 하였으나 겨우 내내 낮아진 수온으로 큰 기대는 무리라는 걸 나는 안다.
그저 바람 없고 온화한 날씨 덕에 하룻밤 탈 없이 쉬어 갈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전부인 것이다.
감옥 같은 지루한 일상에 갇혀 탈출을 몽매하던 낚시꾼이 원점회기하는 모천본능 같은 연어의 심정으로 물가를 찾았다.
아무리 좋은 일도 홀로는 의미 없고 외로운 법!
나의 생각과 한치도 다를게 없는 군상들이 저기 모였다~
후배가 끌고 온 푸드트럭이란다~
캠카를 꾸미려 친구한테 백만원 주고 샀다는데 시설을 들어내기가 아깝다며 마지막으로 고기를 굽고 있다.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한 날씨라지만 물속은 아직 찰 터...
아직 동면 중인 녀석들을 쉽게 만날 거 같진 않아 보인다~!
나를 '아버님'이라 부르며 따라 주는 젊은 후배들...
아침부터 와서 물속을 들락거려 보았으나 조과는 아직 없단다.
'니덜이 그렇지 뭐...'
낚시는 무슨...??
늘 그래 왔 듯, 고기한테 바람 맞고 홧김(?)에 술이나 푸고 비릿한 물냄새나 맡고 가겠지...
사실 오늘은 낚시보다는 지난번에 나의 싼타페차량 2열시트 떼어내고 온수매트 깐 것에 대한 몇 가지의 점검과 시험이 주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탁백이도 몇 잔 걸쳤겠다 어두워지기 전에 미리 온수매트를 깔고 위에 담요를 펼친다.
그리고 보일러 설치!
폐박스로 바람막이를 하고 닭백숙 하려고 가져 간 압력밥솥이 물통을 대신한다.
오늘밤은 6V 사각 랜턴용 건전지로 순환모터를 돌리고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실리콘호스의 단열도 생각한다.
저 3키로 해바라기 버너가 오늘 밤새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해 줄 일등공신인 것이다.
일단은 물을 뜨겁게 데운 후 불을 최소화력으로 낮추어 밤새 유지한다.
그런데 지난 번에 차바닥에 맞추려고 재단을 하면서 호스를 많이 잘라냈기 때문에 물순환이 빨라져 어쩌면 밤에 많이 더울 수도 있겠다.
그러면 어쩐다...??
너무 더우면 일단 창을 좀 더 열던가...
옷을 하나씩 벗던가...ㅋ
그래도 안되면 외부 노출 호스의 단열을 벋겨 봐야 되겠군...
추운게 문제지 더운 거야 뭐...
그때그때 생각 나는대로 형편에 맞게 운용을 하면 된다.
잠자리를 마련해 놓으니 큰 일 다 한 것 같아 한 시름이 놓인다.
후배들과 술도 한잔 하면서 낚시무용담,건강얘기,결혼얘기,여자얘기,자식들 얘기...
차 안으로 자리를 옮겨서 지난 올림픽 얘기,me too 얘기...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간다.
밤새 안녕~~??
아침에 일어나 뒷문을 열고 맞이한 행복한 뷰~
다행히 보일러도 원하는대로 잘 돌아 줘 춥지도 덥지도 않게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바닥도 편평하고 넉넉하고 단열이나 모든면에서 텐트의 그것과는 달라 정말 아늑하게 잘잤다~
나보다 먼저 일어난 후배가 보았다는데 저 가운데 섬 근처에 수백마리의 철새가 떠서 장관을 이루었다는 후문이다.
사실 밖으로 노출 된 저 호스 때문에 문을 살짝 내려 놓을때 틈이 생기면 어쩌지?
문풍지로 막아야 하나...??했었는데
그 틈이라는게 육안으로 확인 안 되는 환기공간 정도라 걱정을 덜었다.
ㅎ 싼타페의 '고'가 앝다보니 뭘 좀 정리하려면 저렇게 짐을 밖으로 빼야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 한다.ㅠㅠ
마치 피난민 생활 같지만 본디 여행이라는게 집 보다 모든게 불편해야 여행인 것이다!
그래야 가족 소중한 줄 알고 내가 처한 환경과 주변에 감사 할 줄 알게 되는 법!
어젯밤 벌인 무법천지의 난장을 누구 눈에 띄기 전에 재빨리 정리하고...
어찌됐던 밥을 한 술 떠야 오늘을 시작하지...??
참으로 날씨는 좋다~!!!
지난 밤도 바람 한 점 없는 어머니의 품 속 같은 온화 한 밤이었다...
고기는 안 나올 거라면서도 그래도 왔으니 담궈는 봐야겠지, 어디 낚시꾼 마음이 그런가...??
꾼들의 허황된 공상은 끝이 없고 해 봐야 맨날 그얘기가 그얘기...
그래~들어 온 건 잘 한 일이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구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나고 겨우 내내 입었던 꼬질한 내복을 퀘퀘한 먼지와 함께 훽 벗어 버리는 개운한 느낌...
바로 이거야~!!!
