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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여경사미스리
감상밥 : -rose1004@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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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곧 나오고 쌀쌀함을 느꼈는 지
어깨를 살짝 올렸다가 멋쩍은 듯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샤프해. 핸섬해. 근사해.
당신이 내가 봐온 남자들 중에 최고야! -0-
[꽤 쌀쌀한 날씨네요. 타세요.]
어느새 나에 대한 말투가 바뀌었다.
아까는 반말이였는 데 이제는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남자 한눈에 딱 보기에도 귀티가 줄줄 나는 데
차를 보니 꽤나 돈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차는... 에쿠스리무진이 아닌가? +_+
이 남자 도대체 빠지는 게 뭐 있을까.
[뭐하세요. 안 타시구.]
[아. 죄송해요.]
바보같이 입을 헤 벌리며 차 구경만 했다.
어떡해! ㅠ_ㅠ 잘 보여야 할텐데.
이래가지고는 돈벌레로 밖에 안 보이잖아!
그러고 보니.. =_=
짱나게 시리...
옷차림도 신경썼어야 하는 데
트레이닝복에 머리도 귀신산발이다.
신발은 어떻구!
여름슬리퍼다.
며칠간 안 감은 머리에 비듬냄새도 날텐데 머리도 감을 걸.
개기름이 졌다. =_=
그래도 내 생애 처음 데이트 아닌 데이트인데
잘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내꼴이 얼마나 우습겠어. ㅠ_ㅠ
그렇게 나 스스로를 원망하며 어기적어기적 차를 탔고
새 차 한 듯한 이 차에 혹여나 내 슬리퍼에 묻은
개똥이 묻을까봐 사부작사부작 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에 길가에서 재수없게 밟은 개똥이 묻음.
귀찮아서 신발을 빨지도 않은 채 신발장에 쳐 받아둠.)
요조숙녀가 된 듯 조심스레 안전띠도 매었고
내 옆에 이 남자는 능숙하게 운전하기 시작한다.
트레이닝 복에 선명히 보이는
김칫국 묻은 자국을 숨기려고 손으로 벅벅 문지르고 있는 데
이 남자의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귀에 박혔다.
[날 10만원에 샀으니까 데이트 비용은 내가 낼게요. 어디로 갈래요?]
이 싸람아! ㅠ_ㅠ
난 남자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해본적이 없다고.
그런 걸 드라마에서만 봤지, 실전에서는 써먹은 적도 없어.
그렇게 울상을 짓고는 멀뚱히 앞만 쳐다보고 있는 데
이 남자는 뭐가 그리 좋은 지 크큭 웃기 시작한다.
[정말 재밌네요.]
[뭐가요?]
[하나하나 표정들도 재밌고 유머러스 한 듯 해서요.]
욕인가, 칭찬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
머리를 갸우뚱 하고 있는 데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저기... 무슨 향수 쓰세요?]
[향수요?]
[네. 향이 좋아서...]
[저 향수 안써요.]
[...-0-...]
이게 내 몸에서 나는 향일리는 없겠고...
내 몸에서는 똥내가 나는 데 뭐. ㅡ.,ㅡ
나도 인정한다, 그래!
그때 어떤 드라마에서 들은 대사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건 왜였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선 향이 느껴진다.
라는...
이럴리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는 데.
[30분으로는 영화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어떡하실래요?]
[바... 밥 먹어요!]
흐억! -0-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이 밥순이 같은 년! ㅠ0ㅠ
이 진지한 상황에 또라이 같이 왜 밥먹자는 말이 튀어나와!
비디오방에 가자느니 공원에 가자느니
이런 정상적인 데이트 방법들도 많은 데.
그런 환상적인 데이트를 꿈꾸고 있던 니가 생애 처음으로
남자랑 하는 데이트인데 밥이 왜 튀어나와!
밥 먹다보면 추한 모습도 보이게 될텐데! ㅠ0ㅠ
[그럼 밥 먹으러 갑시다. 주위에 맛집이 있어요.]
[그렇군요...ㅠ_ㅠ]
그렇게 말이 한동안 없었던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서는 휴대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잠시 후
이 남자의 맛집이라는 곳에 찾아오게 되었고
맛집의 정체는 돈까스집이였다.
의외로 소박한 면이 있네.
과연 맛집이라는 평판이 나 있듯이 사람들도 매우 북적북적 거렸다.
발 디딜 틈도 없네.
겨우 자리를 잡고서는 메뉴판을 뒤적거렸다.
[여기가 맛집이에요. 이집 돈가스는 입에서 살살녹는 맛이 있어요.]
[아, 예.]
캬아.
메뉴판만 봐도 침이 꿀떡꿀떡 넘어가네.
[뭐 드실래요?]
[글쎄요. 다 맛있어 보이네요. ㅇ_ㅇ]
[치즈돈까스 시키실래요?]
