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김 라일락
최 병 창
라일락꽃들이 하늘을 받들어
옹기종기 꽃들을 밀어 올리네
시력을 밝힌 눈망울들이 나뭇가지를 비집고
마당 끝을 깨워내면
네가 언제 꽃인가 싶었던 시절이
봄소식에 갈라 터진 입술로 향기를 앞세우네
이맘때면 이상하게 어깨가 결려오고
몸속에선 또 다른 몸이 신음을 쏟아내는데
미스 김은
미스 김은 자꾸만 불거지는 수줍음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지만
마음 한끝은 꽃잎에 매달려 있네
언제부터 미스 김은 라일락이었고
라일락은 언제까지 미스 김인가
밤새워 울렁거린 이전부터
말을 참아온 꽃들은 살짝 입을 열었지만
눈길 한번 맞추는 순간마다
터울 같은 꽃망울로 바싹바싹 입술을 태워가며
눈치를 살핀다고 잠이 들 수는 없었다네
불면이 저울질하듯 수평을 기웃거리면
피는 듯 말 듯 화색이 돌아온다 하여도
누구라도 봄이면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 수는 없는데
뭉클한 안부만이 저릿한 꽃으로 올라온다네
심지를 달궈내던
그 미스 김 같은 라일락 꽃 향기로.
<2014.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