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저가 소비 열풍을 주도하던 100엔(1000원)숍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300엔(3000원)숍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2년 약 5000여 곳이던 일본의 100엔숍 네 브랜드(다이소·세리야·캔두·와츠)의 전체 매장은 2018년 6944곳에 달했다. 300엔숍은 이처럼 포화 상태에 다다른 100엔숍의 틈새를 공략하며 성장하고 있다.
일본 최대 300엔숍 브랜드인 '스리코인스(3Coins)'는 100엔숍이 한창 성장하던 1994년 문을 열었다. 스리코인스는 300엔이 충동 구매가 가능한 한계 가격대라고 판단했다. 이 판단이 적중, 2000년 12억엔에 불과하던 매출은 8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에 253억엔(약 2750억원)을 기록하며 약진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눈여겨본 100엔숍 업계 1위 다이소도 지난해 3월 300엔 브랜드인 '스리피(Threeppy)'를 새롭게 내세웠다.
그동안 다이소 매장에서 일부 판매하던 200~500엔대 제품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이 구매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따로 출시한 것이다. 현재 일본 내 점포가 23곳에 이르고, 지난 6월에는 싱가포르에도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스리피는 주방용품과 소형 선풍기 등 2000여 고부가가치 상품을 중심으로 매달 신제품 300여 품목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300엔숍은 초저가 소비 시장에서 가성비(價性比)보다 가심비(價心比)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싸게 사서 득을 보는 가성비만큼이나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파고들었다. 마쓰자키 노리코 소비 경제 전문가는 지난 10월 경영 전문지 '프레지던트' 기고문에서 "100엔숍이 편리함을 판다면 300엔숍은 가치를 팔며 소비를 유도한다"고 썼다. 300엔숍은 값싼 생활 필수품보다 생활에 멋과 여유를 곁들이고 싶은 소비자의 상승 심리를 자극했다. 가령 100엔숍은 플라스틱 재질 수납 케이스가 많은 반면, 300엔숍은 천으로 둘러싸거나 나무 같은 자연 소재를 사용했다. 이처럼 300엔숍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상, 재질 등 부가가치를 얹어 100엔숍에 싫증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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