[맛있으면 만사 오케이죠. ㅇ_ㅇ]
헛. -_-
요놈의 주둥이가 또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싱긋 나에게 웃어주고는
이름 모를 이 남자는 빨간색 벨을 눌리고서는
웨이터가 오자 주문을 하였고
돈까스 먹기 전에 입가심을 하라고 아주 적은 양의 스프를
웨이터가 가져오자 배가 고팠던 나는
숟가락으로 접시를 긁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10초만에 다 해치웠다.
-_-... 나와는 다르게 스프가 반 정도 남은 남자.
[어? 다 드셨어요? 배가 많이 고프셨나 봐요. 제 스프 좀 드실래요?]
[아...아니요. 괜찮아요.]
말과는 다르게 남자의 스프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쳐다보았고
내 시선을 느낀 남자는 웃으면서 내게 스프를 건넨다. ㅠ_ㅠ
[드세요. 전 스프를 싫어해서요.]
[정 그렇다면... 감사히 먹을게요. ㅠ_ㅠ]
저 남자의 말이 뻥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양해봤자 또다시 건넬 것 같아서 그냥 받아 먹었다.
이런 추접한 모습을 보이다니...
1분 후 먹음직스러운 돈가스가 나오고 나이프를 이용하여
자르려 하는데 윽! 왜 이렇게 질긴거야!
요상한 모양으로 되는 대로 막 자르고 있는 데
남자는 훌륭하게 나이프질을 하고 있었다.
내 서툰 솜씨를 보았는 지 픽 웃으며 내 돈까스접시를
가져갔고 눈이 동그래져서 남자를 바라보니
[이건 이렇게 썰어야 돼요.]
라며 내것까지 자상하게 나이프 질을 해주신다.
더 감동한 건...
내가 반 정도 요상하게 자른 돈까스는 자기 자리에 그대로 두고
자신이 한결같은 모양으로 자른 돈까스는 내게 건넸다는 것이다.
[고...고마워요.]
[내 시간을 당신이 샀으니까 당신을 위해 활용해야죠.]
이 남자의 말에
조금 씁쓸한 마음을 달래려 돈까스를 입에 집어 넣었고
느끼하지도 않고 역시 맛있었다. ㅠ_ㅠ
먹다가 놀래서 똥구녕이 튀어나올 것 같아! -0-!
[와. 맛있어요!!]
[그쵸? 근데 댁 이름이 뭐에요?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수다 떠는 건 억울하잖아요. ^^ ]
내... 내이름을 왜?
아니 것보다도... 내 이름이 이쁘면 몰라!
촌스럽기만 하고 아주 가관이겠지.
봉언진 이라고 하면...
내게 가진 아주 약간의 관심마저도 떨어져 버릴지도 몰라! ㅜ^ㅜ
거기까지 생각을 한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내가 그에게 내뱉은 말은
[이... 이름요? 소...송보련이요!]
라는 기가 찬 말이였다.
나도 모르겠다.
왜 많고 많은 이름 중에 송보련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택하게 되었는 지.
근데 이름 하나는 끝내주게 예쁘지 않은가?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치챌까봐 그의 눈치를 살폈고
이 남자는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왔다.
[이름이 아름답네요. 많은 뜻이 담긴 이름같다고 해야하나?]
[하하;]
이름을 속인 것이 찔리기는 했지만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나도 올망졸망한 눈으로 (-_-)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쪽이름은요?]
[전 조지훈이에요. 나이는 31살이구요.]
엥? 31살?
뭐야? 노총각인가? 아니면 결혼한 유부남인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그는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장가 못간 노총각이죠.]
[왜요? 그쪽정도라면...]
이 남자 정도면 좋다고 줄을 설 여자가 많을 텐데.
물론 나도 포함이고.
누구는 못가서 안 간다 치지만 저 남자는 왜 장가를 안가는겨?
[아직은 일이 더 좋아서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모델들을 키우고 있어요. 전문모델들요.
아, 그쪽은 나이가...? 나이 묻는 건 실례인가요?]
나이도 속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또 한번 빠졌는 데
두 개나 속이면은 벌 받을 것 같아서 나이만은
욕을 먹더라도 진실하게 대답해주기로 했다.
[괜찮아요.
부끄럽지만... 스물아홉이랍니다...]
[그러는 그쪽은 왜 결혼을 안하셨어요?]
[저는... 그러니까 저는...]
뭐라고 해야하나?
그래. 한번만 더 뻥치자. -_-
뻥 좀 친다고 해서 다시는 저 남자랑 만날일도 없을 테고...
[그쪽과 같은 이유로요. 오호호호.]
[그래요?]
제 말을 믿어주셔서 고마워요.
사실은 따르는 남자가 없어서 그렇답니다. =_=
그렇게 사소한 얘기들을 하고 먹고 웃고 떠들고 하니
돈까스는 거덜이 나고 이제는 찢어지기 위해 그의 차에 탔다.