이런 추운 저수온기에는 깊은 곳에 틀어 박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하며 겨울을 나는게 물속것들의 '룰'이겠건만
어느 사회나 무리와 생각을 달리하는 입장들이 항상 존재 한다!
누구를 탓하랴...??
무리에서 무단 이탈한 녀석...결국 상위포식자에게 제대로 걸려들었다~!!
오후엔 비예보가 있다.
그것도 그거지만 차 밀리기 전에 가야지...
나야 뭐 내가 꾸민 차박카의 문제점 점검 차 나왔다가 좋은 날씨,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 참~!!
지난 밤 보일러에 삶아 놓은 계란이 있었지...??
"다음엔 홍천강에서 뭉칩시다~"
"전에 말했 듯이 잡고기 어죽 한 번 쑤자구요~~^^"
첫댓글 그래도 꾼들은 뭉칩니다.
그럼요, 그사람들이 어디 보통사람들인가요...??
멋지네여.여유가 넘치십니다.^^
진정한 여유는 아닐거구요,
이제 나이들어 생각이 굼떠서 그렇게 보일수도 있습니다...ㅎ
봄이 왔군요~~~.
예~물가에 버들강아지가 움트는걸 보니 봄을
실감했습니다~
지난 겨울이 너무 혹독해서 봄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군여~~^^
물 비린내와 코끝을 얼얼하게하는 찬바람!
그래도 그 풍경과 함께 담소할수있는 벗이있어,
꽝을 알면서도 모여드는 즐거운 하루,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되시와요~~~
꾼들의 마음은 다 같은가 봅니다.
저도 그틈에 끼어 바람 잘 쏘이고 왔습니다.
속이 너무 개운하더이다...ㅎ
아직은 이르죠~
누치와 함께 물에 담겨있는 견지대가 좋아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작년은 큰추위가 없어 겨울내내 뜨믄뜨믄이나마 입질이 있었는데 올겨울은 녀석들의 입이 꽉 닫혔습니다.
곧 대안을 찾게 되겠지요.
견지를 아시는가 봅니다...??
@낙화유수(주수철) 견지낚시! 잘 알고 말고요 ㅎㅎ~
어려서 학교다니기 전 아버님따라 다니면서 배우기 시작했죠
하물며 군대가서도 하기휴양시설에서 여름내내 하기도했구요
한강에서 학공치,숭어도 잡은걸요~~~
견지낚시가 좋아 한때 강가에 집짓고 원없이 해보기도 했었구요
70년대에는 배견지도 많이했구요
모르긴해도 제가 견지낚시는 선배가 아닐까싶습니다ㅎㅎ~~
견지낚시 온 ,오프라인 에 참가하지않는 외로운 낚시인중 한사람 입니다
감사합니다~~~
1970년초 덕소에서 배견지하던 때 사진입니다
님의 여유로움과 정적인 그 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어쩜 저와 비슷한 연배이시기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존경은요...가당치 않습니다!
마음이야 드넓은 창공을 훨훨 날고싶지만 평생 이뤄논 것도 없고 이젠 나이 먹고 기가 죽어 배운도둑질만 사부작 거리고 있습죠...ㅋ
낚시는 꽝이 정점이쥬~
기대는 하지안고 낚시를 허는것이 고수이쥬~
잡고 못 잡고 그 두가지쥬~^&^
열심히 허시면 대박도 날수있어유~^&^
꽝이나마나 어떨땐 사람 만나 술 먹느라 낚시가방 쟈크도 안 열어보고 돌아올 때도 많습니다.
역마살이 잔뜩 끼어 그저 어디로 폴폴 다니는 것만 좋아합니다.
그래도 여건 맞으면 가끔씩 아다리는 부릅니다...ㅎ
경치좋은곳입니다..고기는 못 잡이도 마음은 풍년같습니다..
건강하세요..
지금은 황량하여 경치랄건 없지만 앞으로 새싹이 나고 초목에 물이 오르면 한가로운 모습이 됩니다.
그때면 물고기도 제법 낚이구여...
고맙습니다~~^^
저는 붕어낚시만 하고 있습니다. 견지낚시는 동적이네요.
참! 가스통을 박스안에 약간 밀폐된 상태에서 사용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요.
붕어하다 견지로 넘어오는 꾼들이 많은데 견지를 알면 다른 낚시는 못 합니다!
구하기 쉬운 박스가 야외에선 바람막이로도 훌륭하고 여러모로 좋은데요,
위가 오픈 되어 있어 절대 안전합니다~^^
너무 멋지게 사시네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멋있는 거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전 부터 하던 대로 또 앞으로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살려하는 거 뿐이죠.
고맙구요, 같이 하는 것도 좋구요~~^^
낚시 하는 모습을 보니
봄은 찾아왔습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그러게요.
오늘도 너무 포근 하네요.
님도 행복한 봄날 맞이하시길요...ㅎ
속세(?)를 벗어나 유유자적 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은 소박한 모습까지도^^
사정이 넉넉지 못하여 소박해 보일수도 있습니다.ㅋ
암튼 잘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편의 단편영화를 본것 같습니다. 어느덧 저도 거기에 ...
나름 여러분들과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 사설이 길었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 좋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