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육성회장 / 泰陵(태릉)교지 축사 『내일을 꿈꾸는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서울 태릉고등학교 제5호..1933.2.10발행
■ 안재식 『 泰陵(태릉)교지 축사 』
- 내일을 꿈꾸는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 서울 중랑구 묵동 태릉고등학교 제5호
。 1933년 2월 10일 발행
泰陵(태릉)교지
축사 『내일을 꿈꾸는 얼굴은 아름답습니다』.. 서울 태릉고등학교 제5호..1933.2.10발행
육성회장 安在植(안재식)
우선 태릉 교지 제5호 발간을 축하합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열정을 쏟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교지편집부장인 박주혁 군이 나에게 이 원고를 부탁할 때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겨울날이었습니다.
마침 대학입시로 나라안이 온통 들떠 있을 때였지요. 고3병의 후유증은 열병처럼 번져갔습니다.
합격의 영예를 안은 측에서는 인생의 승리자인양 도도했고, 사돈의 팔촌까지도 이를 자랑삼았습니다.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까지 합격선물로 주는 가정까지 생겨났습니다.
한편, 낙방의 고배를 마신 더 많은 사람들은 시름에 잠겼습니다. 평소 기골찼던 그 아버지마저 인생의 패배자인양 고개숙인 남자의 모습으로 풀죽어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교육제도를 탓하고, 시험의 난이도가 어쩌고, 변별력이 어떻다는 둥 이유도 많았습니다.
한번 이겼다 해서 잘난체말고, 졌다해서 원망말고, 진 자와 이긴 자가 서로 축하해 주고, 위로와 격려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합격파와 낙방파로 편을 가르듯 하고 만 세태가 안타까웠습니다.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서 볼때, 한두 번의 실패와 좌절은 마음먹기에 따라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임에도 모두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함박눈이 탐스럽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목화송이같은 하얀 눈이 희뿌연 하늘문을 열고 너풀너풀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커먼 아스팔트는 금세 하얗게 변했습니다. 곧이어 수많은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NEWS에서는 한강다리 건너는데에도 2시간 넘게 걸렸다고 아우성이었습니 다. 교통지옥, 입시지옥........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런 것일까?
함박눈이 내리면 환호성을 질러대던 그 옛날 낭만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태릉인 여러분!
이 기회를 통해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 건강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고 맙니다. 아무리 육체가 튼튼하더라도 마음이 병들면 위험천만입니다. 흔히들 인간미가 없다거나. 인간성이 나쁘다고 하는데, 이건 영혼이 메마른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나의 꽃잎, 한 마리의 벌레가 도서관의 모든 책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던 헤르만 헤세의 깨달음을 생각해 봅시다. 자연을 보고 이해하는 철학적 기쁨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네 영혼을 살찌우는 밑거름은 이렇듯 여기저기 깔려 있습니다.
둘째, 이상을 갖는 일입니다.
이상이란 자기의 생각과 소망을 말합니다. 이상은 진선미를 모두 합한 것이기에 높을수록 좋습니다. 이상은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렇기에 일시적인 아닌 전생애를 좌우하게 됩니다. 이상이 없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인격이 있고 동물에게는 인격이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을 너무 좁게만 보지 말고, 미래에 대한 이상과 포부를 실행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고지를 점령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학진학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닐진대 학창시절을 여유있 게 보내는 것 또한 참된 이상을 갖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셋째, 행동하는 지성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바람이 안 일어나고, 흐르지 않으면 강물이 없듯이 숨 쉬지 않으면 피는 꽃들이 없습니다. 곧 살아 있다는 표식이 움직임이요. 움직이는 것들이 생명인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축적했다 하더라도, 아무리 고매한 이상을 가졌다고 해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릉인의 이상은 무엇일까요?
세상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교가처럼 큰뜻 품은 큰가슴, 자랑스런 전통을 쌓아 이 나라 이 겨레의 기둥이 되는 것입니다.
솔처럼 푸르러라 태릉의 지성, 그 이름 오래여라 태릉고교….
끝으로 태릉교지가 자주 발간되어 여러분의 지성과 이상을 높이는데 큰 힘이 돼 줄 것을 소망하면서 이에 축사를 끝맺음하는 바입니다.
| ▶안재식(安在植) 약력 1942년 서울 신설동 출생.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지도위원, 「소정문학」 동인, 중랑문학대학 출강. 수상 : 환경부장관 표창(1997. 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 : 「그리운 사람에게」 등 20여곡 저서 : 『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 |