이젠 각각 찢어지는 구나.
연락처도 물어보고 싶고 부인은 없다는 건 알지만
애인은 있냐고 물어보고도 싶고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 지 물어보고도 싶고...
에이!
잡생각들은 쓸어버리자.
저 남자는 나와는 다른수준을 가진 남자라고.
[오늘 돈까스 되게 맛있었어요.]
[친구분들이나 애인이랑 자주 들리세요. ^-^]
나 애인 없어요...
이제 만나지도 못하겠죠?
하지만 마지막이라며 헤어지는 것보다는
나 용기있게 물어볼래요.
[저기요. 다음에 저랑 같이 돈까스 먹으러 또 같이 갈 수... 있어요?]
[예?]
[같이 또 오자구요.]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그를 보았고 (느끼 버전은 오노우~)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
[그러죠, 뭐.]
[정말요? 빈말아니죠? 그럼 연락처 대보세요.]
[하하. 나 빈말 하는 사람 아닙니다.
010-xxx-xxxx 니까 연락하세요.]
예스! >_<
역시 사람은 용기가 있고 봐야돼.
그렇게 입을 헤 벌리고서는 반쯤 풀린 눈으로 그의 연락처를
휴대폰에 저장시켰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구... 한가지 부탁이 더... 있는 데요...]
[말씀하세요.]
[이틀 뒤에 친구들끼리 부부동반회 모임을 하거든요...?
2박3일인데... 같이 가주실 수 있겠어요?]
아까와는 달리 망설이는 듯한 이 남자.
저 남자의 이름이 ‘조지훈‘ 이라는 것도 아는 데
나보다 나이가 2살 더 많고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저 남자, 이 남자 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빠라고 할 수도 없고...>_<;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고 1분간의 시간이 지난 뒤 대답을 하는
조지훈씨.
[될 수 있으면 가보도록 할게요...^^
못 가면 연락 해드릴게요.
하지만 무책임하게 빼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직장일은 어떡할건가요...?
저 때문에 괜히...]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그 직장의 대표거든요.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일이에요.
직원들도 이해해줄거에요.
그리고 요즘은 제가 하는 일도 별로 없거든요. ^-^
그러니 부담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마음이 한결 놓인다.
그리고 곧 집 앞에 도착했고
아파트 위를 올려다보니 8층 우리집 불이 환하다.
두산이 새끼 아직도 쿵짝쿵짝 하며 놀고 있는 겐가?
내가 내리자 날 따라 내리는 남자.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잘가요. 참...]
이 남자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고
뭔가 싶어 남자의 손이 가는대로 시선을 따라가는 데
이 남자가 내 팔을 잡더니
내 손 위에 10만원짜리 수표를 올려준다.
[이건... 제가 당신한테 준 거 잖아요.
안 받을게요. 죄송해서 그래요.
아니... 사실은요.
제 친구랑 먼저 당신을 대시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기로 했거든요...
기분 상하시지는 않으셨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이 상황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데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나보다 25cm는 커보이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덕분에 오늘 몇 번씩이나 웃어보네요.
내기에서 이기셨다니 축하해요.
그리고 전 그 시간을 즐겁게 때웠으니까 된거에요.]
돈 좋아하는 나인데
돈이 싫다고 거부를 하는 봉언진은 처음이다. =_=
억지로 그 돈을 나에게 다시 쥐어주고는 리무진에 멋지게 올라타는 남자.
멀어져 가는 리무진을 보았고
리무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미친 여자처럼...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두산이는 거실에서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죽어라 웃어대며
바닥을 탕탕 치고 있었다.
[아하하하하. ㅠ0ㅠ 진짜 웃겨.
어? 누나 왔네?]
두산이 녀석에게 날 이런차림으로 내쫓아서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 주려다가 순간 영희년의 당부가 떠올라서...=_=
두산녀석에게 사근사근 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응. ^-^;;; 그래. 잘 있었니?]
봉언진.
최악이다 정말.
니가 제대로 된 가식적인 인물이야.
돈에 울고 돈에 웃는. =_=
두산이 녀석은 잠시간 공포에 질린 얼굴을 했고
다시 얼굴의 근육을 풀며 나에게 말한다.
[누나... 때릴 거 있으면 지금 때려... 그러지 말구...]
[아니야... ^-^; 두산아... 저기... 누나가 너한테 부탁이 있는 데...]
부탁이라는 말에 얼굴이 굳는 두산이.
그래...-_-
무슨 부탁을 할지 모르는 내가 두렵겠지.
영희년한테 다시 4만원 반납할까?
아니지.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어. =_=
마음을 고쳐먹고
돈 4만원에 구차하게 나는 두산이 녀석에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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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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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ㅇ,ㅇ 재밌는거 같아요 . 처음부터 봐야지 룰루
감사합니다. ^^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