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생이 요리하기
서 정 랑
하늘 가둔 물살에 그물망 치던 매생이, 겨울 굴 국밥집에 들어서니 바다 냄새 물씬, 입안으로 빨려든다 헐거운 호주머니 속으로 불쑥 밀고 들어오던 남자의 손, 떠올릴 때 한 숟갈 매생이 머릿속에서 실장어처럼 흔들렸다
매생이, 어느새 내 집에서 함께 사는 그 남자, 옷을 빨 때 잡히지 않는 빨랫비누처럼 물컹거리는 매생이, 문지르고 싶던 바다는 미끄덩거리며 내 가슴골로 떨어져 내리고 온몸에 녹아든 잿물 냄새와 피부발진 돋은 작은 손, 끓인 매생이국 겁 없이 삼켰다가 입속은 다 헐어버리고
네가 거둔 매생이잖아, 흐르는 물에 잘 빨아 얼룩 하나 없이 하얗게 표백해 봐! 뜨거워도 김이 오르지 않는 나야! 태양은 실실 웃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 매생이 속에 숨어서 또 하루해가 저문다 실눈을 뜨고 함께 맥없이 풀려진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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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랑 시인〉
△ 경북 안동, 계간 문장등단, 구미문학 예술공모전 대상, 문장인문학회, 시공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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