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에게 밥은 하늘, 연탄은 땅이지요.” 최근 전국을 강타한 최강 한파가 물러간 27일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67)는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허 목사는 “올해 목표가 300만 장인데 현재 약 250만 장을 후원받은 상태”라며 “작년에 비해 기업 후원이 꽤 줄었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약 400만 장을 후원받았는데, 올해는 전기료도 많이 오르고 경기도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있어서 목표를 적게 잡았다. 그런데 기업 후원이 많이 줄어서 50만 장 정도가 부족한 상태다. 연탄사용 가구는 현재 전국적으로는 7만4000가구 정도인데, 2년 전(8만1000여 가구)보다 7000가구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2400가구 정도가 늘었다. 기름보일러를 쓰다가 다시 연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개선 차원으로 기름보일러로 바꿔줬는데 기름 값은 지원해 주지 않는다. 기름보일러를 쓰면 한 달에 5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연탄은 15만 원(150∼200장·장당 850원)이면 된다. 기름 값이 없으니 연탄으로 다시 돌아간 거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강원 원주에서 무료 급식소를 시작했는데, 어떤 분이 연탄을 후원하겠다고 하셨다. 연탄 나누기 운동을 하자는 거였다. 그때 하루에 3시간 잠잘 정도로 너무 바빠서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후원하겠다는데 안 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수요 조사를 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일주일째 한겨울 냉방에서 이불만 뒤집어쓰고 떨고 있는 걸 봤다. 충격이었다. ‘내가 목사라면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계기가 돼 2002년 원주에 연탄은행 1호점을 세웠고, 현재 전국에 31곳의 연탄은행이 있다.
도시가스가 훨씬 싼데 왜 연탄을 때나고 묻는 사람이 있다. 도시가스관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동네라 연탄을 때는 건데…. 또 대부분 산동네다 보니 일일이 지게로 져 날라야 하는데 조심해도 연탄 가루가 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동네 지저분하게 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해에는 조금은 더 남을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