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의 선택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나온 '짜짬면'은 그릇의 가운데를 막아 짜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하지만 짜짬면은 대중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두 가지 맛을 함께 맛볼 수 있긴 했지만 마지막에 짜장의 간이 배어 있는 감자 하나를 먹는 푸짐한 느낌, 그릇째 들이 마시는 짬뽕 국물의 얼큰한 느낌을 동시에 재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이라는 강금실은 특이하다.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지 않는 서로 다른 개성의 최대치가 한 사람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중에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이 마치 연예인의 그것처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의 핵심이 거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치 연인의 모습처럼 느닷없이 검찰 총수의 팔짱을 끼는 방식으로 단합을 과시하기도 하고, 법무부 간부들에게 ".....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하는 부드러운 어법을 구사하고 한 대학의 강연에서 초청자가 "장관직을 그만두면 강장관같은 분을 학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덕담을 하자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면서 "난 또 장관직 그만두면 데이트 한번 하자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등 공식석상에서도 유혹적 태도의 최대치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막강하다는 검찰조직을 상대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소신을 밀어 붙이고 '고문 등 반인륜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특별법'을 추진하는 등 개혁의 칼날을 휘두른다.
사람들은 예전에는 전혀 본 적이 없었던 강금실 특유의 '감미롭고 거침없는 리더십'이 더없이 신기하고 믿음이 가는 모양이다.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치 분야 차세대 리더' 5위로 꼽혔고, 최근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실시한 '우리 시대의 가장 신뢰받는 리더'라는 조사에서는 정부 관료 및 정치인 부문 1위에 선정되었다.
야당 대표까지 공식석상에서 그녀에 대해 남자 장관 다 합쳐 놓은 것보다 낫다며 '모처럼 장관다운 장관의 면모를 본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한 심리학자가 분석한 가수 마돈나의 특별한 성취
를 떠올린다.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마돈나는 근육질의 남성에게 복종하는 노예를 연출하기도 하고 번쩍이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미남들을 차례차례 굴복시키는 창녀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한 여성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마돈나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히 그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세계를 정복한 그녀의 성공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약간의 비약이 허락되고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다면, 강금실의 리더십은 폭군과 노예를 한 인격 안에 배태한 마돈나의 리더십과 닮음꼴이다. 양극의 최대치를 독립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강장관의 거침없음은 전성기 때의 마라도나나 호나우두의 문전돌파를 연상케 한다. 상대 수비수들이 그들을 막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진행방향이나 최종목표를 몰라서가 아니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힘이 있는 동시에 놀랄만큼 탄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강금실의 리더십은 외유내강형 혹은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류와는 전혀 다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유지태의 부드럽고 섬세한 이미지와 허재같은 야생마 기질이 뒤섞여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각각 튀어 나오는 식이다.
하급자들이 '저 강금실인데요'로 시작되는 그녀의 전화를 받으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경외심마저 생긴다고 말하는 것은 그 상냥함 뒤의 '거침없는 파워'를 감지하기 동시에 감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녀는 검사들의 권력을 칼의 순결성에 비유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여러분의 순결성을 지켜주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모래시계>의 최민수식으로 '너는 내가 지켜준다'는 따위의 대사를 날리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지금 우리는 강금실을 통해 그런 '새로운 유형의 영화'같은 리더십을 보고 있는 중이다.
강장관은 자신은 안 솔직하면 불편해서 별로 안가리고 다 드러내고 지내는 성격인데 장관이 돼서는 드러내고 사는 게 상당히 위험부담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느 자리에 있든지 자기 그대로이면 된다"며 "자기가 살고자 하는 삶을 직업에 따라 바꿀 필요는 없다"는 소신을 밝힌다.
바로 그것이 사람들이 '강금실 리더십'에 열광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강금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