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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은행 여수신금리 산정체계
대출금리는 통화정책 피벗 기대를 선반영하여 기준금리 인하폭 이상 하락
최근 대출금리 상승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초 이후의 금리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년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7월까지 76bp 하락하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당시 기준금리 수준인 3.50%까지 낮아졌는데 일부에서는 은행들의 조달금리를 고려할 때 역마진 수준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이는 대출 지표금리인 시장금리가 국내외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미리 반영하여 빠르게 하락했기 때문인데, 당시 시중금리에는 3차례(0.25%p 기준)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반영되어 있었다<그림 3>.
이와 같이 통화정책 기대를 선반영하여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움직이는 것은 정책기조 전환기에 관찰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2]. 통화정책 운용 관점에서 보면 이는 중앙은행이 시장과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앙은행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명시적인 포워드가이던스[3](FG) 뿐 아니라 금융‧경제상황 평가 및 경제전망 제시 등 다양한 형태로 신호를 주게 된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러한 정책 신호를 토대로 향후 금리경로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 결과 시장금리가 실제 정책결정에 앞서, 때로는 상당 기간 먼저 움직이면서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기준금리 인하 시에는 과거 통화정책 기조 전환기에 비해 선반영 시기가 상당히 빨랐고 그 폭도 매우 큰 편이었다.<그림 4> 이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번 통화정책 사이클에서 기준금리 인상폭(3.00%p)이 컸고 고점(3.50%)에서의 지속 기간(20개월)도 길었던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서 통화정책 피벗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리가 하락한 영향도 더해졌다.
그림 3. 주담대금리 변동요인 분해1)
그림 4. 통화정책 전환기 가계대출금리 추이1)
그런데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에는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 향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에 대한 기대가 다소 과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폭이 제한되거나 일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대출 지표금리에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상당 부분 미리 나타나고 있었던 데다 실제 인하 이후에는 향후 추가 인하 속도 등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일부 되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 특히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 완화기대를 선반영하고 되돌리는 정도가 우리보다 매우 큰 상황이다[4].
8월 이후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가산금리 정상화를 통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하여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지난 8월 이후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를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큰 폭 축소하였던 대출 가산금리를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환대출 플랫폼[5] 도입 등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상반기 중 제로(0) 수준에 가깝게 낮아졌는데<그림 5>, 8월 이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과도하게 축소되었던 가산금리를 통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이 기업대출[6]보다는 가계대출, 그것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에는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그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취급실적은 7월중 이미 연간 경영목표치를 초과하였다. 특히,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로 집중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포트폴리오가 특정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concentration risk)되는 것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7] 이는 가계대출 증가폭이 컸던 은행일수록 대출금리 인상폭이 컸던 데서도 잘 드러난다<그림 6>.
그림5. 5대 은행 대출 가산금리1) 추이
그림 6. 주요 은행 가계대출 증감 및 대출금리1) 변동폭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도 점차 완화될 전망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중장기 시장금리와 이에 연동된 대출금리에 선반영되었으나 기준금리와 보다 밀접한 단기 시장금리의 경우 그 성격상 선반영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에 연동된 대출금리는 향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장기시장금리는 소폭 등락에 그치고 있으나 CD, 은행채 등 주요 단기시장금리는 10bp 가까이 추가 하락하였다<그림 7>. 따라서 향후 이를 지표금리로 하는 변동금리 대출[8], 주체별로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주체들의 이자상환 부담 완화 효과도 대출금리의 기준금리 선반영 효과에 추가 하락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금년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금년 8월까지 가계대출은 -0.30%p, 기업대출은 -0.37%p 하락하였다<그림 8>. 이자부담 경감액으로 보면 각각 연간 2.7조원, 4.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향후 신규 대출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기존 대출이 차환되거나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갱신주기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이자부담 경감효과는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7.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장금리 변화1)
그림 8. 잔액기준 은행 대출금리 추이
좀 더 큰 틀과 긴 시계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파급과정을 이해할 필요
정리하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여 상당폭 하락하였고 앞으로도 단기지표금리에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금리로 원활히 파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준금리 조정의 영향이 결정 직후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충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효과가 정책 결정을 전후하여 점진적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것은 통화정책 운용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다양한 파급경로를 통해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화정책의 효과는 특정 기간이나 일부 부문에 국한된 지표의 움직임만을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좀 더 큰 틀과 긴 시계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통화정책 결정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원활히 파급되는지를 보다 면밀히 점검해 나가면서 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1] 은행 대출금리는 통상 장·단기 시장금리나 은행들의 자금조달 금리인 대출 지표(준거)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더하여 산정된다. 이중 가산금리는 대출 관리비용과 적정 마진 등을 반영하여 결정되는데 은행들의 영업전략이나 대출태도 등에 크게 영향받는다<그림 2>.
[2] Roley and Shellon(1995) 등 선행연구에서도 정책 결정 이전 시장금리의 선반영 정도가 정책 결정 이후 반응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하였다.
[3]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일종으로 중앙은행이 장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명시적으로 예고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미래 단기금리 기대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4] 미국의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월 이후 100bp 이상 하락하였으나, 9월 17일 연준이 정책금리를 50bp 인하한 이후 상승세로 전환되어 최근에는 금리인하 이전에 비해 60bp 이상 높아진 상황이다.
[5] 스마트폰 앱 등에서 여러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기존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로, 2023년 5월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로 이용대상이 확대되었다.
[6] 9월에 신규취급 기준 기업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하였는데, 이는 기업대출 목표치를 달성한 일부 은행들이 영업 강도를 조정하면서 금리 감면 폭을 축소한 데 기인하였다.
[7]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글로벌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은 포트폴리오상 집중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가격(금리), 익스포저 조정,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 2024년 8월말 현재 잔액기준으로 국내은행 원화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대출 63.4%, 가계대출 55.2%(주택담보대출 34.8%)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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