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아름다움을 통해 여성미를 강조하는 디자인의 의상도 중요하지만 그 아름다운 옷을 입은 여성이 편안한 느낌을 받아야만 진정한 아름다움의 창조라고 말하는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이름이지만, 1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로에베의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패션 신동으로 불리며 패션계에 충격을 전하는 디자이너이다.
쿠바계 부모로부터 잠재적인 열정을 물려받은 그는 1961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의 관심은 건축이나 미술에 집중되었고 자연스럽게 패션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뉴욕 파슨스(Parsons)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후 85년에는 앤 클라인(Anne Klein)의 여성복 디자이너로, 이후에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디자이너,
티에스이(TSE)의 디자인 디렉터, 세루티(Cerruti)의 컨설턴트로 재직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패션을 대중이 인식하게 되었던 계기는 1996년 존 에프 케네디 주니어의 결혼식에서 캐롤린 베셋 케네디(Carolyn Bessette-Kennedy)의 매력적인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선보이면서부터이다. 특유의 간결한 라인과 바이어스 커팅으로 디자인된 이 드레스는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힐러리 클린턴에 의해 창안된 워싱턴의 히스패닉 소사이어티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VHI 패션 어워드에서 '최고의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는 1997년 다국적 기업인 LVMH의 자회사이자
스페인 레더 제품 패션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로에베의 프레타 포르테 라인을 맡게 되었다.
로에베는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피혁 브랜드로 독일인인 앙리끄 로에베 로젠베르그(Enrique Loewe Roessberg)에 의해 시작된 이래로 독일의 체계적인 작업과 스페인의 멋이라 할 수 있는 관능미와 즉흥성이 조화를 이루어왔다. 그러면서 로에베는
유행과 정통의 고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인물인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를 영입하여 디자인의 일대 혁신을 일으키며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간결한 라인과 뛰어난 색채 감각이 로에베만의 엄선된 소재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됨으로써 로에베의 여성복 라인을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는
브랜드 대열에 당당히 서게 한 것. 다시 말해 라틴계 태생이라는 배경과 미국에서의
교육과정 그리고 유럽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그의 세계적인 안목이 라틴 문화의 현대적 재해석과 미국적인 상업성을 절묘하게 결합시킴으로써 소비자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한 것이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로에베의 가죽에 스와로브스키의 눈부신 크리스털을 장식해 순수와 관능의 조화라는 극찬을 받았던 지난 2000년S/S 로에베 컬렉션에 이어 이번 2001년 S/S 컬렉션에서는 더욱 대담하고 성숙된 그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라운지 엣지의 재킷, 주름잡힌 로 웨이스트의 스커트, 대담한 여성을 위한 타이트한 팬츠와 여성스러운 뷔스티에 등…. 또한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되는 아이템은 벨트. 버클이 아닌 2개의 단추로 이루어진 형태의 벨트가 주를 이루며 슬림한 것부터 주름진 레더 혹은 스웨이드 소재의 와일드한 벨트까지 다양한 룩의 연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섹시하면서도 깔끔한, 발목을 감싸는 형태의 투톤 스웨이드 하이힐 스트랩 슈즈도 이번 컬렉션에 매력을 더했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디자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는 바로 그의 이름으로 런칭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1998년 브랜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를 내놓으면서 그는 자신의 감각에 충실히 반응하는 영감으로 디자인에 임하고 있으며, 환상적인 요소를 첨가하는 로에베 디자인과
달리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무난하면서도 은은하게 매력을 발산하는, 베이직한
스타일의 세련된 감각이 눈길을 끈다.
로에베 컬렉션이든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컬렉션이든 그의 독창성과 스타일이 녹아들어 나르시소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디자인이 창조된다. 로에베의 디자인을 이끌어가고
있는 동시에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컬렉션을 진행하는 다재다능한 차세대 패션 선두주자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수선화라는 뜻의 그의 이름만큼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우아함이 깃든 디자인.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