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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3자 뇌물 또는 뇌물 염두
'부정한 청탁' '대가성' 증거 수집
李측 "대북송금과 아무 관련 없어"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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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의 교감하에 북한에 800만 달러(약 98억 원) 이상을 전달했다고 보고, 이 대표에게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김 전 회장 공소장에 그가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명목으로 200만 달러(2019년 1월)와 300만 달러(2019년 4월)를,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비용 명목으로 300만 달러(2019년 11~12월)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쌍방울 측 인사들에게서 대북송금 경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북한의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 이름이 적힌 800만 달러 관련 영수증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800만 달러 이외에 추가로 북한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50만~100만 달러 부분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공소장에 담지 않았다.
검찰은 800만 달러 대북송금 과정에 이 대표가 연루돼 있다고 보고, 제3자 뇌물 또는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경제협력사업 비용과 이 대표 방북비용을 쌍방울을 통해 대납시켰다면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에 대한 대북경협 협약 종용 △이 전 부지사를 통한 김성태·이재명 통화 △경기도의 쌍방울에 대한 독점적 대북사업 지위 부여와 관련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대표에게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도가 내야 할 경협비용을 쌍방울이 직접 냈다면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입장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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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대표와 김 전 회장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이화영 전 부지사를 조사할 계획이지만,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날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이화영과 이재명 대표님, 경기도는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송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서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대북송금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성태 전 회장과 통화했다는 것과 관련해) 검찰이 흘린 취재자료에 의하면 그날 저녁 만찬 자리에서 이화영 부지사가 전화를 바꿔줘서 (내가 김 전 회장과) 통화를 했다는 것 아니냐”며 “만찬 시간이 오후 6시부터 8시까지였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가능한 얘기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 부지사가 그날 제가 재판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전화를 해서 바꿔주고 그러겠느냐”며 “소설이 너무 말이 안 되니까 재미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