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장배 7연승의 주인공 문도원, 위즈잉을 막는데는 실패했다. |
16세의 바둑소녀, 중국의 위즈잉이 5연승의 '문'을 훌쩍 넘었다.
4월 7일 중국 장쑤성 장옌시, 제3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2차전 제9국의 주인공은 위즈잉이었다. 한국은 과거 정관장배 7연승의 주인공이었던 문도원을 투입해 위즈잉의 파상적인 연승행진을 막아보려 했으나 중반 이후 접전에서 실착이 나오면서 위즈잉을 막아내는데 실패했다. 문도원은 한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나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데는 부족했다. 위즈잉은 문도원의 실수를 잘 잡아내며 166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위즈잉의 5연승이다. 위즈잉은 지난 2월 열린 1차전부터 김채영, 오카다, 김혜림, 무카이를 순서대로 이겨왔다.
중국 선수단 단장을 맡고 있는 왕레이는 "포석은 위즈잉 제법 괜찮았다. 좀 위즈잉에게서 이상한 수가 갑자기 튀어나어서 형세는 일순 상당히 위험해 지기도 했지만 문도원도 상황을 오판했다."라고 대국을 총평했다. 왕레이는 "8일 위즈잉이 상대할 일본의 셰이민은 무척 강하다. 어찌됐든 좋다. 위즈잉은 이미 자기 역할을 다했다. 이기든 지든 관계없다"며 위즈잉의 연승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국을 마친 위즈잉은 밝게 웃으며 중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위즈잉은 "대단히 유쾌하고 즐겁다. 대국 전 상대의 기보를 보며 내 바둑을 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누구이든 영향받지 않으려 한다"고 감상을 말했다.
위즈잉은 8일 상대할 일본의 셰이민에 대해 "작년에 둬본 적이 있다(위즈잉이 승리함). 상대가 나보다 실력이 위라고 보는 게 맞다. 한 판 배워보겠다."라고 임전소감을 밝혔다.
위즈잉은 8일 일본의 마지막 선수 셰이민을 상대로 6연승에 도전하게 된다. 셰이민은 일본의 여류기전 타이틀 본인방,명인,기성을 모두 보유중인 일본여자바둑 1인자다. 일본은 현재 단 1승도 거두지 못 한채 패배를 거듭하고 있어 8일 셰이민의 활약에 마지막 자존심을 걸어야 하는 상태다.
한국은 김채영의 초반 4연승으로 아직까진 여유가 있긴 하다. 한국의 남은 선수는 최정과 박지은이며 9일 대국에 이중 한 명이 출전한다.
황룡사쌍등배는 농심신라면배처럼 출전자가 질 때까지 계속해서 출전하는 연승전으로 대회를 치른다. 한,중,일 바둑삼국의 정예기사 5명이 팀을 이뤄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도 동일하다. 제한시간은 1시간. 다른 점은 '연승상금'이 없다는 점이다.
[사진출처 | 시나바둑]
▲ 위즈잉이 대국실에 입장하고 있다. 한국선수들은 입구에서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문도원이 착수 전 자세를 바로잡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 문도원의 착수
▲ 침착, 침착! 이것이 16세 소녀의 모습이란 말인가.
▲ 두 여성기사의 손!
○●... 제3회 황룡사 쌍등배 한중일 대표 선수
한국 : 박지은 9단(30) 최정 3단(17) 문도원 3단(22), 김혜림 2단(21) 김채영 초단(17)
중국 : 왕천싱 5단(22) 리허 5단(21) 위즈잉 2단(16) 쑹룽후이 5단(21) 천이밍 2단(21)
일본 : 씨에이민 6단(24) 무카이 치아키 5단(26) , 오사와 나루미 4단(37) 오쿠다 아야 3단(25) 이시이 아카네 2단(31)
제3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대항전은 중국기원과 장옌시 인민정부가 공동주최하며, 장옌시 체육국과 황룡사연구회가 주관, 쌍등그룹, 태평양정밀단조가 후원했다. 대회는 농심신라면배와 같은 연승전방식으로 한중일 삼국의 여자대표기사가 5명씩 팀을 이뤄 출전한 선수가 질 때까지 계속 둔다. 우승상금은 45만 위안(한화 약 8000만원).
특히 중국은 지난 대회에서 왕천싱이 파죽의 8연승을 거둬 중국 우승을 견인했으며, 한국은 그 와중에서 1승도 건지지 못하고 탈락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중국은 1,2회 모두 이 대회를 우승했다. 중국은 한국의 여자바둑 세계대회였던 정관장배가 운영을 멈추자 황룡사 쌍등배를 통해 그 방식을 그대로 본받아 대회를 치르고 있다.
장쑤성 정옌시는 청대(淸代)의 국수(國手) '황룡사(黃龍士)'의 고향으로 강북바둑의 중심지였다. 2009년 황룡사 연구회 만들고 2011년에는 황룡사 기념관을 건립한 장옌시는 중국갑조리그, 전국여자명인전, 황룡사가원배등 바둑대회를 활발히 개최했고 '황룡사'를 테마로 '흑백도(黑白道)'라는 바둑영화를 제작중이고 '바둑고향'이라는 신문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